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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청룡영화제 한국 영화계에 필요했던 최민식의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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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올해 33년 째를 맞는 '청룡영화상'은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이다. 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침체로 잠시 폐지되었다가, 1990년 조선일보 계열사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식으로 명맥을 재개해왔다. 


때문에 작년 32회 청룡영화상에는 조선일보, 아니 명확히 말하면 조선일보가 열렬히 지지하는 한미 FTA를 둘러싼 소감이 많았다. <부당거래>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 아내 강혜정은 "이 세상 모든 부당거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연속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은 작년 청룡 영화제에서  "그나저나 내년에 이 시상식 미국에서 여나요?"라는 주최 측에 뼈있는 농담을 건냈다. 


하지만 민간에서 개최하는 청룡영화제는, 오히려 정부가 상당부문 관계한다는 '대종상 영화제'보다 더 공정하고 납득가는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언제부턴가 충무로 영화인들은 대종상보다 청룡상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었다. 청룡은 진보 성향 지식인들이라면 거부감을 일으키는 조선일보 주최 영화제이다.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굳이 두 영화제 사이에서 좋고 나쁨을 매기자면, 십중팔구 청룡의 손을 들어준다. 왜 영화인들이 '조선일보' 타이틀에도 불구, '청룡영화제'를 더 선호하는지는 어제 11월 30일 수상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피에타> 조민수를 제치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다소 이변이다. 그리고 두 영화를 모두 본 관객으로서, 조민수, 임수정의 연기 모두 좋았지만, 과연 임수정이 조민수 대신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는지도 약간 의문이다.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의 연기도 조민수가 아니었다면 여우주연상 타기 충분했고, 가끔 배우 부문에서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변을 일으키는 청룡이기 때문에, 뭐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오히려 신인여우상에서 상당한 이변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올해 열린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싹쓸이한 <은교> 김고은이 견고해서 그런지, 청룡 또한 그녀에게 신인상을 주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납득가능하고 당연한 수상과 시상이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게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없는 15관왕을 몰아주며 구설수에 올랐던 '대종상영화제'와는 달리, 청룡은 <광해>에게 미술상 하나만을 안겨주었다. <광해>에서 허균으로 출연한 류승룡이 대종상에서는 <광해>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청룡에서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대종상에서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소감을 하였다. 애초, 류승룡은 <광해>가 아니라 올해 충무로 대박 캐릭터 중 하나인 <내 아내의 모든 것> 장성기로 상을 받아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다만, <광해> 15관왕 업적을 이루고 싶었던 대종상 주최자만 몰랐을 뿐이다!!!!!


남우 주연상 또한 대종상처럼 이병헌이 아닌, 올해 다시 제대로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한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이번 청룡 남우주연상은 누가 받아도 당연한 쟁쟁한 경쟁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영화제의 꽃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이다. 최우수 작품상은 청룡 영화제보다 명성이 높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의 <피에타>가 있기 때문에, <피에타>를 제치고 <광해>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준 대종상이 더 놀라울 정도이긴 했다. 그런데 TV조선에서 일정 부분 투자한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광해> 추창민, <도둑들> 최동훈 감독에게 감독상을 줄 것 이라는 지배적인 예상과 달리, 보수적인(?) 언론이 후원하는 청룡이 선택한 감독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이다!!!!!!!! 


개인적으로,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작품을 감명깊게 본 관객으로서 정지영 감독의 수상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특히나, 정 감독님이 청룡에서 전혀 수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기쁘다. 한편으로는 조선에서 후원하는 청룡이 좌파성향 참으로 강한 정지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애초 청룡이 후원하는 조선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영화제였다면 지금처럼 영화인들이 그나마 인정하는 상으로 명성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0일 청룡영화제를 총평하자면, 비교적 공정했던 영화제였다. <대종상>과는 달리, 올 한해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물이었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상을 받은 것도 좋았고, <건축학개론>이 음악상을 못탄 것이 아쉽지만, <범죄와의 전쟁> 음악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영화제의 백미는, 단연 수상한 이들의 수상소감이다. 올해 청룡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의 메시지가 수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자아냈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멘트로 들릴 수 있지만, 돈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나 영화인들, 관객이 아닌, 특정 대기업 자본에 휘두르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얼마 안 있으면 큰 소통을 결정할 날이 있다. 여러분 모두가 킹메이커라 생각하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뽑길 바란다" 는 멘트로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뼈있는 소감을 내비춘 류승룡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다. 소통을 잘하고, 각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국 영화 포함, 이 나라가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민식은 총 관객 1억 돌파, 천만관객 영화 2편 탄생 등으로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한국 영화계의 적나라한 어두운 그림자를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최민식은, 4년 동안 공들여 영화를 만들었지만, 8일 만에 자기 손으로 자기가 만든 영화를 죽인 <터치> 민병훈 감독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청룡 영화제 사회자는 <터치>에 거의 무보수로 출연했던 유준상이였고, <터치>의 여주인공 김지영은 시상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터치>의 두 주인공을 앞세워 한국 영화계에 참으로 빈번했던 공정성 문제를 언급했던 최민식. "우리는 주류에서 화려한 잔치를 하고 있지만 어떤 동료 감독은 쓴소주를 먹으며 비통에 젖어 할 것이다" 는 말이 가슴아프게 들린다. 그게 현실이니까. 대기업에서 투자한 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한 이들은 대종상, 청룡상에도 참가할 수 있고, 몇 백만은 기본, 운 좋으면 천만관객 영화에도 얼굴을 내비출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대했던 15만관객도 못채우고, 첫날부터 자신의 영화를 교차상영하는 영화계에 항의, 자기 손으로 쓸쓸이 막을 내리는 영화인이 더 많다. 아니 넘쳐난다.


조선에서 후원하긴 했지만, 청룡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상업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한 영화인들의 잔치다. 김기덕이나 정지영 감독처럼 해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거나 권위있는 거장이 아님,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 감독은 수상 후보 부문에 오르기조차 힘들다. 언젠가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가 대종상, 청룡상 등을 휩쓴 적도 있지만, 독립 영화를 둘러싼 현재 상황은 그 때보다 훨씬 열악해졌다. 


대기업에서 투자한 영화도, 상업 투자를 일절 받지 않은 영화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최민식의 말대로, 영화제라는 축제는, 올해 영화를 만든 모든 영화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즐겨야한다. 영화감독이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누구는 상을 받아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고, 누구는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극과극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 이상 지양해야한다. 이는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여, 풀어내야할 양극화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기덕 감독의 말씀처럼 돈보다 사람이 우선시 고려되는 세상이 되어야하고, 류승룡의 수상소감처럼 소통 잘하는 지도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에 꼭 참여해야한다. 이것은 어느 특정 후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대선에 참여한 후보들에게 건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의 말씀이다. 


사람을 행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나라에서 사람이 우선시되고, 재벌, 노동자 모두가 가진 돈이나 권력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 아닌가. 아무쪼록 최민식의 주장대로, 영화계가 제도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영화 발전과 대중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서. 저예산 독립 영화 감독을 잘 키워야, 영화계 산업이 굳건히 지탱할 수 있는 법이다. 이건 당부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 자본의 성공에 가려진 위기의 한국 영화계를 구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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