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킬링 소프틀리, 하드보일드와 미국 풍자가 만났을 때

반응형






감방에 출소한 이후 약물에 의존하며 하릴없이 방황하는 프랑키, 러셀은  다람쥐 영감이라 불리는 세탁소 주인 조니에게 도박판을 털 것을 제안 받는다. 이후 프랑키, 러셀은 마키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털고, 과거 자신의 도박장을 턴 전적이 있는 마키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도박장이 계속 운영되길 원하는 범죄 조직은 도박판을 턴 범인을 찾기 위해 유능한 킬러 재키(브래드 피트 분)을 고용한다. 극악무도한 일처리로 유명한 재키는 마키가 범인이 아닌 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마키가 사람들이 지목받는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그를 잔인하게 제거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진짜 도박판을 턴 도둑들을 추적해나간다. 


도박장 사업과 관련된 마피아가 고용한 킬러가 도박판을 뒤집어 놓은 범인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킬링 소프틀리>는 겉만 놓고 보면 브래드 피트가 제작, 주연을 맡은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드보일드라기보다 2007년 당시 서브 프라임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을 다소 삐딱한 시각으로 보고자하는 풍자 성격이 강하다. 





1929년 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2007-8년 미국의 암울한 그림자를 고스란히 드러내듯이, 영화는 좀도둑들의 초점 없는 흐릿한 눈동자와 TV, 라디오 목소리를 통해 당시 상황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도박장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배경은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지독한 상실감에 빠진 당시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열쇠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 <킬링 소프틀리>에는 좋은 놈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박장을 털려는 좀도둑과, 도박장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마피아, 그리고 마피아 밑에서 자신의 벌이를 최대화하려는 잔인한 킬러만 있을 뿐이다. 


도박장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킬러, 좀도둑의 이해관계는 2007-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둘러싼 미국 내의 이해관계하게 교묘하게 일치한다. 





하루속히 도박장이 재개하길 원하는 범죄조직은 도둑들을 죽이는 극단적 방법 대신, 조용히 일을 처리할 것을 킬러 재키 에게 주문한다. 하지만 재키는 자신이 받을 몫을 더 챙기기 위해 과거 도박장을 턴 전적이 있기에 고객들로부터 용의자로 의심받는 마키를 제거해야 다시 도박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되레 마피아 대리인을 설득시킨다. 마피아 조직의 요구에 응하는 대가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자하는 마키의 사업수완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탕주의와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는 도박장(미국 및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과거 도박장을 망친 전적이 있는 마키에게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면서까지 도박장을 지키고자 하는 마피아 조직이나, 도박장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질서를 파괴하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덜 떨어진 도둑들도 매한가지다.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경제 민주화 관련 연설을 뒤로 하고, 오직 돈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자하는 욕망군상이 앞서는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킬링 소프틀리>는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다. 


호주 광고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앤드류 도미니크 감독답게 감각적인 연출, 화면 구성 기법과 등장인물들 간에 오가는 의미 있는 대화법에도 불구,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적 쾌감보다 더 질근질근 씹어지는 그 이상의 허무주의는 냉소와 동시에, 한동안  잊혀 지지 않을 씁쓸한 깊은 맛을 자아낸다. 


한 줄 평: 하드보일드 액션보다 질근질근 씹어지는 풍자의 깊은 맛  혹은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브래드 피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