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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 윤민수에게 배려와 절제의 한 수 가르쳐준 김경호와 김연우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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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나는가수다> 조용필 스페셜 경연에서 '못찾겠다 꾀꼬리'로 1위를 차지한 김경호가 드디어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찾은 듯 보였다. 그 뒤에 이은 <나가수> 듀엣미션에서 김경호는 자신의 오랜 절친이자, 한 때 커플티를 나란히 차려입은 사진 한 장으로 다정한 부부(?)로 까지 오해 받았던 김연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김경호와 김연우가 부부아니나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친분을 가진 사이이긴 하지만, 김경호가 듀엣 무대에 '굳이' 김연우와 함께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참고로 김연우는 <나는가수다>가 다시 문을 열었을 당시 경연자로 참가하였으나, 아쉽게도 그의 진가를 다 발휘하지 못하고 물러난 아픔을 가지고 있다. 김연우에게는 일종의 명예회복을 꾀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그의 탈락을 아쉬워하던 <나는가수다> 시청자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재등장이었다. 




김연우는 <나는가수다> 출연 이전 감정 절제 창법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가수들 사이에서는 발라드의 신, 연우신으로 불렀던 훌륭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가수다>에서도 음정, 박자, 테크닉 부분에서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본래 김연우나 <나가수> 첫등장과 함께 7위를 차지하여 안타까움을 더한 조규찬의 노래 스타일처럼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노래보다, 폭발적인 창법 혹은 어깨춤을 들썩거리도록 신나게하는 무대를 높이 평가하는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연우가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연우가 서서히 <나는가수다> 스타일의 무대에 감을 잡고 그에 맞는 노래를 선보였지만 너무나도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유명 보컬 선생님이자, 연우신으로까지 불렀던 김연우에게 <나는가수다> 조기 탈락은 크나큰 아픔이었다. <나는가수다> 출연 이후 김연우의 콘서트가 단기간에 조기 매진되고, 그의 팬들이 늘어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오로지 '노래' 하나만으로 독보적인 보컬리스트의 자리에 오른 김연우에게는 그야말로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다시 <나는가수다>의 재도전만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오랜 내공을 더더욱 갈고 닦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절친인 김경호가 <나는가수다>의 출연을 결정지었을 때, <나는가수다> 탈락 순간에야 겨우 깨달았던 <나가수> 청중평가단을 감동시키는 무대의 비법을 유감없이 전수해줬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 김경호 초대에 의해 다시 <나는가수다>에 재등장할 수 있었고, 수많은 청중평가단은 실력이 다른 가수보다 못해서 탈락한 것이 결코 아닌 연우신이 다시 나와줬다는 것만으로 열띈 환호를 보내줬다. 

90년대 최고의 로커 김경호와 '발라드의 신' 김연우의 만남은 흡사 성악가와 대중뮤지션의 호흡을 보는 듯 하였다. 김연우도 과거와는 달리, 목에 힘줄까지 보이는 열창의 무대를 보여줬으나, 오히려 김연우를 위해 배려를 한 쪽은 김경호였다. 지난주 '못찾겠다 꾀꼬리' 무대에서 보였다시피 김경호는 시원시원하면서도 파워풀한 바이브레이션과 울림이 좋은 로커이다. 하지만 김연우와의 호흡을 위해서 김경호는 자기 스스로를 낮췄다. 그래서 김경호 특유의 고음은 없었지만 김연우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미성과 어우러져 남자 듀엣임에도 상당히 편안한 하모니가 탄생하였다. 

