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역사는 되풀이된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는 2021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기 위한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난다.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와 극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뮤지컬 <광주>가 1980년 5월의 의미를 다진다. 

 

왼쪽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극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뮤지컬 <광주>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의 같은 학살을 겪은 광주(光州, Good Light)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Good Air)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거울처럼 닮아있는 아픈 역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다. 한국 작가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은 두 도시의 이야기를 감독만의 새로운 영상언어로 직조해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예술로 승화했다. 국가 폭력이라는 같은 아픔을 당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투쟁과 역사를 기억하고 복원하려는 노력들을 예술적인 화면 안에 담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잊혀지는 게 두렵다’는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항쟁의 서사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고,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 우리가 정립해 나가고자 하는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해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기운을 건넨다. 4월 28일 개봉.

 

안성기 주연 <아들의 이름으로>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한 한 남자의 분노가 담긴 복수극을 통해 현재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 민주화운동 가해자의 반성과 사죄 그리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에 대한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1990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부활의 노래’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사회에 대한 의식 있는 작품을 만든 이정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국민배우 안성기가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열연을 예고한다. 5월 13일 개봉.

 

오는 2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광주>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전남도청을 지킨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1980년대 민중의 뜨거운 삶과 시대 정신이 담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치열하게 항쟁을 벌인 광주 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겁니다. 하지만 먼 훗날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겁니다”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대사처럼 5·18민주화운동의 본질과 비극성을 다룬다. 대한민국의 가장 가슴 아픈 현대사를 다룬 역사물로서, 또한 음악극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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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2015)으로 한국 작가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의 신작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가 4월 29일 개봉한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의 같은 학살을 겪은 광주(光州, Good Light)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Good Air)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거울처럼 닮아있는 아픈 역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이다.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은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강압하여 각각 7천여 명의 사상자, 3만 명의 실종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의 투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좋은 빛, 좋은 공기>는 각각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군사 정권 학살에 맞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는 항쟁의 서사를 통해 국가 권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 죽음 등이 오늘날 우리 일상 안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한다. 그리고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해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 


또한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죽음의 공간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아르헨티나 비밀수용소라는 국가 폭력이 자행된 공간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복원이며, 결국 국가에 대한 신뢰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음과 희망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영화감독이자 미술가로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려행>, <위로공단> 등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영상 언어와 예술의 사회성을 내포한 본인만의 스타일과 장르를 선보인 임흥순 감독은 <좋은 빛, 좋은 공기>로 더욱 확실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후문이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시대 학살의 고통을 참신한 방식으로 직조하고 극적인 이야기와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예술로 승화해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기운을 건넨다.

 

임흥순 감독은 <좋은 빛, 좋은 공기>를 제작하면서 “지난 역사, 타인의 고통, 사라져버린 사람들,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통해 광주를, 자연을 통해 인간을, 가상 현실을 통해 진짜 현실을,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희망을 가져 보고 있다”며 작품 의도를 전했다. 

한편 개봉 확정과 함께 공개된 2종의 티저 포스터는 각기 빛과 공기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맑은 색채가 돋보이는 예술적인 이미지로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산 자 기억하라, 5월의 ‘광주’를”, “산 자 기억하라,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이라는 문구로 다른 나라, 닮은 역사를 다룬 영화가 보여줄 예술적인 영상 언어로서의 고고학적 아트멘터리다운 면모 역시 기대하게 한다. 4월 29일 개봉. 

