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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패터슨(2017)’ 일상을 긍정하면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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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1984), <커피와 담배>(1986),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 등으로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 짐 자무쉬의 <패터슨>(2016)은 미국 뉴저지 주에 위치한 조그마한 소도시 패터슨에 거주하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 분)의 일주일을 담은 영화다.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패터슨은 운전하는 틈틈이 자신의 일상을 시로 써내려 간다. 창작욕이 왕성한 아내 로라(골쉬프레 파라하니 분)와 달콤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패터슨의 하루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일을 나가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 6시 10분 쯤 일어나는 패터슨은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아내에게 입맞춤을 하고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 차고지로 출근한다. 점심시간에는 시내에 위치한 공원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아내와 저녁을 먹은 뒤 키우는 반려견 마빈의 산책을 핑계로 집 근처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다. 주말에는 마빈을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나가거나 가끔 아내와 데이트를 나간다.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패터슨은 누가봐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를 쓴다는 것. 그리고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을 긍정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종종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패터슨은 늘 “I’m ok!(좋아)”로 답한다. 매번 패터슨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패터슨은 모든 일을 좋게 바라보고자 한다. 




태생적인 낙천적인지, 아니면 자신과 주변인들의 행복을 위해 참고 있는 건지. 물론 영화 내내 한번도 화를 내는 장면이 없어 도인의 반열에 오른 것 같은 패터슨에게도 욱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삼킨다. 너무나도 착한 패터슨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다. 매일 밤 단골 술집에서 마시는 맥주도 지루한 그의 일상에 시원한 활력소가 되지만, 시가 없는 패터슨의 일상은 앙꼬 없는 찐빵 그 자체다. 




시를 쓰는 작업은 특별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를 쓸 수 있는 조그마한 노트와 펜, 그리고 시인만 있으면 된다. 머릿 속에서 시적인 영감을 표출하는 과정이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매 순간을 시처럼 살아가는 패터슨에게는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시의 소재다. 남들은 사소해서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풍경도 그에게는 한 편의 시다. 찰나의 순간을 긍정하고 시로 옮겨쓰는 패터슨의 하루하루는 아름답다. 매일 한 편의 시처럼 살아가는 패터슨처럼 보는 이들의 하루를 아름답게 만드는 영화 <패터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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