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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김수현 작가 대놓고 뿌리깊은나무 김영현 작가 디스? 오해를 불러일으킨 트위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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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한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 방송작가 컨퍼런스 환영만찬'에서 아주 놀라운 풍경 하나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드라마 거장 김수현 작가가 본인이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선 것이 아니라, 바로 새파란 후배 작가 대신 감사패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원래 감사패의 주인공 김영현 작가는 당시 <선덕여왕> 집필로 바쁘기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여 김수현 작가가 대리 수상을 하여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김수현 작가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은 작가만큼 받는 상도 많았지만, 자신이 받는 상마저 귀찮게 받아들이고(?), 그 당시 제일 잘나가는 배우는 물론이고, 후배작가들이 쓰는 작품마저 일일이 지적하는 작가로 보여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그녀가 한참 후배인 김영현 작가가 집필로 바쁘다는 이유로 김영현 작가 대신 대리수상을 하였으니, 화제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김수현 작가는 김영현 작가를 좋아하고, 김영현 작가 또한 자기 대신 기꺼이 무대에 올라간 선배 김수현 작가를 존경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두 작가는 최근 한 방송국에 각각 월, 화/ 수, 목 드라마를 맡게되면서 기묘한 인연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SBS 로서는 대한민국 드라마 대표 두 작가가 모두 드라마 집필을 맡으면서 매주 대박행진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쾌재를 부를 만 하다. 또한 김수현의 <천일의 사랑>, 박상연 작가와 공동 집필을 맡은 <뿌리깊은 나무> 첫 회부터 큰 화제를 모으면서 시청률 고공 상승을 이어나가면서 SBS를 기쁘게 하고 있다. 

김수현의 <천일의 사랑>, 김영현의 <뿌리깊은 나무>는 시간대도 다르지만, 각각 추구하는 장르와 너무나도 다른 두 작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수현은 사람 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처리와 김 작가 특유의 소설을 보는 듯한 길고도 맛깔나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반면, 김영현은 작품 곳곳에 처리된 복선을 주고 매주 시청자들 스스로 탐정이 되어보게하는 박진감넘치는 미션을 풀게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모든 것을 다 친절하게 설명해주고자하는 김수현 작가와는 달리, 김영현 작가는 처음부터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서서히 그리고 차근차근 인물과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게 그간 김영현 작가 작품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패턴이라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 작가로서는 왜 <뿌리깊은 나무>에서 노비인 똘복(장혁 분)이 다 자라 강채윤으로 변한 순간 어느새 갑자기 한문을 유려하게 사용하게 됬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참고로 극 초반 그 당시 피지배층과 다를바없이 문맹이었던 똘복의 아버지는 장인 어른인 심온 대감을 살리려고 보낸 밀지가 운반도중 조작된 것을 글을 읽지 못하여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래서 똘복은 자신의 아버지 죽음이 모두 세종 이도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여기고, 평생 이도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히 기다리면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몰래 조선 땅을 탈출한 후 북방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진족의 목을 무수히 베면서 김종서 장군의 눈에 들기를 기다렸고, 오로지 이도가 사는 궁궐 안에 들어가기 위해 치밀한 삶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관아의 일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조건 '한문'도 악착같이 익혔을 것이다. 이도를 죽이기 위해 조선 최고 무예 고수 이방지에게 굴욕까지 당하면서 '주상술'까지 배웠던 강채윤인데, 제 아무리 노비출신이라고 할 지라도 '한문' 또한 소홀히 할 리가 없다. 또한 글을 몰라 아버지 유서조차 읽지못하고 잃어버렸다는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아, 더욱 한자 공부에 매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태어 김영현 작가는 글을 몰라 아버지가 죽고 세종을 원망하는 강채윤이 어떻게 '한문'을 배웠는지는 소상히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다시 만난 소이(신세경 분)과의 재회에서 거침없이 어려운 한자를 읽어내는 강채윤을 통해서 '아 채윤이 그동안 한자를 열심히 배웠구나'라는 짐작을 안겨줄 뿐이다.


