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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별주부전 나는 토끼와 속고만 사는 모자란 거북이에 숨겨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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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는 모든 것을 다 타고난 토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거북이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였다. 비록 시작은 미미하나, 노력하다보면 결국 토끼를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분명 산업사회 시대만 해도 그런 미담이 먹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현재를 살고 있는 토끼는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도 좋을 뿐더러, 심지어 노력까지 한다. 거북이가 쉬지 않고 기어가는 동안 토끼는 달린다. 아니 토끼는 이미 날고있다. 


토끼들은 머리들도 참 좋다. 아니, 차라리 거북이가 아둔하다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똑똑한 토끼 손 안에 놀고 있는 거북이들이 한심해보인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거북이일 수록 토끼의 감언이설에 잘 속는다. 그래도 끝까지 토끼의 간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집념의 거북이 때문에 토끼 또한 위기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토끼가 된다. 그리고 결국 간을 빨리 구하지 못해 용왕님을 살리지못해 망연자실한 거북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아예 토끼를 천하의 게으름뱅이로 만들어버려 우직한 거북이에게 뒤쳐져버린 바보로 만들어버린 이솝과는 달리, 그래도 조선시대에 살았던 토끼와 거북이는 그나마 좀 현실적이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용왕이라는 절대권력이 휘두르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토끼가 우여곡절 잔꾀를 발휘하여달아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별주부전> 속 용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탐욕스러운 권력자. 거북이는 권력자의 말에 충실히 이행하여 백성들을 쥐어짜는 중간계층. 그리고 토끼는 그런 위기 앞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하게되는 힘없는 양민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토끼의 지혜 하나로 토끼는 물론 거북이 그리고 용왕님까지 모두 행복해졌다. 다만 용왕님이 토끼의 변을 드신 것이 좀 걸리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토끼의 간 못지 않은 변을 잡수셔서 건강해지셨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토끼의 간을 바치지 않으면 용왕님은 죽고, 용왕님을 살리자니 토끼가 위험하다. 그리고 토끼의 간을 구하지 못하면 거북이 또한 무사할 수 없다. 

그래서 토끼는 호시탐탐 자신의 '간'을 노리는 거북이를 멀리 따돌려야만하고, 거북이는 필사적으로 그 '간'을 뺏어오기 위해 달려야만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무한도전> 2011년 별주부전에서 거북이를 맡은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는 영리하지도 그리고 치밀하지도 않았다. 만약에 반대로 토끼로 분한 유재석과 노홍철이 거북이가 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간도 찾고 용왕님도 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간 무한도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추격전들의 팽팽한 긴장감의 재미를 다시 한번 느낌과 동시에 느리지만, 지치지않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거북이'의 또 한번의 승리에 희망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거북이들은 토끼에게 완패를 당했고, 금은보화는 모두 토끼에게 돌아갔다. 차라리 잘된 일일 지도 모른다. 드라마와 현실은 염연히 다른 법이다. 상상 속의 세상에서는 누구 하나의 희생없이 행복해질 수 있지만, 누군가가 죽어야 또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는 현실에서는 자고로 잘나고 똑똑한 놈이 승리하는 법이다.

그러나 거북이에게 완전히 불리한 상황만은 아니였다. 유재석 토끼는 중간에 동물들의 건강검진이 열리던 곳에서 불과 5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에 겨우 자신의 간을 숨기고, 정형돈은 기지를 발휘하여 사기꾼 노홍철의 간을 뺏기도 하였다. 허나 거북이들은 애초부터 토끼에게 '간'을 뺏어올 그릇도 그리고 집념도 없어보였다. 단지 초반에만 쉽게 잡지도 못할 토끼를 잡는데 온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다. 만약에 유재석이 도망갈 당시 누구 하나 미행을 하고 잠복만 제대로 했어도 충분히 간을 뺏어옴은 물론 거북이의 승리로도 끝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번 <별주부전 2011>은 그 어떤 무한도전에서 벌어진 추격전 중에서도 제일로 답답했고, 허무했다. 허나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비단 <무한도전-별주부전>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차라리 티비 속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면 이건 모두 '픽션'이야면서 토끼 하나 못잡는 거북이들을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애들"이라면서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 속의 '거북이'들은 무한도전 '거북이'들을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애들이 기대되었던 추격전을 제대로 망쳐놓았다고 남의 이야기처럼 혀를 끌끌 찰 수도 없다. 

아예 무소불위 절대 권력을 휘두르면서 강압적으로 토끼와 거북이들을 위압하는 용왕들과 달리 현실 속의 토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거북이'들을 속이고 따돌린다. 그리고 조금 토끼를 위협할 그나마 똑똑한 '거북이'가 있다면 어떠한 음모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 거북이를 제거하기도 한다. 가끔 분노에 차오른 '거북이'들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노폐물을 조금 떼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대다수의 거북이들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다시 잠잠해지고 세상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토끼의 새빨간 거짓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며, 토끼에게 간과 쓸개를 모두 빼주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주는 거북이도 있다. 그런 나이든 거북이를 볼 때 젊은 토끼들은 한없이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젊고 조금 배웠다는 거북이도 딱히 토끼의 간을 뺏을 수 있는 깡과 지혜는 없어보인다. 

