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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진중권 라스트갓파더 폄하.미학자로서 사명과 오만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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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가 '라스트 갓파더'라는 영화를 들고 오랜만에 방송국을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기대되었던 장면은 그 영화가 과연 심형래 감독 생각대로 미국에서 통할까가 아니라 '과연 이번 영화를 보고 진중권은 뭐라고 평할까' 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진중권님은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진중권님 말씀대로 영화가 영화같지 않기에, 아무말 없이 넘어가도 좋을 수도 있겠는데, 다들 침묵하고 있는 세상에도 입을 열지 않으면 안되는 분이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가봅니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심형래를 옹호하는 분들은 진중권을 상대로 무의미한 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역시나 진중권은 냉소적으로(?) 그들을 차갑게 대하고 있습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책으로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름이겠지만, 확실히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진중권이 쓴 책을 한번 쯤 읽어볼 엄두도 안되는 수준낮은(?) 대중들에게 그의 존재감을 널리 알려준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어요. 그리고 진중권 발 '디워'논쟁 이후 아이러니하게 디워를 보는 관객들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명작이든 졸작이든 일단 흥행을 중요하게 쳐줄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디워의 대흥행에 가장 공헌한 사람이 진중권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도 '디워'에 대한 진중권의 혹평을 보고 도대체 이 인간은 뭐기에 심형래를 그토록 까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디워'논쟁이 끝나고 난 후 얼마 안되서 한 대학생을 위한 잡지에서 본 그의 인터뷰 중 '지금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필요성이 없다' 의 구절은 '니가 머기에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훈계질'이라는 반감까지 들었습니다. 아마 영화의 완성도나 연출을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을 법한 영화에 작품성을 운운하면서 심형래 감독을 형편없이 깐 오만한 지식인으로만 보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가 어떤 말을 해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었죠. 딱히 진중권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의 배운 사람답지 않은 다소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과 그 당시 제 기준으로 봤을 땐 그 정도로 폄하할 졸작도 아니였던 것 같기에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가 썼다는 책을 읽으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연륜 그리고 미학적인 감각에 대해서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미학 부분에서는 상당한 전문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미학자인 그의 입장에서보면 당연히 '디워'와 최근 개봉작 '라스트 갓파더'는 최악의 영화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진중권이 딱히 심형래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혹평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진중권 저서 이매진 책에 나와있는 좀 아는 사람들조차 그게 영화나고 면박주는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심형래 감독 작품은 스토리 전개와 연출면에서 명함도 못내밀 수 있는 부끄러운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미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조금 영화를 보는 눈이 높다면, 국내에서도 극장이 아닌 불법 다운로드로 보아도 민망할 수 있는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을 한다는 사실만 알아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디워' 홍보과정에서 있었던 애국심에 대한 호소와 충무로에서 천대받는다고하는 동정심 유발이 진중권을 자극했을 수도 있구요.

