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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년 간 기나긴 세월을 오직 ‘연우’ 하나만 품었던 양명군(정일우 분). 그토록 기다리던 연우의 존재를 드디어 찾았건만, 역시나 세상은 그에게 사랑조차 허락하지 않았어요. 조선 최고 지존 자리도 아바마마의 사랑도, 심지어 유일하게 그리는 여인까지. 모두 다 동생이자 적장자 훤(김수현 분)의 차지였죠.
그런데 양명군이 연우를 아끼는 만큼, 훤 또한 연우를 너무 사랑하고 있어요. 중전이야 세자빈을 몰아내고 있어야하지 않을 자리에 떡하니 앉아있는 요녀니까 미워서 거부할 수도 있지만, 조선 최고 미녀(?)들이 꽃밭을 이루는 궁궐에서 한창 팔팔 끓어오는 건장한 청춘이 순정을 지킨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죠.
연우를 차지하기 위해 고즈넉한 사찰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는 형과 동생. 아니 왕과 왕의 이복형. 두 사람은 분명히 목숨을 건 진지한 싸움이나, 시청자들은 당췌 너네 둘이 뭐 때문에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답답한 상황만 이어지고 있네요.
물론 머리로는 아버지가 같은 이 형제가 왜 칼을 겨누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이게 다 조선 최고 팜므파탈(?) 허 연우 때문이죠. 8년 전 허연우는 확실히 세자, 양명군 그리고 (소설 원작에서는) 왕의 호위무사 운의 차디찬 마음까지 녹게 하는 조선 시대 판 소녀시대였죠. 뛰어난 미모에 재색에 지혜에 그리고 따스한 성품까지 갖추었으니 세상에 어느 남자가 허연우라는 소녀를 마다하겠어요. 이 허연우를 거부하는 남자야 말로 진짜 강심장이죠.
8년이 지나고, 관 속에서 힘겹게 나온 이후에도 확실히 허연우의 외모는 변함없이 아름다워요. 그동안 기억 상실에 걸려, 무녀 노릇한다고 읽지 못했던 ‘한비자’에 팔려 그토록 보고 싶던 왕도 내팽겨쳐 놓고 책 삼매경에 빠질 정도로 왕성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어요. 또한 적어도 드라마에서만큼은 조선 1인자와 2인자가 “허연우 내꺼다.” “나에게 내놔라.” 아웅다웅 다툴 정도로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구요.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성인 허연우입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연우가 8년 전 세자저하를 다시 만나면서 잊고 있었던 그의 존재를 더듬어가는 중요한 상황 속에서도, 오직 “한가인 연기 못한다.” 소리만 듣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하긴 그 때는 기억과 함께 감정이란 자체를 모두 다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또한 일절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무녀였기 때문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무뚝뚝으로 일관하는 연우가 이해될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도 있었구요.
다행히 예전보다는 ‘연우’라는 인물에 많이 익숙해진 한가인입니다. 이제 기억도 되찾고 불과 종방까지 4회밖에 남지 않았으나 이제 드디어 ‘훤’과 본격적인 달달한 로맨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양명군과 중전까지 가세한 불꽃 튀는 사각관계가 준비되어있으니까요.
하지만 훤, 연우, 양명군의 우연찮은 삼각 대면 중 윤대형의 지시로 괴한들이 습격하여 훤이 그들과 싸우는 사이. 이 때다 싶어서 연우의 손을 잡고 달아나는 양명군. 자객들과 열심히 싸우던 훤이 달려오는 것은 둘째 치고, 연우의 목숨을 노리는 또 다른 자객들이 뒤따라올지도 모르는 위촉즉발의 상황.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를 특유의 무뚝뚝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읊으며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는 연우아가씨만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만 생각했던 전하를 생각하여 한층 어려보이는 꽃단장을 선보이며, 나름 귀여운 애교와 질투, 어리광까지 총동원하여 뭘 해도 “우리 연우 최고.”라는 훤을 기쁘게 하는 연우. 하지만 끝내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성인 연우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인 몇몇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수많은 독자를 목놓아 울게했던 원작 소설 특유의 애절함과 달달함은 어디가고, 오직 여주인공, 그 외 인물들로 나뉘어 극과 극의 연기평가만 이어지는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로만 남게 된 <해를 품은 달>. 그래도 종방이 얼마 남지 않은 <해를 품은 달>을 지금까지 건실하게 이끌어오게 한 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훤’ 덕분이죠.
“연우아.” 부르면서 브라운관 밖에서 보는 시청자의 마음까지 달달 녹이는 달콤한 목소리. 그 이름이 저 연우가 아니라, 내 이름이 였으면. 어떻게 무녀 ‘월’에게 곁눈질을 할 수 있나고 질투 부리는 귀여운(?) 연우를 보고 환히 웃는 훤을 보면서, 나를 보고 저렇게 웃어주면 좋겠다는 헛된 바람이 오늘도 내일도 ‘훤’만 머릿속에 아른 거리게 하네요.
하지만 한 나라의 왕이 사랑 놀음에 빠져 가장 중요한 왕으로서의 고귀한 체면과 위엄이 없다면 한심한 팔불출일 뿐이죠. 과거 세자빈 죽음을 밝히면 모두가 위험하다는 대왕대비마마(김영애 분)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왕대비를 안심시키며, 차후 복수를 준비하는 치밀함에 권력 유지를 위해 나라를 어지럽히고, 연우를 고통에 빠진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단죄하고 무고한 자를 복권하여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는 사뭇 비장함과 남다른 박력까지. 진짜 남자다운 모습까지 보여주는 우리 전하입니다.
거기에다가 일단 이름 그대로 훤칠하게 잘생겼지. 무예면 무예, 키스면 키스, 눈웃음이면 눈웃음. 못하는 게 없으니,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재벌2,3세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왕을 마다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다가 일단 이름 그대로 훤칠하게 잘생겼지. 무예면 무예, 키스면 키스, 눈웃음이면 눈웃음. 못하는 게 없으니,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재벌2,3세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왕을 마다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오직 ‘전하’만을 바라보는 수많은 바깥 여성들의 순정을 뒤로하고 끝내 그토록 좋으시다는 연우 아가씨와 무려 2번이나 입술을 맞추신 전하. 그래요.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우리는 그 키스신을 제작진들을 석고대죄하면서까지 무려 일주일씩이나 간절히 기다려왔잖아요. 그런데 차라리 키스신을 기다렸을 때가 더 설렜다는 반응이 심상치 않게 올라오고 있네요. 괜찮아요. 그간 마음 고생으로 슬퍼서 눈물 흘리고 있는 한가인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고, 제대로 리드하면서 달달하게 키스 하는 김수현을 보고, 저 여자가 ‘한가인’이 아니라 훤이 사랑하는 ‘연우’다 혹은 ‘나’다 하면서 계속 주문을 걸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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