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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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5.18 여성 시민군들의 활약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2017)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직전, 광주 지역 곳곳에서 존재한 여성 운동 역사를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영화에 따르면 70년대 말 광주 지역 여성 운동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지역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권 확보와 민주노조 결성을 위해 소그룹활동을 하고 있던 여성노동자그룹(카톨릭노동청년회JOC, 들불야학)과 '송백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운동 그룹이 있었다. 그리고 각 단체에서 활동하던 여성 운동가들은 5.18 민주항쟁 발발과 함께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여성(감독)의 시선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방위로 활동한 여성 시민군, 운동가들의 활약상에 주목한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그 자체만으로 적잖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1995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재평가하고자하는 여러 움직임과 함께 광주 거리, 전남도청 등 최전선에서 싸우던 시민군들의 명예가 일부 회복되기도 했지만, 그들과 함께 광주 항쟁에 일조했던 이름 없는 시민들, 특히 여성 시민군에 대한 이야기는 5.18에 대한 기록이 정교해지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5.18 이전부터 광주 지역에서 활동한 여성 운동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국가의 운명이 달린 조국 근대화를 위해 부당한 노동환경도 묵묵히 견뎌야한다고 굳건히 믿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독재 정권 치하 사회가 매우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광주 지역 여성 노동자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은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각종 활동을 이어간다. 유독 광주가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게 격렬히 저항할 수 있었던 것도 독재 정권 반대와 노동 운동이 활발하던 당시 광주 분위기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5.18 거리, 도청 투쟁에 가려진 광주 시민·노동·여성 운동 역사는 재조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야했다. 물론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5.18을 폄하, 왜곡하는 움직임이 상당한 만큼,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거나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이야기가 온전히 복원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5.18에 대한 공식적인 역사가 무장 투쟁에 가담한 남성 시민군을 중심으로 5.18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피해자들의 증언에 치우쳐있고 1980년 5월을 함께 했던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저항 세력의 주체로 제대로 호명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볼 때, 광주 항쟁 당시 총, 칼만 들지 않았지 무장 시민군 못지않게 열렬히 싸웠던 여성 시민군 관점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 바라보는 시도 또한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출연한 광주 여성들은 70년대 말 지역 여성·노동 운동에 참여한 노동자와 운동가 외에도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가두방송을 진행하다가 고초를 치룬 여성 시민군, 시민군들을 위한 마스크를 만들고 그들에게 도시락, 간식을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투쟁에 가담한 이들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영화에 등장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5월의 광주 여성들 모두 광주민주화운동의 적극적인 저항 주체 세력이었지만, 그들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록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 저항 주체들의 목소리와 경험들만 묶어 여성의 관점에서 5.18 광주 민주항쟁을 돌아보고자 한다. 특히 영화의 주요 화자로 등장했던 윤청자(JOC회원, 5.18 당시 도청 취사조 담당)와 5.18 당시 가두방송을 진행했던 차명숙,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마지막 항쟁의 가두방송을 이끌었던 박영순이 지난 17일 방영한 SBS 스페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그녀의 이름은>에 인터뷰이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적, 왜곡적인 시선과 더불어 여성의 사회 운동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그간의 시대적 편견과 맞물려, 5월 광주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들 중에서는 5.18 당시 겪었던 고문 트라우마에서 회복되지 못한 생존자도 있었고, 5.18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일부 사회 분위기로 인해 광주민주항쟁에 참여했다는 과거가 알려지는 것이 원치 않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으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광주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인터뷰에 기꺼이 참여했고, 자신들이 겪었던 80년 5월 광주의 상황과 광주 항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어졌던 자신들의 활동을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여기에 1980년 5월을 함께했던 광주 여성 동지들은 80년 5월 광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사드배치 반대 평화활동 등 제2의, 제3의 광주의 비극을 막기 위한 다양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주역들이지만 상대적으로 가려져있던 존재들. 하지만 1980년 5월의 광주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5월 광주 여성들. 그녀들은 분명 외롭고 쓸쓸해 보이면서도 높았다. 

 


​여성의 시선에서 5.18 여성 시민군들의 활약을 주체적으로 조명하고, 지금도 여성 운동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들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는 제40주년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xopnUk-mo0&feature=youtu.be

 

[2019 독립영화 쇼케이스]에 게재된 리뷰를 수정, 편집을 거쳐 재게재한 글입니다. 

 

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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