저 역시 진중권과 마찬가지로 '디워'와 '라스트 갓파더'의 작품성까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만든 모든 영화와 드라마가 수준급 이상의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정말 영화에 대한 이론도 빠삭하고, 미학도 안다는 감독이 왜 저걸 영화라고 만들었는지 그 감독의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로 자리를 박차고 싶은 영화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영화에 대해서 안다는 영화평론가들은 입을 모아 수작이라고 해도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도 안되고 영화가 영화같지 않는 작품도 상당수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드라마만 봐도 미국에 수출은 하지 않더라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 수출하는 작품이 단순히 한류스타가 나온다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허접한 스토리 전개와 연출, 대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시청률도 꽤 나옴은 물론, 수출 잘되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마당에, 왜 유독 심형래 감독의 영화만 미국에서 개봉한다는 이유로 미학과 불량품 가게까지 나오면서 홀대받아야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진중권의 말처럼 다른 영화감독 팬들은 그 감독 영화를 까도 가만히 있는데, 심형래가 미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감독이고, 한 때 우리 대중들의 별이였기 때문에 일개 문화평론가의 악평에 일일이 분노하는 몇몇 극성 팬들의 모습도 그리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즐겨보았다고 연출력이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었다고 애써 포장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거고, 영화 말미에 아리랑이 나올 정도로의 지나친 애국심 자극이 진중권처럼 파시즘을 경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겠고, 모든 사람들이 한 사물을 바라본다고해도,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자신이 보기 민망하기 때문에,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를 폄하하고 안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아마 거론할 가지조차 없다는 진중권의 악평과는 달리 지금 개봉5일만에 100만관객을 넘어서 호평을 얻고 있지만,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진중권처럼 라스트 갓파더를 아예 만들지 말았어야하는 영화라고 혐오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하지만 알아두어야할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 영화를 보고 재미있고, 옹호하는 사람 중에서는 진중권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형래와 마찬가지로 거론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100만관객 중에 아무리 진중권보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배우고, 영화를 좀 많이 봤다는 사람 중에서도 그냥 별 생각없이 한 시간 웃기 위해서,아니면 어릴 적 영구를 보고 웃었던 기억을 회상하며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가졌던 추억을 나눠주기 위해 그 영화를 보러간 사람도 꽤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치 우리 대중들이 주말에 tv앞에 앉아서 라스트 갓파더 수준의 코미디류의 재미있는 예능도 보고, 현실성없고 개연성도 없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진중권이 대학을 나와도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없이 그저 수준낮은 대중문화에만 몸을 맡긴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우매한 대중들이 조금 더 똑똑해지고,  애국심에 흔들려 형편없는 졸작과 상품에 흔들리지 않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하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저도 그래서 진중권의 그런 면이 존경스럽고 비록 가끔 지식인의 오만과 독설로 비춰질 수 있지만, 다 안타깝고 답답해서 오죽하면 그러겠나는 싶은 입장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심형래의 영화를 보지도 않고 '나는 한 번 불량품을 간 가게에는 다시 들리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봐드릴 기회가 없다'라는 말은 아무리 진중권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과 확고한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도, 미학자뿐만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일일이 말하기 좋아하는 분이 내 생각과 다르면 아예 아니다라고 미리 선을 긋어버리고, 자신의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진중권의 폄하에 분노하는 대중들의 반응에 나에게 강요를 하지 말라는 둥, 다른 감독의 팬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네만 그러나는 등의 일일이 대응하는 민감한 반응은 그저 심형래의 팬이 아니더라도, 진중권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면에 실망감만 자아냅니다. 아니 어떻게보면 서울대 미학과를 나오고 독일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하였다는 가방끈 긴 사람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독선으로까지 비춰지기까지합니다. 아무리 그가 미학자로서 철학,미학,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성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 예술성과 합리성으로 즐겁게 제 존재로 만드는 것에 대한 뚜렷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아트와 테크놀로지 대한 이론 작업에 관심이 큰지라 심형래의 영화를 영화가 아닌 불량품 그 자체로 본다고해도, 지극히 애국심을 호소하였던 영화 디워 감독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일단  그 영화를 보고 비난할 것은 하고, 이왕이면 애초부터 작품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영화답게 다수의 대중들 수준의 맞춰서 영화가 의도하고 초점을 맞춘 평을 해주거나, 숱체 말할 가지조차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아무리 자극적인 발언이 섞여있다고해도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비판에 일일이 토를 다는 것도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중권이 트위터에서 벌어진 그에게 항의하는 분들과의 언쟁에서 자신을 그냥 놔두라는 말처럼, 다른 감독 팬들과 달리 진중권의 악평에 일일이 반응하는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것가요. 아니면 그들보다 더 배운 사람으로 조금 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신중한 언행을 구사하여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면서 그들을 설득할 수는 없는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아량이 조금 부족하여, 그가 미학자로서 가진 능력보다도 오만한 지식인으로 비춰져 가뜩이나 어떤 이들에게는 좋게 비춰지지 않는 진중권에 대한 편견이 늘어나는 것같아 조금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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