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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짝. 학력파괴커플로 대한민국 학력지상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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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동안 이루어진 sbs <짝> 노총각, 노처녀 특집에 참여한 출연자들은 모두 애정촌에 오기 전에 자신들의 가족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짝'을 찾아오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러나 여자 출연자 중 4명은 아쉽게도 애정촌에서 자신의 '짝'을 찾지 못했다. 개중에는 분명 '짝'이 될 수 있을 법도 하였다. 하지만 서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되는 기간에 어떻게 이 사람이 내 인연이라고 쉽게 확신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신중하게 자신의 인연을 찾고 싶어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하루라도 빨리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상대를 찾는게 급선무였다. 

혼기를 살짝 놓친 이들의 만남인 만큼. 그리고 만혼과 30대 이상 미혼남녀율이 높아지는 지금, 아무래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특집이었다.일단 남자들은 광고대행사 대표, 입시학원 대표, CF 뮤직비디오 감독, 전직 야구선수 출신 사업가, 그리고 강남 유명 레스토랑 총괄 쉐프 등, 하나같이 쟁쟁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들의 미모와 조건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짝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공부 혹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인연을 만날 시기를 놓쳐버린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아니면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 결혼을 미루던가. 하지만 적어도 '노총각, 노처녀' 특집에 나온 남성들은 자신들이 가정을 이끌고 난 이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반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의 생활 여건은 갖춰보인 듯 하였다. 이제 그들은 늦게나마 자신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여자만 만나면 된다. 결혼과 출산보다 일단은 안정된 직업부터 구하는 것이 급선무인 20대가 봤을 때는 이제는 모든 것이 안정된 채 자신의 결혼 상대를 구하는 선배들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10년 뒤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겁이 난다. <짝> 노총각, 노처녀 특집이 마냥 TV 속 애정촌에서 일어나는 헤프닝과, 현재 30대, 40대 일부 미혼 남녀의 문제만으로 국한되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셰프인 남자 7호와 고등학교 교사인 여자 2호의 만남이었다. 남자 7호는 2009년 방송된 QTV  <애드워드 권의 예스셰프>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 요리사이다. 요리에 뜻을 두어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독학으로 요리에 입문하여 현재 강남 모처의 레스토랑에서 총괄 셰프로서 비교적 요리사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반면 여자2호는 연세대 영문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고학력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대학에 나오고, 직장에 들어간 자신의 삶을 '스탠다드' 즉 평균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나오고, 직장에 다니는 삶이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만의 생각은 아니다. 그래서 전문대 포함 대학진학률 80%이상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평균'을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남자 7호처럼 '평균'치 이상의 학력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 이 나라 지도부에서는 이러한 학력 '평균'을 조금만 더 완화시키고자,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들어가고픈 대기업에 '고졸 의무 채용 비율'을 강화하는 한편, 이제 대학을 들어가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목에 힘을 주면서 강조하였다. 하지만 정작 대학을 중퇴하였고 사실상 고졸 학력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학 졸업자보다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이 남자 7호 셰프 앞에서 명문대 석사 출신 여자 2호는 두 사람의 '학력차이'에서 비롯된 부모님의 반대부터 걱정하고 있다. 

남자 7호는 처음부터 여자 2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으며, 여자 2호도 품성좋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남자 7호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성장 환경과 무엇보다도 '학력'이 두 사람의 사랑에 큰 장애가 될 뻔 하였다. 그리고 여자 2호는 남자 7호가 대학교를 중퇴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대학교 중퇴한 남자와) 대화는 되니, 성장환경이 많이 다른데 차이가 맞춰질 만한 차이니 라는 예상 질문부터 늘어놓으면서 과연 부모님이 남자 7호와의 교제를 허락할지 많은 걱정을 하는 듯 하였다. 

어떻게보면 여자2호와 그녀의 부모님이 유독 학벌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지나치게 눈이 높은 듯도 하다.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여자로서 대학원까지 나온 엘리트 여성이기 때문에 그녀의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리 유명 셰프라고하나, 대학교를 나오지 못한 사윗감이 못미더울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학벌과 학력의 울타리안에 갇혀버린 경우가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골드미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듯이, 고학력의 비교적 성공한 여성들의 미혼률이 상당히 높아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배울만큼 배우고, 재력도 미모도 갖춘 이들의 마음에 들 만한 또래 남성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좋은 대학을 나왔고,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 또한 그만큼 잘난 상대를 만나야하지만, 이미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남자들은 다른 여자들이 채갔거나, 나이가 한참 어린 편이다. 그렇다고 눈을 조금 낮추자니, 아무래도 남자는 여자보다 한 수 위의 조건을 가져야한다는 통념이 강한 보수적인 어른들이 자기 딸이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딸보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지않은 사위감을 받기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들이 좋다고해도, 부모들은, 환경의 차이와 수준 격차를 내세우면서 걱정과 참견부터 시작한다. 

만약에 남자 7호가 정상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면, 여자 2호가 구태어 남자7호의 학력에 따른 부모님의 반대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싸매어가면서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조건은 다 좋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남자 7호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고 보듬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애정촌에서 여자 2호는 남자 7호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학력 차이를 극복한 멋진 커플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사실상 고졸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공을 이룬 능력남이었다. 그런 능력남마저 단순히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이 반대할 수도 있다는 대학원 석사를 가진 여교사의 한마디에 주눅이 드는 모습이 비춰졌을 때, 그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의아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보수층을 대변한다는 한 유력 일간지에서 외국 유학파 대학강사 40대 여성이 변호사, 의사, 은행지점장을 마다하고 친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문대를 졸업한 7급 공무원과의 결혼으로 진정한 학력파괴를 이뤘다면서 호들갑 떨 정도니, 그런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학 중퇴자 셰프와 명문대 석사학위를 가진 여교사의 만남 또한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일 법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남자 7호처럼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자신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나와서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도,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자기보다 가방끈이 좀 길 뿐인 상대 앞에서 '학력'이니 그 배움의 과정에서 오는 '수준 차이'라는 은연 중에 나오는 말에 주눅이 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이다. 아니 대부분의 번듯한 직장은 대학 졸업장 이상, 그것도 명문대 타이틀을 가진 이들만이 겨우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높으신 분들 말씀따라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보다 될 수 있으면 천만원 등록금과 막대한 대출을 감내하면서 기어코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고, 이왕이면 더 좋은 학벌을 가지고자 높은 사교육비까지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그래서 <짝>은 참 불편하다. 남녀간의 만남에서 가지게되는 감추고픈 속물근성과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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