 


청중평가단 역시 친구 김연우를 위해 최대한 자제한 김경호와 오랜만에 <나는가수다> 무대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김연우 이 두 남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비록 1위를 차지한 바비킴의 흥겨움이 돋보였던 '물레방아 인생' 에 밀려 2위를 차지했지만, <나는가수다> 최고 순위 4위로 만족해야만했던 김연우에게는 더할나위없는 큰 선물이었다. 하지만 김경호는 자신의 높은 순위가 다 김연우 덕분이었다면서 오랜 친구에게 너무나도 고마워했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김경호, 김연우의 하모니는 좋았지만) 김경호의 매력이 조금 반감되는 것이 아쉬웠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김경호 스스로가 자기 혼자 튀기보다 김연우와의 호흡을 생각해서 자신을 자제했기 때문에 모든 이가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듀엣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김연우와 김경호는 둘다 탄탄한 고음역대를 자랑하는 가수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경호는 헤어진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대놓고 절규하는 남자인반면, 자신을 떠나가는 여자를 웃으면서 보내주지만 그 아픔을 속으로 삭이면서 가슴아파하는 스타일이 바로 김연우이다. 또한 김연우는 웬만한 가수들도 힘들어하는 높은 음역을 아주 편안하고 매끄럽게 처리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김연우의 노래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김연우도 그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오랫동안 고수하였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벗고 폭발적인 창법으로 변화를 꾀하였다고하나, 그 어떤 가수보다 파워풀한 김경호에 대적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이번 <나는가수다-듀엣무대>에서 김경호의 파워풀한 매력이 반감되었다고하나, 자기 자신을 낮추면서 끝까지 상대방을 배려했던 김경호의 절제창법으로 더욱더 아름답고 훌륭한 하모니가 돋보인 '사랑과 우정사이'가 탄생할 수 있었다.

 



반면 윤민수, 이영현 두 가수 모두다 파워풀한 창법을 장점으로 가진 '체념'은 워낙 남다른 울림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젊은 청중평가단과 매니저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하나, 방송으로 그들의 노래를 듣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부담이었다. 평소 바이브 윤민수와 이영현을 좋아하고, 두 가수 개개인을 보면 <나는가수다>에 나와도 전혀 손색이없는 최고의 가수임은 인정하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를 위해 배려하지 않고 내지르는 창법은 흡사 자문위원단 김현철의 말대로 '부부싸움'을 보는 듯 하였다. 오히려 대놓고 두 남녀의 피비린내 나는 다툼을 의도했다던 자우림과 어어부 프로젝트 백현진의 실험정신이 인상깊었던 '사랑밖에 난 몰라'보다 더 심각한 사랑싸움으로 들릴 정도이다. 



자고로 듀엣이란 개개인의 노래 실력만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래를 부르는 파트너와 부드럽고도 완벽한 조화가 이뤄져야한다. 만약에 김경호 또한 자신의 가창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김연우가 어떻게 부르던 말던 평소대로 내질렀다면 김경호 본연의 매력을 살아 숨쉴지 언정 듀엣으로는 가히 빵점이다. 정말 이번처럼 윤민수의 듀엣 무대에 대한 자문위원단들의 평가 자체에 구구절절 동감한 것은 처음이다. 정 윤민수가 자기보다 더 파워풀한 소리통을 가진 이영현을 위해 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조금 더 편안한 음색을 가진 여가수와 함께 했으면 청중단뿐만 아니라 자문위원단과 시청자들에게도 더 좋은 평가를 받지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고보니 김경호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상대방을 위한 '자제'는 이번 <나는가수다>가 처음이 아닌 듯 하다. 김경호의 <나가수> 출연요청을 쏟아내게한 결정타로 꼽히는 <위대한탄생>에서의 백청강의 듀엣 무대에서도 김경호는 백청강의 호흡과 성량에 맞춰주는 따스한 배려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도 역시 김경호는 오랜만에 <나는가수다>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친구 김연우를 빛내기 위해서 가수 김경호를 최대한 억제시키는 배려심을 발휘했다. 김연우 또한 자신을 위해 최대한 절제하고 있는 김경호를 위해서 본인의 스타일이 아닌 목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쏟아붓는 폭발적인 샤우팅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맞춰가면서 하모니를 완성시킨 김경호, 김연우의 목소리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빛났고, 듣는 이의 가슴까지 뻥 뚤려주는 듯한 시원스러움이 돋보였다. 가히 남남 듀엣의 정석을 보는 듯한 환상적 하모니가 아니였을까? 사랑 그 이상의, 서로까지 빛나게 하는 우정이 있다면, 바로 김경호와 김연우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사랑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우정이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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