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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 시청률을 깎아먹는 주범 집드림보다 사정없는 통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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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년 이상 두자리 시청률을 넘어본 적이 손꼽을 정도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던 일밤을 살린 구세주는 다름아닌 '나는가수다' 였습니다. 2009년 11월 오랜만에 일밤의 메가폰을 잡자마자, 꼭 일밤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한 김영희PD말대로 약 1년여만에 일밤을 살아난 듯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일밤 프로그램 자체에 활기가 띈게 아니라 대한민국 가요계 판도까지 바뀌었던 무시무시한 나가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이돌 음악과 리얼 버라이어티 범람에 염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대박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복병이 숨어져있는 허점도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는가수다의 최대의 적은 5년 이상 일요 예능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1박2일도 아니요, 나는가수다 대히트 이후 점점더 설 자리가 줄어든 아이돌 기획사 사장들도 아니였습니다. 나는가수다 최대의 적은 다름아닌 내부에 있었습니다.

김영희PD는 올해 초 일밤의 대대적인 개편을 하면서 '나는가수다'와 '신입사원' 그 당시에나 지금에나 파격적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세웠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그 당시 대두되고 있던 서바이벌에 편승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기존 가수들을 상대로 순위를 매겨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가수를 매주 한 주 씩 탈락시키는 제도, MBC 아나운서를 예능으로 뽑겠다는 등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험을 단행합니다. 워낙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초라했던 프로그램이 많았기에 과연 이번에는 김영희PD가 웃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자사 아나운서를 예능에서 뽑겠다는 것도 말도 안되어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실력을 인정받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여 일렬로 줄을 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수 모욕이라는 말도 나올법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다보니 나는가수다는 가수를 평가한다는 그 자체보다 오히려 그동안 소외받고 있었던 실력파 가수들을 재조명한다는 긍정적인 의도가 좋은 평가를 받아, 대박 프로그램이 된 반면에 신입사원은 나는가수다 후광으로 잠시 반짝이는 듯 했으나, 혹평만 받은채 그 예전 일밤 프로그램들처럼 쓸쓸히 막을 내려야만했습니다. 

그 뒤 신입사원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일밤 제작진들은 다시 한번 공익예능 일밤의 위상을 높여주는 대신에, 신입사원처럼 나는가수다가 애써 올려놓은 일밤 시청률을 깎아먹지 않는 코너 찾기에 절치부심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선택한 아이템은 다름아닌 사연많은 무주택 가구들끼리 퀴즈 프로그램으로 경쟁시켜 최종 우승자에게 누구나 다 가지고 싶다는 땅콩집을 준다는 설정이였습니다. 일밤 제작진들은 단연 물밑듯이 몰려드는 감동과 화제를 몰아일으킬 것이라고 단언했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신입사원 시절보다 더 낮은 시청률에 일밤 전체 시청률을 깎아먹음은 물론이요, 더 싸늘한 반응을 받으며 전전긍긍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드림이 하필이면 나는가수다 하기 전에 죽을 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신입사원 시절에는 나는가수다가 끝나고 방영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는가수다 시청자들은 나는가수다가 끝나고 1박2일로 채널을 돌리던지 아님 바로 TV를 끄던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일밤 제작진과 신입사원 제작진은 나가수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끝까지 채널고정을 하여 신입사원도 끝까지 봐주길 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그래서 일밤 제작진들은 역으로 나는가수다 시작 전에 집드림을 편성합니다. 이제 나는가수다를 1박2일과 붙을 만큼 나름 자신감도 생김은 물론, 어쩌면 집드림을 앞에 편성을 하는게, 나는가수다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나가수 시간대를 잘못 맞춰서 잠시라도 집드림을 보게하는 술수였는지도 모르죠.
 


