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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 음악의 참된 매력을 일깨워주었던 뮤지션 이소라와의 아쉬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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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가수다' 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일요일 5시만 되면 어김없이 집에 와서 바로 '나는가수다'로 채널 고정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나는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한다고 하였을 땐, 도대체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해야하는지 의문투성이뿐이였습니다. 이미 평가의 단계를 넘어선 가수들이고 각자 가지고 있는 음색과 추구하는 음악이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일직선 상에 올려놓고 거기서 1등을 가리고 7위를 선정한다는 것이 기존 가수들이고 대중들에게도 반발을 초래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나는가수다' 방영 전에 요즘 방송에서 보기 힘든 실력파 가수들을 본다는 점에서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예술을 평가할 수 있나면서, 가수에 대한 모욕이라고 폄하짓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상황보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순기능이 많았습니다. 잘만하면 지금 아이돌, 기계음으로 획일화되어가는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각개 다른 목소리를 가진 가수들을 평가할 수 있나고, 썩 좋지 않게 보던 사람들도 순위 그 자체보다 가수들이 혼신의 열창을 하는 모습에 반하여, 엄지손가락 추어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나는가수다는 그동안 일밤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을 다시 mbc로 채널 고정 시켰고, tv를 잘 보지 않는 젊은 세대까지 그 시간대에 tv를 보게하는 저력까지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잘 만들어진 아이돌들만 볼 수 밖에 없었던 일반 대중들도 오랜만에 음악의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서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구요. 비록 뜻하지 않게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잠시 문을 닫기도 하였지만, 임재범, 김연우,BMK  등 이미 고수로 인정받은 최고 보컬리스트와 다시 고삐를 당긴 이소라, 윤도현, 김범수, 박정현의 불타는 예술혼 때문에, 다시 '나는가수다' 프로그램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대 밥을 먹으면서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제가 TV를 보면서 그렇게 어떠한 잡념도 없이 가수들의 노래하는 모습에 흠뻑 반했던 적도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나는가수다' 프로그램을 썩 반기지 않았던 건 순전히 가수들의 평가 문제때문이였습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각계 다른 색채의 가수를 섭외했다고 하나, 대체적으로 고음의 풍부한 표현력을 높게 쳐주는 대중들의 취향 상, 자연스럽게 절제창법과 고음은 아니지만, 은은한 감동을 선사하는 가수들에겐 불리할 수 있는 룰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가수다'는 이미 최고들끼리의 경연이였고, 거기서 아쉽게 탈락을 한다고해도, 결코 노래를 못해서 탈락한 것도 아니고, 다만 청중평가단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7위를 한 것이라고 용케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1위를 한 가수도, 7위를 한 가수도 제 귀에는 모두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음악의 신들의 향연이였고, 다만, 다른 실력파 가수들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잠시 양보하는 것뿐이였습니다. 

그러나 가면 갈 수록 '나는가수다'는 점점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지난달 김연우가 나는가수다 재개 이후 첫 탈락을 했을 때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김연우의 탈락이 아쉽긴하지만 그렇다고 김연우를 대신해 탈락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들 오랫동안 보고 싶은 가수들이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죠. 그리고 각자의 경쟁이라는 것을 잊은채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스한 큰 형님 임재범의 보살핌 하에 서로를 격려하고 아껴주는 가수들의 살뜰한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인생이 있었습니다. 임재범의 '여러분'을 듣고 온 관객이 펑펑 눈물을 흘린 것도,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려온 가수 임재범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위로에 많은 이들이 다시 힘을 얻게된 근원이 아닐련지요. 아마 '나는가수다'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시절이 있다면, 바로 임재범, 김연우, 이소라, BMK,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가 한데 모여 노래를 불렀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이제 나는가수다는 더이상 그 때처럼 밤잠을 설칠 정도로, 이번에는 어떤 가수가, 어떤 무대를 꾸며줄까 기대하고, 가슴이 부풀어오게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제는 풍부한 감수성으로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나는가수다'에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불러일으켰던 이소라마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김어준이 지난주 이소라의 탈락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 것도, 이소라만큼 고급스럽고도 자기 스타일이 뚜렷한 여가수도 드물기 때문이죠.