그렇다면 김영현 작가는 글을 모르던 채윤이 갑자기 한자를 읽어내는 능력이 마법처럼 뚝딱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황당 전개가 눈에 보일 정도로 섬세성이 부족해서 이런 웃지못할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 극의 개연성과 세부적인 디테일을 보면 가히 김영현 작가를 따라갈 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채윤의 수사 드라마였던 원작과는 달리 군주 세종의 면모와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뿌리깊은 나무>만 봐도 강채윤, 무휼을 비롯한 무사들이 칼을 차는 법, 대한민국 사극에서 처음으로 조명되는 '반촌'에서의 생활상만 봐도 요즘 사극과 달리 비교적 철저한 고증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김영현 작가는 집현전 학사들이 연이어 죽음을 당하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로 당시 몰래 만들어지고 있던 '훈민정음'을 동원하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군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이도의 고뇌를 담아 당대 후대들이 열광할만한 새로운 '세종' 캐릭터를 탄생하기까지 이르렀다. 거기에다가 김영현 작가 못지않게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장태유PD가 만나 <뿌리깊은 나무>의 완성도는 최고조에 달한 듯 하다. 

드라마 상 똘복이 어떻게 한자를 알았나를 친절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강채윤이 똘복이임을 알게된 세종이 "(똘복이) 나를 죽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 말인가"하는 대사만으로도  똘복이 한문을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기까지 한다. 또한 똘복은 어린시절에도 아버지에 관련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무모한 성격으로, 과거 글을 몰라 아버지의 유서조차 읽지 못하는 콤플렉스 때문에 더더욱 이를 악물로 글을 익혔을 법도 하다. 오히려 디테일을 위하여 똘복이 자라면서 피터지게 글을 익히는 장면이 친절히 나온다면,소설보다도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필수적인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지지부진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김수현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편이다. 그 친절함이 가끔은 시청자들을 가르쳐주는 고압적인 태도로까지 보여질 때도 더러 있었다. 해야할 말이 너무 많아 빨리 읊조릴 수 밖에 없는 대사들처럼 김수현은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시청자들을 직접적으로 설득을 시키곤 한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에 대한 반응은 늘 호불호가 엇갈리는 편이다.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만연체 문장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에 '언어의 마술사'라면서 경의를 표하는 쪽과 장황하고도 서로 말싸움에서 안지려고 하는 팽팽한 기싸움이 부담스럽다는 반응, 이처럼 둘로 나뉘곤 한다.

거기에다가 김수현 작가는 본인 드라마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도 말이 많고 자기 표현과 주장이 확실한 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의사를 내비추는 그 과정에서 종종 논란과 반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김수현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 장혁 똘복은 언제 한문 공부를 했죠', 땅에서 궁 지붕으로 훙 날아오르는 똘복의 뻥세가 심한 무술과 무술과 여러가지가 혼합된 불분명한 장르에 대한 지적도 마찬가지이다.

 


김수현 작가는 과거 만인이 놀랄 정도로 기꺼이 대리 수상까지 자임하게 하였던 김영현 작가와 서스럼없이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김 작가 기준에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 트위터 글을 보게된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궁금하기보다, 필력 좋은 후배작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에 배가 아픈 나머지 일부로 비이냥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화근이었다. 또한 이번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파스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쉐프(이선균 분)의 대사가 마초성향이 돋보인다는 지적과 패러디로 대중들의 반발을 산 사건도 있었다.

결국 김수현 작가는 '똘복 한문' 한마디로 다시 한번 수많은 대중으로부터 '후배 작가에게 태클걸고 사소한 것으로 트집잡는 선배작가'라는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었다. 설령 김수현 작가는 평소 자신이 아끼는 후배 김영현 작가가 더욱 완벽한 극의 완성도를 기해달라는 주문을 그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여지는 그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대중으로서는 잘나가는 후배작가에 대한 질투로 보여질 수 밖에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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