 



무릇 애초부터 모든 면에서 토끼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거북이들은 토끼를 잡을 때 치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제 시대 토끼에게 다시 나라를 찾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거북이들은, 정면에서는 토끼를 맞서기가 쉽지 않으니, 뜻이 맞는 동지들끼리 한반도 땅을 건너가 측면공격을 꾀하였다. 그리고 모든 일을 비밀로 철저하기 준비해야만했다. 그러나 무한도전 거북이들은 날렵하고 이미 서로 똘똘뭉쳐 나 잡아봐라 놀리는 토끼에 맞서, 제대로 토끼를 잡을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 한 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한 적도 없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토끼 한 마리 잡지 못해서 안달이 날 뿐이다. 그리고 어렵게 잡은 토끼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눈 앞에서 다시 놓치고 마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이미 토끼 조직에서도 더 이상 추격못하게 미끼로 잘라놓은 조무래기 한 명은 잡을 수 있어도 가장 큰 머리는 못잡고 평생 토끼에게 당하고 살면서 배나 부르면 족할 암흑의 긴 세월을 살 수 밖에 없다. 

 


분명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토끼가 용왕에게 잡히는 순간, 용왕에게 맞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거북이는 토끼를 잡으려다가 그 도중에 힘이 빠져서 중도 포기하거나, 아예 토끼를 쫓을려고차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유재석, 노홍철, 길 토끼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상황에 혀를 끌끌 차면서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거북이들 때문에 아이들의 동심이 망쳐졌다고 악담을 퍼부을까? 하지만 오히려 요즘 자라나는 몇몇 거북이들은 이미 자신들은 애초부터 토끼를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어른들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이게 바로 21C 대한민국에 펼쳐진 무한도전 별주부전 결과보다 더 잔혹한 대한민국의 별주부전이다. 

 


어쭙잖게 갑자기 뭔가에 흘린 토끼의 실수로 간을 생포한 거북이들, 그리고 간이 없어도 살아나게된 용왕이라는 '막장 드라마' 식 갈등 봉합보다는 이렇게 대놓고 현실을 그리는 것이 더 나은 결말이었다. 분명 <2011년 별주부전>에서 악역이 되어버린 토끼의 승리와 용왕의 죽음으로 끝난 이 비극에 시청자들은 분명 분노를 터트릴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모로가도 막판에는 서로 화해하고 웃으면 좋은 결말이라는 소리를 듣는 판국에서 어쩌면 가장 최악의 결말로 기록될 지 모른다.

다행히 <무한도전 별주부전 2011>은 한 편의 꽁트이고, 차마 순진한 어린 거북이들의 희망을 완전히 밟아버릴 수 없기에 죽었던 용왕님도 얼마 뒤 다시 깨어나시고, 서로 아웅다웅 잡아먹을 듯이 추격적은 벌이던 토끼와 거북이도 언제 그랬나는 듯이 하하하하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다시 씁쓸하게 재확인받은 거북이들의 분노가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 아니 분노와 자꾸만 토끼에게 유리해져가는 세상만을 탓하거나 그냥 토끼에게 모든 것을 다주고, 우리는 토끼가 먹고 남은 찌꺼기만 받아먹고 배만 부르고 살면 된다는 포기에서 끝나서도 안된다. 그리고 레이스 초반 올림픽공원은 죄다 내 손바닥에 있다고 우쭐한 정준하를 향해 "공유지가 네 땅이나"라는 박명수처럼 탐욕에 가득찬 누군가를 지적하고, 들춰내기에서만 끝내도 안된다. 엄연히 불법인 공유지점유를 다시 찾아오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한다. 

 


비록 <무한도전 별주부전> 속의 너무나도 모자르고 대충대충 걸어다니는 거북이들때문에 토끼의 속임수에 빠져 간도 못찾고 용왕님도 못살리는 비극을 맞았다. 거기에다가 되레 토끼들에게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거북이 때문에 꼬마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는 죄(?)까지 뒤집어 써야한다.

이제 남은 것은 현실의 거북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토끼가 교묘하게 숨어놓은 간을 잘 찾아내는가에 달려있다. 앞으로 자라라는 어린 거북이들의 동심은 <무한도전 별주부전>이나 드라마, 동화의 역할이 아니라, 조금 더 인생을 경험한 거북이들이 찾아줘야한다. 적어도 현재 자라나는 거북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거북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도, 본인의 노력 하에 따라 토끼를 이길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해야하지 않을까? 아무리 토끼가 좀 더 스마트해지고 예전보다 더욱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고해도 여러 거북이들이 힘을 합친 지혜와 집념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여전히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유효하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토끼 하나 쯤은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절대권력 용왕도 맞설 수 있는 토끼도 될 수도 있다. 참으로 아둔한 거북이들때문에 한 시간 내내 분통터트리면서 보았지만 21C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시각에서 교훈을 주는 <무한도전-별주부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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