 


이소라는 가수라기보다 예술가의 이미지가 강한 뮤지션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음악 철학이 뚜렷하고, 자신의 노래에 대해서 철두철미하고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지난 김건모 재도전 논란에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면서 녹화장을 뛰쳐나간 것도, 그녀의 넘치는 감수성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는 대중가수이고, 음악인이기 전에 사회인이기때문에, 절제의 중요성을 알아야하고, 그 점은 그녀가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탈락에는 침착함을 유지했던 이소라 입장에서 자기가 정말 노래를 잘한다고 평가했던 김건모의 탈락이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고, 그 점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과 제작진, 그리고 가수들간에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였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나는가수다' 무대에 오르는데 많은 용기와 힘을 주었다는 김영희PD가 가장 생각난다면서 그분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비추었습니다. 이번 나는가수다 출연을 계기로 어떤 것을 잘하고 싶을 때 오히려 힘을 쓰면 잘 안되는 것을 배웠고,  노래도 일도 내려놓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고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좋은 명언도 함께 내려놓고 말이죠. 

 


그 후 그녀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진행자와 가수로서 '나는가수다'의 재기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 이전부터 특유의 감성적이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상당한 마니아를 구축했던 이소라는 갑자기 평소 가수 이소라에게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입니다. 원곡 보아도 아니고, 이소라도 아니고, 제3의 이끌림이였습니다. 그래서 늘 청중평가단 순위에 하위권에서 맴돌았던 이소라는 단숨에 2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그동안 이소라의 창법을 썩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소라의 넘버원을 극찬할 정도로 가수로서는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뒤 고급스럽고도 절제된 노래만을 추구하였던 이소라는, 주먹을 운다로 힙합까지 섭렵하는 또한번의 파격변신을 시도합니다. 이미 넘버원으로 상위권에 도약을 해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 '나는가수다' 청중단에게 잘 먹힌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소라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요근래 성치않은 몸이였고, 고음을 질러야 하는 '나는가수다' 무대에서도 꿋꿋이 평소 자신의 창법을 유지하면서 조용하면서도 은은함이 돋보이는 음악을 선사하였습니다. 끝나고 많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으나, 역시 떠도는 스포일러대로 2주 경연의 점수를 합하여 탈락. 결국 그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는가수다' 무대에서 내려와야했습니다. 

 


예전에 '나는가수다' 무대에서 부른 적이 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밤마다 들면서 눈물을 흘리고, 한편으로 위로를 받았던 팬으로서 당분간 이소라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김연우도 그랬고,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한 임재범도 그렇고, 가수 스스로 무대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로 조율이 아닌 전율을 일으키면서 많은 청중단을 감동시켰지만, 지금 자신의 실수를 통감하면서 자진하차를 한 JK김동욱도 많은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가수인데, 결국 '나는가수다'를 떠나게 되었네요. 비록 이렇게 '나는가수다' 무대를 떠나게 되었지만,  누가 뭐래도 이소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이소라만큼 외사랑에 괴로워하는 여인을 위로해줄 수 있고, 듣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여가수도 드물 것입니다. 다행히 이소라는 '나는가수다'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울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고 이소라의 창법이 답답하다고 혹평을 날리던 사람들도 그녀를 다시 보게 할 정도로 훌륭한 변신을 꽤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보면 더더욱 말이 많아지기전에, 하루라도 빨리 '나는가수다'를 떠나는 것이 더 그녀를 덜 욕보이게하는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이리 당분간 '나는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왜이리 슬픈 건가요. 오히려 담담히 미소를 지으면서 작별을 고하는 그녀때문에 더더욱 여운이 남는 가슴아픈 헤어짐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 시대 진정한 뮤지션 이소라의 도약은 이제부터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왕성한 음악활동을 하시며, 대중들의 삶에 행복을 주고,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뮤지션으로 오랫동안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줄 그녀의 새로운 음악인생이 사뭇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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