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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주택 가구를 두번 울리는 집드림. 시대착오적 생색내기 적선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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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만의 고유의 특징을 꼽자면 단연 '공익 예능'이란 단어가 맨 처음 떠오릅니다. 이 단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mbc 예능의 명성을 가져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였죠.1996년 일밤 '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 이후로 그저 웃기는 것만 보여주던 예능이 어떠한 교양프로그램보다 감동적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교훈적일 수도 있다는 그 당시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발상이였죠. 그 뒤 mbc 예능은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따스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그 때 한창 인기가 있던 프로그램 중  신동엽이 진행하던 '러브하우스''신장개업'도 있었습니다. 어렵게 살고 있고 사연을 가진 의뢰자를 엄선하여 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장사 기반을 마련해주고, 방송에 소개된 가족들이 보다 편하게 살 수 있게 집의 개조를 바뀌어주거나 아예 새로운 집을 지어주기도 하였습니다. tv 속 사연자들이 방송의 힘을 빌려 남부럽지 않은 집과 일터를 가지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 또한 마치 내 일인양 기뻐해주고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었습니다.

그 뒤 10년 뒤 일밤은 지난 러브하우스 시절을 회상하며 집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서민들에게 힘이 되고자 '집드림'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수천명에 가까운 신청자 가운데 가장 집이 필요해보이는 16명의 가구를 엄선하여 그 중 몇 가족만 '공짜 땅콩집'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가뜩이나 주거 문제와 집 때문에 떠안게된 엄청난 대출금에 서민들의 근심이 극심해지는 시절 방송에서 남들보다 퀴즈만 잘 맞추면 무료로 집을 준다는 점이 솔깃하게 들려옵니다. 그도 그럴것이 부모 재산 한 푼도 받지 않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지 않는 이상 아무리 부부가 힘겹게 돈을 벌어도 번듯한 아파트 한채 가지기 어려운 시절에 주거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만큼 서민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든든한 복지는 없겠죠

하지만 집드림은 서민들의 집없는 고통을 해결해준다는 좋은 기획의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곱지않은 눈치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집드림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상대로 공개 오디션을 벌이던 '신입사원'보다 몇 배 더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지게되는 집이라는 가치의 특성상 집드림에 출연하는 무주택 가족들이 아나운서에 지망하는 청년 구직자보다 더 절박해보이고 집에 대한 열망이 몸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을 얻기 위해 소위 '쪽팔림'을 무릅쓰고 방송에 출연하여 퀴즈 하나 더 맞치겠다고 몸부림치는 출연자에 대한 집드림 제작진의 태도입니다.

집드림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  재미있는 퀴즈 형태로 최후의 한 가구를 선별하여 공짜집을 주면서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끈끈한 가족애에 감동을 받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았다는 점에 대해서 호평을 받는 것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도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사회의 골치덩어리가 된 무주택 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지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을 법도 합니다. 총성없는 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주말 버라이어티 시간대에 그나마 경쟁력있는 나는가수다를 1박2일과 겨루게하면서까지 집드림을 5시에 편성한 이유는 분명 mbc 예능국 측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히트칠 것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집드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17일 종영한 '신기생뎐'처럼 비난은 비난대로 들으면서도 시청률이라도 잘 나오면 다행이지만, 시청률도 썩 좋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집드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거주 문제를 그저 개인의 불행에만 맞출 뿐이요 , 자기네들이 그 중에서 퀴즈 제일 잘 맞춘 가족에게 집을 주는 것이 끝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는 얼마나 출연자들을 상대로 시청자들이 눈물을 뚝뚝 흘릴 수 있는 처절한 사연을 고백케하고, 전혀 집을 얻는 것과 상관이 없는 문제를 '우습게' 맞추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합니다. 

