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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 동포들의 눈물과 통일 강조만 남은 아쉬운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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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MC 송해가 재외동포재단과 함께하는 KBS <전국노래자랑 세계대회> 예선 참석차, 재외동포들이 모여사는 일본 오사카, 러시아 사할린, 중국 길림성을 찾는다. 그곳에서 송해는 고국의 땅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동포들과 함께 고향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또한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가 숨겨진 일본 군함도(하시마섬),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백두산에 오른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은 채 살아온 동북아 3국 한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노래로 위로하는 여정. 지난 14일 방영한, KBS1 추석특집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은 30년 가까이, 매주 일요일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친근한 MC 송해 만이 가능한 명절 특집이었다. 9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 <전국노래자랑 세계대회> 예선 심사를 위해 직접 일본, 러시아, 중국을 방문한 송해는 지난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재외동포들의 이야기에 귀담아 듣는다. 또한 송해는 바쁜 여정에도 군함도를 찾아 일제강점기 시절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중국에 방문해서는, 두만강을 찾아 북녘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타이틀에 걸맞게 프로그램은 군함도를 시작으로 백두산에서 마무리하는 방대한 여정을 보여주었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시도도 군데군데 보인다. 군함도를 방문할 때는, 지난 2015년, 일본이 해당 섬을 근대화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은 쏙 뺀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자 했으며, 백두산에 오를 때는 백두산의 광활한 풍경을 보여주며, 하나의 조국을 꿈꾸는 남북통일의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일본, 러시아, 중국을 오가는 엄청난 스케일을 다루었음에도 불구, 고작 1시간만 주어진 짧은 방영 시간이 문제였을까. 조국을 그리워하거나 혹은 타향살이에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회한에 잠긴 재외동포들의 눈물에 기대는 것 외에,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이 프로그램만의 새로운 시선은 없었다.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원치 않은 이유로 타국에 눌러 살게된 동포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고된 타향살이를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은 그동안 대한민국 매스컴이 재외동포를 다루는 표상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땅에 살다가 이국으로 건너간 동포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고향 산천이 애틋하게 그립 겠지만, 그곳에서 태어나 정착한 한인 2,3세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은 1세대인 부모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부모가 즐겨듣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며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한인2세들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그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고된 세월을 아직도 멈추지 않는 동포들의 뜨거운 눈물과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이다. 일본 군함도의 가슴 아픈 역사로 시작해서, 남북통일의 당위성 강조로 끝난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이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동북아3국을 찾아다니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동안 수도없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재외동포들의 한 맺힌 삶과 눈물, 우리의 소원은 통일만 말하기엔 아쉬운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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