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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액션. 변신을 꿈꾸는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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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영한 KBS <레이디 액션>은 여배우 6명이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는, 일종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리얼 다큐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는 여배우이기 앞서 복싱 선수로 유명세를 얻은 이시영도 있었고, 조민수처럼 반백세에 가까운 중년 배우도 있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활동한 이 6명의 여배우가 액션 스쿨에 합류한 이유는 같았다.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영역의 도전을 통해 여자. 여배우라는 한계의 틀을 깨고, 배우로서 가진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것. 그래서 무술 훈련에 임하는 그녀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했고, 고된 훈련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지친 기색보다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도 아직까지 드라마에서는 여배우가 자신이 가진 기량을 뽐낼 기회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영화로 넘어가는 순간, 여성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 되어버린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보기 어렵다는 말은 호들갑을 넘어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적어도 영화판에서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액션 영화가 각광받는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직결되어있다. 액션 영화 특성상 거친 몸싸움을 보여주어야하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신체를 가진 남성 배우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같은 경우에는 여배우들도 종종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해내긴 하지만, 한국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남자 주인공이 목숨걸고 지켜줘야하는 가족, 애인, 소녀 등으로 국한된다. 간혹, 형사물에서 여배우가 남배우와 파트너를 이뤄 액션 연기를 펼칠 때도 있다고 하나, 여전히 한국 액션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배우와 캐릭터는 남자다. 


남자가 각광받는 것은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간판 스타들은 대부분 남자고, 여자가 메인이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는 실로 보기 드물다. 그런 점에서 <레이디액션>은 여성이 프로그램 메인으로서 등장하는 이례적인 케이스이다. 여배우들의 훈련을 담당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요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내긴 하지만, <레이디 액션>의 주인공은 조민수, 김현주, 손태영, 최여진, 이시영, 이미도라는 6명의 여배우이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앞서, <레이디 액션>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 김현주는 “액션이라는 한 장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며, 액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 좀 더 다양한 것들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열망이 더 컸다. 이는 김현주만 느끼는 갈증이 아닐 것이다.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캐릭터의 폭이 점점 축소되어가는 현실에서 여배우들이 강도높은 액션 연기를 시도한다는  <레이디액션>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갈구하는 여배우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또 여자들만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탄탄한 기획과 출연진들의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재미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상급 여배우들이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마스터하는 과정에서 여자, 여배우라는 한계를 뛰어 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레이디 액션>은 아직 첫 회만 보여줬을 뿐인데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술을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확장하는 여배우들의 성장기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훈련에 임하는 여배우들의 자세와 예능감도 인상적이다. 





스스로 정한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타이틀로 첫 발을 디딘  <레이디 액션>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여배우, 그리고 여자 예능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탈출구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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