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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김수미 전라도 출신으로 겪어야만했던 차별과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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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우 김수미씨가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위험한 상견례' 제작보고회에서 전라도 출신 배우로서 받은 상처를 털어놓아 네티즌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 김수미가 맡은 역할은 전라도 출신인데 경상도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자신의 출신을 속이고 결혼한 엄마입니다. 김수미씨 말대로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김수미가 막 데뷔를 할 때 쯤에는 지역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영화 속 설정대로 전라도 여자가 경상도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지역까지 속이는 경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상도에서 자란 저로서는 마냥 구석시 시대에 웃자고 지어진 이야기로만은 들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경상도 출신이 아닌, 충청도 분이라서 그런가 유독 저희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신 분들 중에서 유독 경상도 남자와 결혼한 전라도 출신 어머니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저희 동생 친구 어머니이자, 저희 어머니하고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한 아주머니께서는 처음에 막 경상도로 시집왔었을 때만해도 알게모르게 시댁에서 그 아주머니분을 좋게 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에야 제가 살았던 창원지역에 많은 전라도분들이 직장때문에 이주를 하셨고, 세월이 지나서 지역감정 또한 완화가 되었지만, 그 아주머님이 막 경상도로 시집올 당시만해도 이웃분들에게 전라도 출신임을 숨기고 살아야할 정도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모든 경상도 분들이 전라도 출신들을 이유없이 미워하고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등학교 때만해도 아직 학교생활만 해본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전라도를 비방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 때 있었던 지역감정이 우리 세대에게도 이어지는 가보다 하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대선에서는 창원 근처 진영 출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이 됬음에도, 그 분이 전라도를 기반으로 둔 정당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들이 침통해한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 친구 말에 의하면 어떤 어르신은 당시 경상도를 기반으로 한 정당 소속 이회창 후보가 2번 연속 전라도에게 졌다는 이유로(?), 이 후보의 포스터를 갈기 찢어놓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는 아직 저도 너무나도 어릴 때라, 그게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는 늘 보아았던 모습인지라 잘못된 일이라는 판단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한나라당이 아닌 친노에 가까운 무소속 김두관 도지사가 당선될 정도로 제가 살던 지역에 지역색이 완화되고 심지어 이제 반 보수정당에 탈피하는 젊은 고향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김수미가 막 데뷔할 당시만해도 경상도 집권체제에서 전라도 출신이 받은 설움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김수미 뿐만 아니라, mbc 신경림 전 앵커는 '진심의 탐닉' 인터뷰 중에서 그 당시 전북 출신 인재가 갈 수 있는 직장은 별로 없었고, 공무원이 돼도 미래가 뻔하고, 검사가 되도 마찬가지라, 결과적으로 판사와 언론인이 많이 배출될 수 밖에 없었다는 지금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호남 출신들이 차별받은 것은 어제 오늘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려시대 민족의 재융합을 이룬 왕건은 박술희에게 남긴 '훈요10조' 중 차현 이남 금강 이외의 산형 지세는 배역하니 그 지방의 사람을 등용하지 말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왕건이 말한 차현 이남 금강 이외의 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르치지는 역사적 해석의 분분이 있지만, 그동안 주류 역사학자들은 이 지역을 전라도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또한 호남 출신 정여립의 모반사건 때문에, 호남 지방의 유생들이 관직 진출이 제한되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서 전라도는 단순히 풍수지리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그래도 현대사만큼 전라도가 크게 차별받은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60년대 경상도 출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전라도에 대한 차별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라도를 기반으로 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성장했고, 게다가 많은 전라도민들이 김 전대통령을 지지하게 됨에 따라, 결국 박 전 대통령 측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경상도는 박정희, 전라도는 김대중 이런 식으로 지역 감정을 몰아붙이기 시작하였고, 덕분에 전라도는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기 시작했다고합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 발전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울산, 창원, 구미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개발을 추진하였고, 전라도는 완전히 배제되어 철저히 소외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 박 전 대통령 사후 이후에도 전두환, 노태우, 경남 부산 출신 YS가 집권함에 따라 지역감정은 더욱더 극대화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결은 정책 대결이 아니라 지역 대결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라도민은 김대중, 경상도민은 김영삼 이런 식으로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불과 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막 대통령 선거에 나올 때만해도 많은 부산시민들이 김대중을 뽑아주었다는 믿기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하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대한민국의 경상도와 전라도는 더욱더 앙금을 품게 되었고, 여전히 전라도는 민주당, 경상도는 한나라당 식의 구태의연한 지역색 정치의 악습이 끝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지역색이 많이 없어졌고, 웃음으로 승화해낼 수 있는 코미디가 나올 정도로 상당히 자유로워진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김수미 선생님 세대를 비롯 우리 부모님 이상 세대가 출신성분때문에 받은 상처는 이루말 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색이 남아있는 경상도라는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았고, 저역시나 한동안 그 지역색을 못벗어난 모순된 인물이라서 그런지 전라도 출신 배우로 설움을 느꼈다는 말에 크게 공감을 느끼고 다시는 김수미처럼 출신지역때문에 숨기고 고민하는 일이 없어지길 간절히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지금은 고등학교 시절 당시 전라도 사람들을 많이 겪어보지도 않고,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토론을 하던 제 고등학교 동창들도 이제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행히 현재 창원에 사는 많은 젊은 친구들은(그래봤자 지인들 인맥;;) 이제 더이상 지역기반 정당이 아닌, 정책과 인물 위주로 정치인을 뽑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단순히 어린 시절 어떤 지역 사람은 성향이 그래라고 수도없이 세뇌당했던 편견이 강하게 박혀있는 상황에서, 몇몇 그 지역 사람들을 겪어보고 역시 그 지역 사람들은 어른들 말씀대로 그래서 기피해야한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키는 판단도 하루 빨리 사라져야할 모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우리 부모님들 중에서는 남모르게 자신의 출신때문에 고민하고 설움을 받았던 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수미씨처럼 전북 군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지역이라는 이유로 그 지역 사람들을 차별했던 사람들 모두 몇몇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기반때문에 만든 지역감정에 휩쓸려버린 우리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완전히 지역감정에서 떨쳐내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듯 합니다. 최근 어떤 드라마에서 어떤 지역을 폄하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것 처럼, 아직도 구 시대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지역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부터라도 구 시대 잔재힌 근거없는 지역감정을 청산하고, 오로지 출신 지역, 출신 학교, 심지어 어느 학군이 아닌 사람의 성품과 능력으로 평가하는 진정한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졌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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