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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눈물로 호소한 개그투나잇. 웃음보다 미모의 방청객과 민망함만 남았던 참담한 첫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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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나마 심야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가 폐지된 이후 SBS 공채 개그맨들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이름을 꽤나 알리던 몇몇 개그맨들은 케이블 예능 게스트나 행사를 뛸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개그가 아닌 알버 전선에 뛰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어떤 개그맨은 sbs 개그맨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개그 무대에 서고 싶어서 유일하게 개그프로그램 무대가 존속하고 있는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려고까지 할 정도로 과거 <웃찾사>에 나왔던 개그맨들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11월 1일에 있었던 sbs의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 투나잇> 제작발표회에서는 웃음을 주는 이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눈물 바다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손민혁을 필두로 제발 보지도 않고 맛 없다고 평가해주지 말고 한번만 봐달라는 '구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되레 과거 <웃찾사>의 실패요인을 들먹이며 시청률 때문에 <웃찾사>가 폐지되었다는 것을 원망하기 전에 개그맨으로서 웃기지 못한 본인들을 탓해라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웃찾사> 때와 얼마나 달라졌기에 저렇게 자신있게 "와서 먹어봐라"할 정도일까 싶어서 찾아갔지만 결과는 역시 실망이었습니다. 애초부터 맛에 대해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맛있어졌겠지 하면서 찾아갔건만 이건 생각 외로 참담했습니다. 아마 진짜 돈을 주고 음식을 먹는 식당이라면 아무리 신장개업이라고해도 먹은 음식에 대한 대가는 커녕 바로 도중에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집이었습니다. 

 

수백명 몰려든 조폭을 향해 밥을 쏘라는 말도 안되고 어이도 없는 쌍팔년도식 유머를 시작으로 나름대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신선한 소재를 들고나왔다고하나, 이미 뻔한 웃음 코드가 예상되는 결과. 홍현희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과 나름 비싼 등록금을 풍자한 시도는 좋았으나 긴 시간 과도한 오버가 안타까웠던 더 레드. 어설픈 외국어 사이에 한국어로 어설프게 웃기려고 하는 평범한 개그의 식상함. '나였으면' 하는 노래와 여성 개그우먼 중 화보를 찍을 정도로 역대 최고의 미모라는 최은희와 특별 출연한 강민경의 아리따운 얼굴과 최은희가 자신의 가슴팍에 인형을 부비부비 비빈 선정성 가득한 장면만(?)인상깊었던 장면. 이제는 한국 영화에서도 안 먹힌다는 조폭의 희화화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개그들의 재탕은 과연 이들이 새로운 개그를 위해 노력이라도 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개그투나잇>은 작년 <웃찾사> 폐지 이후 개그맨들이 이를 악물고 칼을 갈았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2개월간 지난 날과 다른 참신한 개그로 등돌린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노라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바도 도무지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거니와 tvN에서 방영되는 <코미디 빅리그>. 그리고 '나도가수다'를 앞세운 <웃고 또 웃고>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개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을 뽑자면 유감스럽게도 <개그투나잇> 출연진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경력이 많은 강성범과 박준형이 코너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개그투나잇 한줄뉴스' 입니다. 나름 개그와 시사의 결합으로 세상에 대해서 날카롭게 풍자를 시도한다는 면은 긍정적으로 평가될만하나, 문제는 두 마리의 토끼는 커녕 날카로운 시사도, 웃음 그 어느 하나도 잡지 못했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탐내는 이유로 '다께시마'를 거꾸로 해서 '마시께다'이라는 허무맹랑한 개그로 문을 연 한줄뉴스는 그 뒤에도 계속 조폭개그, 유흥업소와 관련된텐프로 발언, 바지내리는 음대 교수 등 웃기기보다 민망한 헛발질을 계속하며 차라리 타 방송국의 기자 신분이지만 '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최일구 앵커를 투입하는게 어떨가 싶을 정도로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네 아직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가장 심신이 지치고 피로한 심야 12시에 방영하여 뭘 봐도 지루하고 따분해보인다는 것이 <개그투나잇>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발표회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편견을 버리고 봐달라고 호소한 개그맨들의 말처럼 "너네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과거 <웃찾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거다"라는 선입견이 냉담과 조소를 이끌어낼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동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심기일전으로 새 마음 새 뜻에 임한 <개그투나잇> 팀에겐 미안하지만, 11월 5일 첫 방영된 <개그투나잇>을 보면 아무리 좋게좋게 장점을 찾아보려고해도 일말의 동정심으로도 웃으면서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히려 개그보다 맨 앞줄에서 연신 카메라 세례를 받는 미모의 여인들이 눈에 더 띌 정도니까요. 자꾸 이런 식으로 우리는 다시 개그 무대에 서게 되어 실업자 신세를 면했다. 우리는 그동안 불쌍하게 살았으니 한번이라도 더 봐달라면서 눈물을 흘릴 수록 곧 조기 폐지는 물론이거니와, 웃으려고 보는게 아니라 카메라가 잡히는 미모의 방청객때문에 보는 시청자들만 남게 생기겠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대 편성을 걱정하기 전에, <개그투나잇> 개그 그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웃고 또 웃고>도 시간대 때문에 시청률은 터무니없이 낮지만 연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정재범' '이소다' 라는 걸출한 개그 캐릭터가 배출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청률 7% 대를 기록하여 평일 시간대로 옮기는 욕심보다도 제 아무리 황금시간대로 이동한다고하더라도 <웃고 또 웃고> 만큼도 안나올 것 같은 안습의 개그부터 대대적으로 손을 보는게 그나마 <개그투나잇>이 과거 <웃찾사>의 전철을 밟지않을 유일한 비법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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