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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하나뿐인 내편' 최수종의 연이은 고난. 막장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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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의 전설>(1998)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본 드라마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연으로 등장했던 최수종이 고난을 겪는 장면이 유독 많았던 걸로 기억난다. 알고보니 <야망의 전설>은 한국 영화 역사상 첫 천만관객 돌파 영화로 기록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의 배경인 실미도 사건을 모태로 제작한 드라마 였고, 그래서 극 중 실미도로 끌려간 최수종이 유독 혹독한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야망의 전설>이 방영된 지 정확히 11년이 지난 후, 오랜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한 최수종은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다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야망의 전설>의 이정태 처럼 실미도에 끌려간 것도 아니다. 하지만 KBS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수십년 전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다녀온 이후에도, 과거 전과 사실 때문에 현재하고 있던 생업마저 곤란해 지고, 설상가상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빵집에서 소란을 피웠던 장다야(윤진이 분) 오빠 장고래(박성훈 분)에게 간이식을 해주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강수일(최수종 분)이 겪는 수난은 <야망의 전설> 이정태가 겪은 고난 못지 않아 보인다. 


<하나뿐인 내편>의 강수일은 흡사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의 행보와 유사해 보인다. 물론, <레 미제라블>과 <하나뿐인 내편>이 주는 감동은 천지차이다. 빅토르 위고가 1862년 소설로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 뮤지컬로 제작된 <레 미제라블>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명작이 되었지만, 상식 선에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답답한 내용들로 가득한 <하나뿐인 내편>은 한국 막장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쓰며 승승장구 중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죄로 복역한 것에 모자라, 자신을 남편 혹은 아버지 살해범으로 오인하여 빵집까지 찾아와 난동을 피운 나홍실(이혜숙 분), 장다야 모녀의 악행을 너그럽게 용서하고, 자신의 간까지 흔쾌히 내어준 강수일의 행동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원수를 몸소 사랑하는 강수일의 천사같은 행보 덕분에 <하나뿐인 내편>의 시청률 역시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3일 방영한 <하나뿐인 내편> 97-98편에는 장고래에게 간을 내어주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강수일 때문에 향후 시청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러 인물들이 등장 하는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는 <하나뿐인 내편>에는 매회 수난을 당하는 강수일의 고난기 외에 별다른 스토리가 보이지 않는다. 강수일의 연이은 수난을 제외하고는 강수일의 친딸 김도란(유이 분)을 자신의 동생 명희로 생각하고, 도란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혼줄 내는 박금병(정재순 분)의 활약(?)이 드라마 내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예를 들자면 강수일의 과거 살인죄 누명 복역 때문에 도란이 위기에 빠지면, 도란을 명희로 오해하는 치매걸린 시할머니 박금병이 도란을 위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고대 그리스와 로마 연극에서 줄거리를 풀어나가고 해결하기 위해 신이 때맞춰 나타나는 것)처럼 모든 상황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식이다. 



모든 드라마에 꼭 명확한 교훈이나 메시지가 있어야하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하나뿐인 내편>이 100부작에 가까운 엄청난 길이의 드라마를 통해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기른 정보다 핏줄이 최고다? 자신을 죽은 동생으로 생각하는 귀인을 만나면 만사형통이다? 도대체 최수종의 고난기, 극중 유이가 맡은 도란을 끔찍하게 아끼는 치매걸린 시할머니의 활약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보이지 않는 <하나뿐인 내편>이 당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내편>은 예전과 달리 수많은 방송 채널들이 피튀기는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도 46.2%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최수종의 연이은 고난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하나뿐인 내편>이 과연 50%를 돌파하며, 막장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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