어떻게보면 사정이 조금 나은 사람들이 가난한 자의 설움을 외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가난을 들추어내어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부자들에게 한가지라도 더 얻어내는 상황에서 굴욕을 받게되지만 어찌되었든 당장 있어야할 무언가를 얻게되고 또 살아가야하니까요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무주택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죄가 아닙니다. 다들 조그마한 집 한채를 가지기 위해 물불 안가려가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그럴 수록 점점 집값은 치솟아 올라가고 점점 다가가기 먼 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 주택문제는 단순히 서바이벌 형태로 한 가구에게만 누구나 살고싶은 집 한채 선물해준다고 해결되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어느 한 사람에게만 추첨을 통해 근사한 집을 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정 수준으로 집값을 내려야함은 기본이요, 보통 사람들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임대주택이 많이 건설되어야합니다. 그런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집없는 사람들의 집에 대한 절실한 욕구와 집을 향한 거친 몸부림을 보여준다한들, 한낱 쇼에 불과할 뿐입니다



거기에다가 집드림은 출연한 모두
16가구 집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퀴즈를 제일 잘 맞춘  몇 가구에게만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땅콩집을 선물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주마다 퀴즈를 남들보다 못맞추었다는 죄명으로 눈앞에 보이는 땅콩집을 뒤로하고 씁쓸하게 스튜디오 밖을 나가는 출연자 가족을 봐야합니다. 분명 그 과정에서 울기도 할 것이고, 그런 가족들을 위로하는 훈훈한 모습도 보여질 것이구요. 하지만 그들이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주지 않는 이상 그 어떠한 위로를 한 들 그들이 집드림에 출연한 이유는 자기네들의 절박한 사정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그 중에서 15가구를 제치고 집을 얻는 기쁨보다 그 과정에서 탈락해야하는 아픔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집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어이없는 장난은 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건 흡사 초등학교 결식 아동들에게 점심 급식 공짜로 줄테니까, 공짜로 밥먹는다는 바코드를 목에 차고 다녀라랑 똑같은 상황입니다.  밥먹는 것, 사는 것으로 장난치는 것만큼 사람을 비참하게하는 놀림도 없을 것입니다집드림에는 집없는 부모님을 만나서 자신이 집이 없어서 TV에 나와서 구걸을 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줘야하는 어린이도 있고 청소년도 있습니다. 다행히 퀴즈를 잘 맞추어서 자기네들이 집이 주어지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으나, 운이 없어 그냥 돌아가야한다면 누가 실의에 빠진 그들을 위해서 집을 지어줄 것인가요? 역시나 그들처럼 집이 없거나, 혹은 집이 있어도 집사는데 빌린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는 시청자들에게 성금형식으로 거둘 것인가요? 아니면 자비로운 부자들의 손을 벌리고자 함인가요?

집드림에 집을 가지겠다고 출연한 가족들의 사연 중 어느 누구하나 가슴아프고, 꼭 집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집 한채를 위해서 자식들이 먹고 싶은 거 제대로 못먹이고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학원 하나 제대로 못보내는 것을 못난 아비 탓이라면서 카메라 앞에서 울부짓는 하나같이 오늘 하루도 내 집을 가지겠다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평범한 이웃들입니다. 분명 그들도 자존심이 있을 것이고 능력있는 가장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절박함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해야하는 용기를 가진 가족들을 한낱 방송 소재로만 활용한다는 것이 불쾌할 따름입니다예전에도 일밤은 김영희PD 복귀 이후 '단비', '우리 아버지' 등 여러 차례 감동과 눈물이 어울려진 예능을 선보였지만, 철저히 대중들의 외면을 받아야만했습니다. 다시 일요 예능 강자에 등극하겠다는 야심찬 기세에도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한 이유는 어렵게 살고 있는 그들의 빰을 때리고 적선 형식으로 달래주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느낌표' '러브하우스 등' 이 큰 인기를 끌 당시에는 TV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준다는 그 자체가 신선했고 박수받을 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드러내놓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더욱 위한다는 마음으로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그 중에서 퀴즈 제일 잘 맞추면 집 한채 공짜로 줄게하는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대착오적 구시대적 발상으로 까지 보여집니다. 이럴바엔 차라리 과거 선보였던 러브하우스를 재탕하는 게 낫다 싶을 정도입니다. 비록 그것도 생색내기 쇼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한번 자신의 처절한 가난을 고백하면 자신들의 이름으로 된 집을 얻을 수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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