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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가요제 겸손한 유재석 인생사 담겨 눈물샘 자극하는 내일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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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손님맞이 준비하는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참여하는 가수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이기 충분하였습니다. 정재형, 이적, 싸이, 스윗스로우, 바다, 10cm, 지드래곤 등 각개 다른 음악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놓고자 하는 취지가 돋보이더군요. 

그들은 기획사에서 시키는대로 노래를 부르는 단순한 가수가 아닌,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가 뚜렷하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겪은 사랑과 아픔, 행복을 노랫말에 담아 직접 노래를 만들 수 있는 뮤지션에 가까운 사람이였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이였던 바다 또한 점점 음악에 대한 깊이가 더해져 한층 더 세련된 자신만의 노래를 하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였습니다. 요즘들어 '나는가수다' 등 음악의 참 의미를 되새겨주는 좋았던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지만, 현재 다양한 가수들을 주목한다는 취지가 날로 무색해져가는 시절에 정통 음악지향 프로그램도 아닌, 그저 2년에 한번 꼴로 일시적으로 기획되는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아도 '나는가수다'에서는 나올 수 없는 뮤지션들의 참 진가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반가울 따름입니다. 

이미 홍대에서는 빅뱅, 소녀시대 못지 않은 인기스타이지만 보통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인 10cm의 무시못할 엄청난 내공에 놀랐고, 아이돌치곤 자기 색깔이 강한 줄 알고 있지만, 시대에 걸맞는 감각적인 트렌드를 소화해낼 수 있는 지드래곤의 역량도 훌륭했습니다. 정준하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캐치하여, 바로 그의 음색을 돋보일 수 있는 화음으로 어떤 악기 없이도 유명 오케스트라 그 이상의 울림을 선사한 스윗스로우도 매력적이였구요.

그렇게 각개 각색의 가수들이 선사하는 진짜 음악에 심취해있다가, 곡 작업을 하다가 자신들의 엄마 이야기를 꺼내면서 울먹이는 바다와 길을 보고, 눈물이 다 나더군요. 무한도전 보고 운 건 거의 처음인 듯 싶습니다. 바다, 길 둘다 어린 나이에 버겨운 성장기를 보냈고, 이제는 제법 어느정도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성장을 한 공통점이 있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실없이 웃고 있는 듯 하지만,  엄마가 편찮으셔도 일 때문에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가 쓰러지신 이후 힘겨운 사춘기를 보냈던 과거를가슴 아파 하면서 속으로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했던 그들의 담담한 고백이였습니다. 한 때 부모님을 원망할 정도로 힘들게 자랐지만, 이제는 그 아픔을 극복하고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는 가수가 된 두 사람을 보니, 좋은 부모님 밑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잘 자란 제 자신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이 교차하던 무한도전은 이적과 유재석의 뒤늦은 만남에서 음악으로 이루어진 교감이 물 오르듯이 피어나게됩니다. 게다가 정재형, 정형돈의 정말 한쌍의 잘어울리는 파리지앵 두 사람의 어설픈 미행과 방해작전과 보기만해도 진지한 유재석과 이적의 만남이 오버랩되어 한층더 신나는 음악여행으로 이끌게 되었죠.

정재형과 정형돈의 말대로 워낙 바른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유재석과 이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외의 반전이 기다려지는 커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적은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서 유재석 이면에 숨겨진 뒷모습을 캐내겠다고 벼르기까지 하더군요. 그 때 유재석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럽다면서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오랜 후에도 부를 수 있는 유재석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 자신의 못다한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재석은 긴 무명의 세월 끝에 차근차근 정상까지 밟은 대기만성형 스타입니다. 처음 시작은 좋았습니다. kbs 개그콘테스트에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 배출 산실인 서울예대 출신에 나름 공채 개그맨이라는 자부심에 살았던 유재석의 자존심은 끊임없이 추락했고, 결국 그는 하루하루 '내일은 뭐하지'를 고민하면서 밤잠 못이루는 나날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 유재석은 자기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리포터 생활을 시작합니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개그는 뒤로 미루게 되었지만, 유재석은 그 기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특유의 성실함으로 방송 관계자들에게 인정받게 됩니다. 그 뒤 그는 차츰 진행자의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오늘날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실상부 국민엠씨로 등극하게됩니다. 

보통 그와 함께 최고의 자리에서 인정받았던 인기mc들이 대거 몰락한 지금, 유독 유재석이 강호동, 이경규와 함께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진행자가 된건, 방송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겸손함과 배려,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노력파라는 점이 큽니다. 그래서 그는 재미있고 남달라야하는 예능인이데도, 유일하게 재미없고 심플한 이미지가 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적뿐만 아니라 어느 방송인이든, 프로그램마다 유재석의 숨겨진 어둠의 구석을 찾아내고자 용을 쓰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때마다 유재석의 선하고 겸손한 바탕이 더 묻어나오는 것이 더 아이러니하지만요. 

