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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김태원 가발보다 놀라운 선글라스에 담긴 상처와 겸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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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sbs '힐링캠프 좋지 아니한가'에서는 '국민할매', '국민멘토'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태원이 그간 방송에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미 방송 당일 오후부터 김태원 특유의 긴생머리, 혹은 꽁지머리가 알고보니 가발(붙임머리)였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하였구요. 

과거 신비주의 록커에서 벗어나 '남자의 자격', '위대한 탄생' 등 예능 출연을 통해 그래도 김태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힐링 캠프로 통해서 드러난 그의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비밀에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가발을 쓴다, 혹은 선글라스를 왜 쓰나, 늘 긴머리에 선글라스만 고집하는 록커 김태원에게는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나 방송에서 주구장창 선글라스를 끼는 김태원이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먹고 살기 위해서 예능에 출연하지만 록커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표시인가, 아니면 그저 얼굴을 가리기 위함일까. 허나 나름 김태원이 계속 선글라스를 쓸 수 밖에 없는 필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계속 선글라스를 고집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김태원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그가 선글라스를 끼고 방송에 출연한다고 시청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김태원이 선글라스를 낄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은 생각보다 깊고, 아파보였습니다. 김태원은 이 시대 탁월한 몽상가입니다.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부활의 노래를 들어보면 한 편의 아름다운 사랑 시를 읊는 기분입니다. 동화같으면서도 로맨틱한 그의 가사는 록이란 거친 음악이라는 편견을 거두게 하였고, 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도 부활의 노래만큼은 편하게 즐겨들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주로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록발라드를 추구하기에 과연 그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록과 대중성의 조화를 시도하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록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점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네버 엔딩 스토리' '희야', '사랑해서 사랑해서', '비밀' 등 본인이 직접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무수한 히트곡을 만들 정도로 풍부한 감수성과 끊임없이 곡에 대해서 고민해야하는 김태원은 평상시에도 몽상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넋이 나간 사람같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흐름을 놓지 않고, 적재적소 알맞은 웃음과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게하는 수많은 명언을 남기곤하였던 그가 알고보니 방송 중에도 몽상을 하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방송에서도 몽상을 즐겨하는 오랜 습관때문에 사람들이 몽상하는 내 눈을 보면 의심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눈을 철저히 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그가 몽상과 비슷한 치명적인 실수를 벌인 적이 있었기에 그의 몽상하는 눈을 보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었다고 합니다.  

더이상 사람을 몽롱하게 하는 약을 먹지도 않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자 다짐을 한 김태원이지만, 여전히 어리석은 실수로 한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 사건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김태원하면, 그 부끄러운 사건을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김태원이 평생 극복해나가야할 숙제입니다. 어찌되었든 그가 사회에서 금기되는 약물을 복용한 것은 엄연한 잘못이였으니까요. 

다행히 그는 자신의 아프고도 어리석은 과거를 훌훌 털어냈고, 예능 출연을 통해서 카리스마 넘치는 록커에서 허약하기 그지없는 '국민할매'로 망가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경쾌한 웃음을 선사함은 물론, '국민멘토'로까지 변신하여 한 때 그처럼 아파하던 젊은 영혼들에게 힘이 되고 귀감을 주는 존재로까지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국민할매에서 국민멘토로 한순간에 인생역전에 성공하였고, 예능에서 선보인 눈부신 활약으로 김태원 록커 인생 27년만에 첫 전성기를 누리고 각종 cf를 섭렵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늘 같은 자리에서 록커의 큰 형님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잘나갈 때 현재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던 보컬들이 주목을 받게 해야한다면서, 박완규, 이성욱 등 한 때 부활 사단에 속했던 이들과 손을 잡고 노래를 발표하여 큰 호응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론니 나잇' 시절 부활 보컬로 활약했던 박완규는 그가 이혼 위기 등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마다 물신양면으로 발벗고 나서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김태원이 요즘 핫한 스타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대중의 시야에 멀어져있던 가수들을 무대에 세운다는 것은 어려운 결심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다행히 박완규와 함께 발표한 '비밀'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올해 초 사랑하는 부인과 이혼의 아픔을 겪은 박완규는 이 노래를 통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데뷔 27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순간에도 자기 혼자 그 인기를 독차지하기보다, 한 때 그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하는 김태원이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수많은 예능의 러브콜을 제치고, 신설한지 얼마 안된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본격적인 방송 출연 몇 년 만에 그동안 입도 뻥긋도 하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털어놓은 것도, '남자의 자격'에서 함께 하고 있는 이경규와의 의리였습니다. 이제 막 시작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주목받을 이슈가 필요하고, 그래서 힐링캠프 mc 이경규를 돕기 위해 자신의 머리는 가발이였다는 분명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요소를 공개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한 때 남격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제)'를 돕기 위해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카메오 출연을 결정할 정도니 평소 그가 지인을 챙기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하지만 가발, 선글라스 착용보다 더 놀라운 것은 까마득한 후배 윤도현에 대한 김태원의 마음입니다. 김태원씨가 이제 윤도현만 제치면 된다고 하더라는 김제동의 짖궃은(?) 농담에 김태원은 '마지막 코스'라면서 예능 고수답게 너그럽게 받아친 뒤에 윤도현의 명성만 넘을 수 있다면 아주 아름다운 상황이다면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윤도현을 아주 기특한 친구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윤도현은 부활, 시나위, 백두산의 음악을 듣고 록커로서 꿈을 다져온 김태원의 후배입니다. 윤도현이 최근 '나는가수다'에 출연하여 록커로서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하나 선배로서 후배를 넘어야할 산이라면서 높이 추어올려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록커로서 불쾌한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너그럽게 별거아닌 말투로 윤도현은 내가 넘어야할 마지막 산이라면서 칭찬해주는 김태원을 보니 살뜰하게 후배를 챙기는 그의 대인배 마음 씀씀이가 엿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예능 출연을 통해서 그동안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온 록커 김태원에 대해서 어느정도 안다고 싶었는데, 여전히 그는 깨알같은 진솔한 매력이 넘쳐나는 사람이였습니다. 진심으로 후배 뮤지션을 극찬할 줄 알고, 이경규 형님이 계시는 곳이면 언제든 나타난다는 의리를 보여줌은 물론, 뭔가를 가르치지 않고 친구로서 동등하게 생각하고 상대방을 대할 때 마음적으로 좀 더 다가가고자하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자할 때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할 까봐 겁을 낸다는 김태원때문에 오랜만에 찌들었던 마음이 힐링되는 상쾌한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 이야기와 같은 삶을 몸소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메마른 감정을 촉촉히 적셔줄 수 있는 김태원을 오랫동안 두고두고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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