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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러스트 앤 본’ 가슴을 울리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눈부신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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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예언자>로 그 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거장으로 주목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 <러스트 앤 본>은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돌고래 조련사로 일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스테파니(마리옹 꼬티아르 분)의 절단 난 두 다리가 여과 없이 클로즈업되는 것은 물론.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 격투기에 나선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은 얼굴이 피에 흠뻑 젖을 때까지 두드려 맞는다. 그리고 영화는 끊임없이 더 이상 추락할 것도 없는 두 남녀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두 주인공이 겪는 사건은 비극적이지만, 정작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호흡은 잔잔하면서도 건조하다. 복서 지망생으로 격투기 실력을 훌륭하지만, 5살 아들보다도 철이 덜 든 알리는 나이트클럽 경호원 일을 잠시 하던 중 스테파니에게 한 눈에 반한다. 그 다음 날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스테파니는 클럽에서 자신을 구해준 알리를 떠올린다. 한없이 거칠지만, 자신을 신체부자유한 장애인이 아닌 함께 수영을 할 수 있고, 동행할 수 있는 친구로 대해주는 알리 덕분에 스테파니는 절망을 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내세울 것 없이 주위에 민폐만 끼치는 삼류 복서와 사고로 꿈과 다리를 잃은 여자의 만남과 서로를 통한 성장을 그린 <러스트 앤 본>은 러브스토리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기존 멜로와 다른 접근법으로 두 남녀를 대한다. 끊임없이 여자를 탐하고, 스테파니가 보는 앞에서도 다른 여자에게 대놓고 작업을 거는 알리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표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쁜 여자에게 관대한 알리의 마음은 사고 이후에도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스테파니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뼈가 녹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러스트 앤 본>은 한 번 다치면 완치할 수 없는 손가락뼈의 통증처럼 심장 깊숙이 차오르는 아픔을 간직한 영화다. 


하지만 한 번에 눈에 띌 정도로 강렬하진 않지만, 서로를 향한 교감을 통해 파편에 찔린 뼈와 가슴을 치유하는 두 남녀처럼 천천히 조용한 템포로 극적인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폭발하는 엔딩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절망 끝에 선 알리와 스테파니를 불쌍하게 바라보기보다, 그들이 원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의지력 있는 존재로 그려낸 것도,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그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러스트 앤 본>의 뛰어난 장점 중 하나다. 


세계 주요 영화제를 휩쓸 정도로 작품성과 수려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러스트 앤 본>의 주제의식을 더욱 빛낸 이는, 역시 프랑스 내에서도 손꼽히는 여배우이자,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몫이다. 





그녀의 유명한 할리우드 출연작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 <미드나잇 인 파리>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프랑스 여인 특유의 고혹적이면서도 관능적인 팜므파탈 이미지로 사랑받은 마리옹 꼬띠아르는 <러스트 앤 본>에서 기존 할리우드 출연작을 뒤엎는 연기변신으로 눈빛과 몸짓만으로 알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매력녀에서 사고로 삶의 빛을 잃은 여인의 허망한 절망을 온 몸으로 드러낸 마리옹 꼬띠아르의 눈부신 열연은 영화 속 그녀를 보는 순간 강렬하게 빠져버릴 수밖에 없는 존재감을 몸소 보여준다. 물론 <러스트 앤 본>으로 전세계 평단의 눈을 사로잡은,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분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봐도 될듯. 5월 2일 개봉.


한 줄 평: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강렬하고도 묵직한 러브스토리. 그리고 신의 경지에 이른 마리옹 꼬띠아르의 눈부신 열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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