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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엄마의 외길' 종교를 둘러싼 엄마와 아들 간의 갈등.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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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센트랄 자바에 위치한 수라카르타 라는 곳에 한 어머니가 살고 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이 어머니의 거의 유일한 소원은 무슬림 정당 소속 후보가 지방 선거에 당선되는 것.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아들이 무슬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보다 영화에 더 관심많은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해외 초청작 <엄마의 외길>(2016) 은 독실한 무슬림인 엄마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아들(바니 나수티온) 간의 갈등을 골자로 한 사적 다큐멘터리 영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국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5%가 무슬림일 정도로 강력한 이슬람 문화권에 있음에도 불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도네시아에 이슬람 보수주의(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종교를 둘러싼 모자 간의 갈등 또한 깊어진다. 시장 선거를 5년 마다 한번씩 오는 지하드(성전, 이슬람교의 옹호와 전파를 위해 이교도와 벌이는 전쟁)으로 받아들이는 감독의 어머니는 이슬람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한 투표 독려에 열을 올린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애써 내색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머니 또한 자신의 바람과 달리 알라를 믿지 않은 아들을 향한 불만이 늘어져 간다. 


영화에 따르면, 감독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부터 히잡(여성 무슬림이 외출할 때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베일)을 쓰지 않고는 외출도 하지 않을 정도의 독실한 이슬람 신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감독이 어린 시절 정치적 분쟁에 휘말린 감독의 아버지 때문에 이슬람 공동체에 피신해 있다가 종교에 귀의한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한 개인이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신에게 귀의함 으로써 그간 자신의 살아온 궤적을 돌아볼 수 있고, 수행(기도)를 통해 삶을 정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종교 또한 적당히 믿어야 한다. 종교에 독실한 믿음을 가진 신자라면, 누구나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권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삶 또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나 정교분리를 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정일치(정치와 종교가 하나가 된 형태)는 엄격히 지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슬람 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감독의 어머니는 이슬람 정당 후보와 주 예수를 믿는 후보 간의 선거를 지하드로 규정하며, 알라의 승리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러나 무슬림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해 주변인들에게 조직적으로 투표를 강권한 어머니의 노력이 무색 하게도 감독은 어머니가 원하는 후보에 표를 주지 않았고, 선거결과 또한 기독교인 후보의 압도적인 당선으로 끝이 난다. 


기독교인 시장 당선은 수라카트라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영화는 새 시장의 정책을 반대하며 거리를 점거하고, 이교도에 대한 저주를 서슴지 않는 무슬림들의 분노로 막을 내린다. 독실한 무슬림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알라를 믿지 않는 감독은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자신들의 적으로 규정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족 내 종교 강권은 이슬람 국가 뿐만 아니라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엄마의 끊임없는 전도 행위에 곤욕스러워 하는 감독의 고통이 비단 그만이 느끼는 고민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 엄마와 아들의 갈등은 종교 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 체계 유지를 사명으로 여기는 부모와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아들의 세대 간의 대립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들은 부모의 종교와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다만, 그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종교, 가치관을 둘러싼 부모와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 감독의 사려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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