유재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추어내기 꺼려하는 이유로, 자신이 오랜 무명세월을 겪으면서 이제 자신이 바라왔던 자리에 올라온터라 예전에 고생을 많이 했으니 지금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당연하다면서 내 시간이 없다고 불평불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현재 이 자리도 과분하게 올라왔다면서 오히려 자신을 만들어준 건 대중들이라면서, 그들에게 넌지시 감사한 마음을 비추기도 하였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불연득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무덤덤히 밝혀내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이였습니다. 유재석은 늘 그렇게 덤덤하게 자신을 정상의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게해준 대중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도 무한도전 녹화 때문에 정작 갓 돌을 지난 아들이랑 놀아주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바쁘게 사는 아빠 유재석입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유재석, 강호동만큼 바쁘게 사는 톱스타도 드문 것 같습니다. 비록 대중들의 사랑에 먹고 산다고 하지만,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조차 어려운 자신들의 생활에 회의를 느낄 법도 한데, 자신에게 열광하는 대중들을 위해서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시청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매사 최선을 다하는 그들입니다. 게다가 유재석은 힘겹게 정상에 올라오면서 눈물 젖은 빵도 많이 먹어보고, 일을 하지 못한다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아는터라 더더욱 자신이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하면서, 군말없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붓기도 하구요. 

그렇게 이적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던 도중, 드디어 그 두 사람은 유재석이 환갑이 할 즈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만들기 시작합니다. 한 때 내일 뭐하지, 내일도 일이 없는게 아닐까 하면서 잠 못이루는 젊은 시절 유재석을 그린 노래이기도 하구, 현재 반값등록금에 등이 휘어지면서도, 정작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괴로하는 현재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이기도 하구요. 

 

다소 평이한 가사일 수도 있으나,한 때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고민하였고, 지금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바쁜 생활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유재석의 진정성어린 고백을 토대로 한 고백에 길, 바다의 슬픈 엄마에 대한 감상에 이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자신의 굴곡많은 인생을 담담히 토로하면서 또다른 풍파에 시다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여러분'으로 각기 다른 감동을 선사한 윤복희, 임재범처럼 20여년 가까이 대중들을 위해 몸을 낮추는 광대로 살아왔고, 앞으로 더 우리 대중들 곁에서 울리고 웃길 국민mc가 걸어온 발자취에 오히려 덤덤한 멜로디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였습니다. 

이적은 '내일 뭐하지' 가사야말로, 그동안 유재석이 살아온 진짜 이야기인만큼 유재석이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 믿음이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적의 대표곡이기도 한 카니발의 '거위의 꿈'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 가사를 자신이 만 23세에 썼는데, 그 당시에도 충분히 사랑받았지만, 그 뒤 인순이가 똑같은 가사를 불렀는데, 확 다른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나는가수다'를 통해서 전국민을 울린 '여러분'의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곡 윤복희 선생님이 부른 여러분 또한 오랫동안 수많은 이를 감동시킨 대표적인 명곡이지만, 가사 하나 틀리지도 않았는데, 임재범이 부른 '여러분'은 원곡과는 또다른 노래의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가사 자체는 변한게 없어도 노래는 누가 부르냐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음악은 인생이다라는 여운있는 자막이 그 어떤 한마디보다 음악의 참된 의미를 전달해줍니다. 

 

지난주, 스타킹의 김승일, 그리고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최성봉의 노래를 들으면서 연달아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노래를 듣고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훌쩍 거리게됩니다. 아직 그들은 전문적인 성악가도 아니고, 앞으로 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계속 받아야하는 성악도에 불과한 단계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고도로 훈련된 성악가에서 받을 수 없는 전율을 오히려 그들의 노래에 감동받고 눈물까지 흘리는 건, 적어도 노래를 대하는 그들의 진심이 우리들 마음 속에 전해져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재석과 이적이 함께 부른 '내일은 뭐하지'도 자칫 평이하면서도 그냥 흘려나는 한 마디로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일 뭐하지', '할게 없었지'로 몇날 며칠을 보내면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면서, 오히려 그런 나날들로 지금 자신을 너무나도 고마워하는 유재석의 고백이기 때문에, 더 깊은 여운과 인생의 참뜻을 느껴가면서, 나역시도 앞으로는 유재석같이 잘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까지 품게되는 것이 아닐련지요.


한 때 내 인생은 왜이리 안풀리지 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지, 앞으로는 뭐하지로 고민만 하다 끝나는 날도 많았구요. 그러나 그런 시절을 오로지 성실함과 노력으로 이겨내면서 많은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방송인으로 우뚝 선 유재석을 보고, 그를 닮고 싶어도 솔직히 그가 살아왔던 나날만큼 열심히 산 적도 그닥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조금만 일이 잘풀린다고 싶으면, 여기서 조금 쉬어도 되겠지하면서 고삐를 푼 채 적당히 한 적도 많았구요. 그러나 유재석은 이제는 조금 쉬어가도 될 타이밍에 더 최선을 다해서 달렸고, 심지어 지쳐가는 주위 동료들까지 다독이며 결국은 해내는 불굴의 인간이였습니다.

아무리 눈물젖은 빵을 오래먹었다고해도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못하는 속담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 때 그와 마찬가지로 일거리가 없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챙길 정도로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를 간직하고 있는 선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고자하면서도, 결국은 의도치않게 덤덤히 드러내는 그의 품성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유재석이라는 진행자에 열광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그를 신뢰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다와 길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짠한 가족사와 유재석의 덤덤한 자신의 무명에 대한 고백덕분에 노래는 인생이다라는, 짧은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는 마음 따뜻한 무한도전 가요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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