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독불장군 이강훈을 이해하게 만드는 신하균의 존재감

<브레인> 속 이강훈(신하균 분)은 흔히 말해 '싸가지'가 없는 의사입니다. 머리도 좋고 의사로도 재능도 출중하고, 미녀 2명이 동시에 좋다고 따라다닐 정도로 매력있긴 하지만, 세상 혼자사는 '독불장군'임은 부인할 수 없어요. 

자기밖에 모르고, 모든게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하는 이 남자. 분명 주위에서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피곤하고, 자연스레 '이강훈'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혀를 끌끌 찰 수 밖에 없어요. 아예 후배 의사인 윤지혜(최정원 분)은 이강훈에게 '신경외과 의사로서 자질이 없다'는 등의 모욕을 받기 일쑤입니다. 도대체 자기는 얼마나 잘났기에 타인에게 상처주는 말을 해가면서, 도도한 자존심을 유지하는지 선배의사나 동료 의사, 간호사들은 한마디로 골때리는 '이강훈'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남자 알고보니, 그동안 의사로 살면서 남들에게 상처를 줬던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아픔을 겪고 살았습니다. 마지막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에게 '살인자'라고 절규하는 이강훈의 모습이 비춰지긴 했지만, 이강훈의 아버지는 어릴 적 김상철 교수에 의해 집도된 수술이 잘못 되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실수 였고, 그 많은 의료 사고 중의 하나였지만 그 당시 환자의 가족이자 아들인 이강훈에게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살인'입니다. 

거기에다가 예전에 집을 나간 어머니(송옥순 분)은 아버지의 장례식 때 만삭의 몸으로 어린 강훈을 찾아 옵니다. 물론 그 뱃속에 있던 아이는 강훈의 아버지 사이에서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낳은 동생입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의료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가출하여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진 어머니, 심지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까지 들이닥치는 빚독촉. 강훈은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 상황에서 공부에 집중하여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만 갈 수 있다는 천하대 의대에 들어가, 거기에서도 수석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더 대단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강훈 곁에 다시 돌아온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도 자식을 끔찍이 생각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한 때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이 더욱더 강훈에게 잘해야겠다는 지극정성으로 변화한 것이죠. 거기에다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까지 잘해 남부럽지 않은 최고 의사로 자랐으니 어머니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이기도 하구요. 

허나 강훈은 겉으로 보면 아예 어머니 존재 자체를 귀찮아 하는 느낌입니다. 계속 자신을 챙기러온 어머니에게 "차라리 그 때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요."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충격받고 너덜너덜 힘없이 돌아가는 어머니의 양말도 신지않은 모습을 바라면서 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 애처로운 만감이 교차하는 슬픈 눈빛을 보이는 이강훈입니다. 

 

이강훈에게 어머니. 그리고 가족은 외면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전혀 나몰라할 수 있는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비록 앞에서는 어머니에게 막 대하는 싸가지 아들이긴 하지만 아들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파출부를 나가야 겨우 빚을 갚을 수 있는 무능력한 어머니를 대신하여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의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 압박감에 그는 더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었고, 독해져야만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짓밟고 모진 말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아프고 천하대 조교수 자리는 커녕, 혜성대 조교수 임용까지 실패하여 갈 곳이 없는데도 여전히 고고하게 자신의 자존심을 쉽게 꺾지 않습니다. 

네, 제 아무리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자기방어라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뇌출혈로 몸저누운 최악의 상황에도 자기 자존심만 앞세우는 이강훈은 쉽게 이해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자신을 지탱해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된 이강훈에게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얄랑한 자존심밖에 없습니다.

분명 이강훈은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성공에 이용해먹기 위해서 다시 이강훈을 천하대 병원 신경외과로 받아들이려는 고재학(이성민 분)의 제안을 받아들여야합니다. 또한 뒤늦게 김상철 교수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상철 밑에서 근무를 하고 싶으면 쉽게 김상철의 멱살을 잡고 '살인자'라고 욕할 수 없겠죠. 

이리저리 앞, 뒤 눈치 보면서 삶을 연장해야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강훈처럼 자신이 꿇리는 대로 자존심만 발휘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불가능입니다.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100배, 1000배는 잘난 이강훈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자신이 필요할 때만 이강훈을 이용해먹으려는 고재학이나, 아버지도 의사고 집안 자체도 좋은 서준석(조동혁 분)에 비하면 모든 것을 다 혼자 힘으로 악착같이 일궈내야하는 '약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분명 재수없지만, 자기보다 강한 존재의 짖궃은 장난에 이용당하고, 그들에게 '잘못' 보였다는 죄로 쫓겨날 판국에도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한없이 당당하고 고고한 이강훈에게 희열감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마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그 역할에 몰입되어 그 사람을 자발적으로 이해하게끔 만드는 캐릭터는 흔치 않을 듯합니다.

만약에 신하균이 아닌 다른 배우가 '이강훈'의 역할을 맡았다면 제3자 관찰자 입장에서 이강훈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도, 이강훈이란 인물과 100%동화되어 그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바라볼 수는 없었겠죠. 신하균이 그리는 이강훈을 통해 분노하고, 울면서 어느 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브레인>에 빠져드는 시청자들입니다. 그렇게 <브레인>으로 월요병을 고치는 마니아 입장에서는 신하균을 통해 공감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개천의 용을 새로이 창조하게 큰 도움을 주신 '한류스타'가 너무나도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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