허나 막상 뚜껑을 열다보니 신규 편성한 집드림과 나는가수다 시간대가 변경한 이후 이상하게 일밤은 더더욱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가수다와 붙게될 1박2일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예능 강자임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요즘 실버합창단으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남자의 자격, 런닝맨 또한 만만치 않은 경쟁자입니다. 집드림과 나는가수다의 바뀐 시간대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배경에는 '나는가수다' 시청자들이 오직 '나는가수다' 시청 전에 아무것도 보지 않거나, 혹은 MBC만 봐야합니다. 하지만 '나는가수다'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은 결코 '나는가수다'만 보지 않습니다. '나는가수다' 기다리다가 남격을 보는 시청자도 있고, 런닝맨을 끝까지 보고 나가수로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가구를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저희집도 남격 실버합창단을 끝까지 보고, 그제서야 나는가수다로 채널을 돌렸습니다. 분명 남격, 런닝맨이 나가수 시작 후에도 몇 십분 더 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런 식으로 나가수 초반 시청률 까먹는 것이 만만치 않을 법도 합니다. 그나마 남자의 자격을 보는 사람들이 다 보고 나가수를 보면 좋은데, 그렇게 채널을 1박2일로 고정하는 일도 빈번하게 생길거구요. 나는가수다가 꼭 봐야하는 완소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말이죠. 그래서 현재 mbc 예능국과 일밤 제작진 측에서도 집드림 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가수다 앞에서 알짱알짱 방해물로 전락한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오히려 무주택자의 절박함을 가지고 노는 듯한 집드림때문에 다른 공중파 예능이 웃게된 것만은 결코 아닙니다. 제 아무리 집드림이 나가수의 창창한 앞날을 방해한다고해도 나는가수다가 정말정말 본방사수를 할 정도로 꼭 챙겨봐야하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비록 앞 부분을 못보는 한이 있더라도 꼭 챙겨볼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나는가수다'는 1박2일과 휴일 나들이를 포기할 정도로 꼭 그 시간대에 봐야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하루 더 기다려서 다음에서 제공하는 무편집 영상을 보거나, 아님 음원을 다운받아서 듣는 것이 더 좋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가수다가 기존 소리소문도 없이 외면받았던 일밤 코너들과 달리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결은 다름아닌 요근래 접하기 어려웠던 감성있는 음악들을 주말 황금 예능 시간대에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였습니다.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가수들의 혼신을 다하는 열정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고, 순위를 뛰어넘어 나는가수다에 출연한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가수라면서 누가 몇 위를 했는가보다 노래에만 집중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가수다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수들의 무대 그 자체보다 어떤 가수가 1위를 하였고, 꼴지를 하고 도대체 그 순위를 납득하지 못하겠다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몇몇 가수들의 노래는 1분여간 통편집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주 경연에는 새로 투입된 자우림의 '고래사냥'의 떼창부분이 1분 30초여간 사라져버렸고, 나는가수다 1등공신 윤도현의 YB밴드의 '삐딱하게'는 대놓고 편집하는 웃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나는가수다에 할애된 방송시간이 모든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짧은 것도 아닙니다. 워낙 나가수 전의 집드림이 부진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덕분에 나는가수다는 1시간 40여분간 전파를 타게됩니다. 보통 나는가수다 경연이 1시간여 정도 이뤄진다고 했을 때, 가수들이 투입되고 나가고 정리하는 시간을 편집하고, 그 시간에 노래를 제외하고 가수들의 인터뷰, 개그맨들과 심사위원들의 총평을 넣는다고해도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충분한 시간이 남습니다. 하지만 나는가수다는 지나치게 노래 외적에서 시간이 잡아 먹습니다. 가수들이 노래하기 전에 무대에 올라가는 심경을 인터뷰하고, 중간중간 경연에 참가하는 가수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고, 무엇보다도 순위를 발표할 때 긴장감을 유발한답시고 똑같은 장면을 2번 보여주고, 지나치게 뜸을 들이는 등, 유독 순위발표에만 집착하는 모양새입니다. 

예전 김영희PD가 지휘하던 나가수 초창기에도 이런 편집상의 문제로 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아직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기 전이였고, 앞으로 고쳐지겠지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영희PD가 신정수PD로 바뀌고, 어느정도 프로그램이 안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바뀌어지지않는 편집에 모자라, 아예 대놓고 행해지는 통편집이 의아스러울 뿐입니다. 오죽하면 특정 가수만 편애하고, 일부로 배척하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연이어 계속되는 편집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나는가수다입니다. 

물론 가수들의 무대 중간중간에 음악 외적으로 다른 부분을 넣을 수 밖에 없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일부 편집을 가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야 음원이나 혹은 무편집 영상으로서 온전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불완전한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고, 단순히 노래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과 음악이 접목된 포맷으로서 웃겨야하는 예능으로서의 정체성도 동시에 살려야하니까요. 하지만 본방에서 노래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감동을 주고나서도, 그 감동을 음원이나 무편집영상으로 이어나가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는가수다 본방에서 보다 많은 이들의 귀를 충족시켜야지만, 그 다음 음원,무편집영상으로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시청률도 잘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8월 14일 끝으로 나는가수다를 명예졸업하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을 비롯, 그 이전에 함께했던 임재범, 김연우, 이소라, BMK, 정엽, 김건모 등 많은 가수들이 그 어떤 예능들보다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음악만으로 시청자들과 통했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있는 노래만으로 그들을 잘 몰랐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면서 나는가수다 역시 만인이 주목하는 예능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나는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도 여전히 노래로서 관객, 시청자들과 소통하고자하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기존 가수들을 명예졸업시키고 새롭게 시작하고자하는 나는가수다가 나아갈 길은 오로지 노래에서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방법뿐입니다. 이제 가수들의 노래말고, 그 외의 문제로 생기는 잡음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유독 말많고 탈도 많던 나는가수다에 피곤함을 느낄 지경입니다. 이제 부디 나는가수다를 있게한 노래 자체에만 집중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정 시간이 없어 계속 이대로의 편집을 밀고 나가겠다면, 그냥 나가수 앞의 집드림을 폐지하고 나는가수다를 2시간 스트라이트로 밀고나가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순위 발표에만 지나치게 뜸만 안들어도 길어봐야 5분남짓한 가수들의 노래 다 들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아침에 쓴 글 실수로 날려먹고 다시 재발행하였습니다. 방문해주신 분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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