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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마카담 스토리. 기적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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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카담 스토리>의 시작은 평범하면서도 흥미롭다.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기 위해, 아파트 주민 모두 십시일반 돈을 거두기로 한 입주자 회의에서 스테른 코비츠(구스타브 드 케르베른 분)은 자신은 2층에 살고, 앞으로도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없을 것 이라면서 수리비 내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테른은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고, 수리비를 내지 않았으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는 스테른은 금새 궁지에 몰린다. 





평온한 일상을 사는 대다수 이들에게 비극은 나에게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같다. 하지만 사고는 항상 의외의 순간에 터지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행운 또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공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으니, 남들이 자는 밤에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처 병원 내에 있는 스낵 자판기를 통해 허기를 해결하던 스테른은 그곳에서 그의 맘에 쏙드는 운명의 여인을 만난다. 


영화에는 스테른의 사연 외에도, 한 때 잘나갔던 여배우였지만, 지금은 허름한 맨션에서 술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잔 메이어(이자벨 위페르 분)와 그녀 앞 집에 거주하는 소년 샬리 이야기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한 나사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마이클 피트 분)과 알제리 출신 이민자 하미다의 우연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뒤엉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마카담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낡은 건물에 고립되어, 외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어떠한 낙도 없이, 무력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가 그들 각자 마음 속에 들어오는 순간, 생기없던 그들의 인생에 활기찬 엔돌핀이 생성된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상대방이 다시 자신을 찾아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가 매순간 기다리는 기적은 먼 곳이 아니라,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연히 하미다 부인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 존의 방문이 그녀에게 있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보통 사람들은 도통 보기 힘들다는 우주 비행사라서가 아니다. 아들이 감옥에 갇힌 이후, 홀로 쓸쓸히 살아오던 하미다 부인에게 존은 그녀의 집을 찾아온 손님 이요, 외로운 하미다 부인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좋은 친구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마카담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난 이후, 비로소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지난날보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슬픔에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어려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이들의 하루하루는 많이 달라져있었고, 다시금 용기내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젊은 선남선녀 커플도, 보는 이들의 눈을 짜릿 하게 하는 농도짙은 스킨십도 없지만, 인간과 인간과의 교감이라는 러브 스토리의 본질을 꿰뚫는 이 영화. 유난히 다사다난 했던 2015년을 마감하는 추운 겨울, 따뜻하고도 정겨운 송년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12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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