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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브레인 마지막회 현실의 이강훈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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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찜찜함이 남아있긴 합니다. 그래도 모두 다 행복했던(?)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드라마 상 주인공이라도 행복해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니까요. 

드라마 자체보다 이강훈(신하균 분)에 대한 애정이 특별했던 드라마로 기억되고 싶네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보게된 것도 이강훈 선생때문이고, 그가 스스로 머릿 속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제 자신 또한 돌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강훈 선생을 보지 못한다는게 아쉽고 브요일이 아닌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어떻게 견뎌야할지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강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우연찮게 첫 회를 봤을 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보이긴 했지만, 동료 의사들에게 독설을 퍼붓고 교활해보이기까지 한 그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의사 캐릭터를 구축한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 분)을 다시 보는 듯 하기도 했구요. 그러나 장준혁과 달리 이강훈에게 닥치는 비극은 일찌감치 찾아옵니다. 초반부터 당연하다 싶은 천하대 조교수 자리를 석연치 않게 빼앗기기 시작하더니 그 뒤 이어진 어머니의 사망과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김상철 교수와의 첨예한 갈등은 이강훈이란 인물을 헤어나올 수 없는 코너로만 몰고 갑니다.

 


그러나 졸지에 이 시대의 작은 영웅이 되어버린 이강훈은 어떠한 고통과 억압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김상철 교수를 포함 주변의 모든 이들이 똘똘 뭉쳐 그를 괴롭힐 때도 그는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일갈의 반격을 가해 다시 정상을 탈환하고, 결국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고 박수받는 훌륭한 의사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그 사이 이강훈 또한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더이상 예전의 차갑고 상처많고 자기밖에 몰랐던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 사람의 뇌보다 더 중요한 환자와 동료, 후배,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의사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죠.

 


물론 하루 아침에 이강훈이라는 인물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19회에 아픈 윤지혜(최정원 분)을 찾아가 세레나데도 부르고, 키스도 했건만 1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급진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던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지방에 있는 제일대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기게된 윤지혜가 마음을 바꿔 이강훈이 상받는 시상식으로 달려가서 그가 수상소감을 마무리 짓게 될 때야 짠하고 나타납니다. 당연히 뒤늦게 나타난 윤지혜를 보고 이강훈이 흐뭇하게 쳐다보긴 하였지만요 ㅡ.,ㅡ 하지만 그 와중에도 끝까지 "감사합니다. 신경외과 의사 기이강훈입니다"로 의사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고 마침표를 찍어내는 이강훈입니다. 

 


이강훈이 과거보다는 사람 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남보다 본인이 우선인 진정한 나르시시즘 이강훈을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윤지혜 입장에서는 약간 골때리릴 만도 하지만, 그래도 알면 알 수록 매력있고, 안아주고 싶은 남자가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이강훈의 옷을 입은 신하균이 그 옷을 맞춤옷처럼 완벽하게 소화를 잘 해냈기에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이 남자에게 빠져들기도 하였구요.

 


예전에는 아웅다웅 다퉜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는 진정한 멘토와 멘티가 된 김상철(정진영 분)과 이강훈의 갈등 해결이 제대로 매듭되지 않는 등 마무리가 그리 산뜻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꽤 의미있는 결말이라고 애써 평하고 싶네요. 그동안 밑도 끝도 없이 이강훈을 궁지에 몰아갔을 때는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사회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암울했는데, 그래도 그 벽을 뚫고 일어선 이강훈을 보고 한결 마음이 놓아지거든요.

여전히 이강훈과 같은 개천의 용들이 하늘을 날기가 어려운 세상이긴 합니다. 가면 갈수록 더 그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구요. 인간으로서 여러가지 결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강훈을 아끼고 응원을 보냈던 것은, 오직 실력만으로 정당히 평가받는 상식적인 사회를 향한 일종의 염원도 섞어있었습니다. 이제 이강훈은 드라마 <브레인>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에서도 이강훈과 같은 인물이 많아져야합니다. 든든한 빽과 배경없이도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제자를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멘토. 그런 인물들이 존경받고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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