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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브레인>은 이강훈(신하균 분)을 어디까지 궁지에 몰아넣을까요? 아무리 봐도 너무 하다는 생각뿐입니다. 당장이라도 tv 속에 들어가, 이강훈 선생을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현재 이강훈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직장인 천하대 병원에 자의반 타의반 나가게 된 것을 모자라, 이번에는 어머니(송옥순 분)까지 뇌암 투병 중입니다. 어머니의 투병은 결국 강훈을 김상철(정진영 분) 교수 개인 연구원이라는 굴욕적인 상황을 만든 것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강훈의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죽인 김상철 교수에게 거짓말까지하면서,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무릎까지 꿇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강훈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자존심마저 저버리고 오직 어머니를 살리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자 했으나, 어머니의 상황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결국 강훈은 김상철 교수의 만루에도 불구하고 임상 실험 중인 CH PKC 약을 훔쳐 어머니에게 투약했습니다. 해서는 안될 행위라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려내겠다는 강훈의 처절한 몸부림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허나 어머니는 상태가 좋아지기커녕, 갈 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 가게되면 붙잡지 말고 놔달라."는 어머니와 결코 어머니를 이대로 놓아줄 수 없는 아들. 더 이상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던 어머니는 한 겨울 속에 핀 개나리를 손으로 만지러 하다가 쓰러지게 되었고, 강훈은 그 때부터 이성을 잃고 맙니다.
강훈은 진짜 어머니를 살리고 싶습니다. 한 때 오해로 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해서 애써 차갑게 대했던 적도 있으나, 그의 가슴 속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가 유독 천하대 의대 교수에 집착한 것도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복수라고 여긴 점도 없지 않으나 자기가 성공해야 빚더미에 고생하는 어머니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도 섞어있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그는 어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는 김상철 교수의 냉철한 말 한마디에도 "수술을 해서 어머니를 살려야한다." 면서 마음 속에 맺혀있던 울분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강훈에게는 첩첩산중. 매회 위기가 닥쳐옵니다. 다음회 예고편을 보니 어머니의 수술은 하게 되었으나, 불법 투약이 문제가 되어 또다시 궁지에 몰리는 강훈입니다. 게다가 어머니가 살아날지는 아직 불투명하구요.
해맑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정평이 난 신하균이지만, <브레인>에서는 한번도 활짝 웃는 장면을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이강훈은 늘 처절하고 고독하고 불안했습니다. 아무도 병원 내에서 막말을 일삼고 출세에 목을 메는 이강훈을 좋아하는 이 아무도 없었고, 오직 그를 짝사랑하는 윤지혜(최정원 분)만이 그의 주변을 빙빙 맴돌 뿐입니다.
그래도 실력은 있어 천하대 조교수까지는 무난히 진출할 줄 알았는데, 그 마저도 그를 시기하는 무리에 의해서 좌절되고 그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동안 자존심까지 굽히며, 고재학(이성민 분)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의사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그가 시키는 모든 일을 수행했지만, 강훈과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배경을 가진 서준석(조동혁 분)에게 무너지게 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브레인>뿐만 아니라 세상은 늘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도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의 후손들은 어디서 살고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데, 버젓이 '친일인명대사전'에 이름이 등재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덕망높은 우리 할아버지는 친일파가 아니다는 오리발만 내미는 후손들이 떵떵거리면서 호위호식하는 씁쓸한 상황입니다. 부모가 쌓아놓은 부와 권력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는 대한민국에서 이강훈처럼 아무 배경도 없는 상황에서 주류 사회로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이강훈은 비약적으로 천재적인 두뇌와 그를 싫어하는 이도 인정할 수 없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기에 최소한 아버지의 배경만 믿고 '깝치는' 이들과 겨눌 수는 있습니다. 허나 그마저도 감히 겁도 없이 기득권에게 대든다는 이유로 부당한 방법으로 내쳐지게 되었고, 계속 그를 경계하는 이들로부터 갖은 시련과 모욕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강훈을 응원할 수 밖에 없고, 제발 강훈만이라도 진정한 "개천의 용'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원하게 됩니다.
허나 겉으로 보기에는 싸가지없고, 출세를 위해서라면 악마와 손을 잡을 것 같은 이강훈은 여간 시청자들에게 동정받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평면적인 연기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배우 신하균은 슬프고도 깊은 눈빛과 진정성이 드러나는 절규만으로 단숨에 안방극장은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립니다. 제 아무리 도저히 이강훈 같은 유형을 이해할 수 없는 시청자들조차, 이강훈이 가진 슬픔과 고통을 구구절절이 이해시키는 신하균입니다. 어쩌면 신하균이 이강훈을 맡았기에 보다 입체적으로, 마치 내 일인양 이강훈의 거듭된 고난에 불같이 화를 내고, 진정으로 아파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레인> 보면 볼 수록 참 마음이 아픈 드라마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강해져야하기에 여린 독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강훈이 실력보다 빽과 돈이 우선인 이 나라가 만든 괴물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쉴새없는 이강훈의 거듭된 고난이 결코 무리한 설정으로만 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가진 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없는 자에게는 끊임없는 박탈감만 안겨주는 세상.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 같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강훈을 힘껏 안아주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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