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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전망대

치료비때문에 맹장수술하러 중국까지 다녀온 중국인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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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부터인가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간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본 결과, 왜 중국보다 비싼 학비를 자랑할 법한 한국에 까지 와서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중국에서 온 대다수 유학생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워보입니다. 그런 그들이 아무리 학사과정이라고해도 나름 전문적인 용어와 학문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다소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국 유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기 보다, 뒤에 앉아 한국에 공부에 열중합니다. 그래도 우리 학과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양반들입니다. 제작년에 다른 과 수업시간에서 본 유학생들은 뒤에서 떠들거나, 아님 수업시간 중간에 나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하나하나씩 알아보면 굉장히 착한 친구들입니다. 목소리가 좀 큰게 흠이긴 하다만(?) 웃음도 많고 상냥한 편입니다. 하지만 중국 유학생들이 보여줬던 수업시간에 불성실한 면 때문에 우리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중국 유학생들을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들을 비방하는 학생들이 더러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국 유학생들도 한국말을 잘 하고 싶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싶은 학생들입니다. 다만 언어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과사에서 일하던 제가 잠시 알던 분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도저히 수업을 알아 들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고합니다. 학교에서 중국 유학생을 받고자 했으면, 보다 중국 유학생들의 편의에 신경을 썼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중국 유학생들을 받아들인게 화근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중국어로 된 안내 현수막도 붙이고, 나름 중국 학생들을 배려한다고하나, 여전히 중국 유학생들은 대다수 전공 수업에 소외된 채, 뒤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전공수업을 듣다가 교수님에게 매우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습니다. 2년 전 교수님에게 어떤 중국 여학생이 배가 너무 아프다면서 중국에 있는 집에 다녀오겠다면서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이렇게 아픈데 왜 급히 치료를 받지 않았나고 묻자, 중국유학생이라 의료보험이 가입되어있지 않아 치료비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여전히 한국 물가와 중국 물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중국 유학생들 학비가 저같은 일반 한국 학생들의 학비보다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너무나도 아파보여서 교수님은 자기가 잘 아는 한의원에 같이 가자고 했으나, 그 학생은 지금 당장 출발할 것이고 며칠 뒤면 다시 오겠다고 중국에 가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 그 중국 여학생은 오지 않고, 혹시 그 여학생이 잘못된게 아닌지 걱정이 되셨다고 합니다. 3주가 되서야 그 여학생이 환한 미소로 다시 수업을 들으려 왔고, 알고보니 그 여학생은 만성맹장에 걸렸다고 합니다. 만성맹장이기에 중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 만약 급성맹장이었다면 아마 그 여학생은 이국 땅에서 생사가 위태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만성 맹장이라고해도 그 여학생이 느꼈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보살펴주는 부모님도 안계시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조그마한 방에서 배를 붙잡고 뒹굴어도 중국 유학생에게는 엄청난 부담인 치료비때문에 병원에 가지고 못하고 중국까지 가야하는 사연을 들으니, 역시나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우리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환경에서 역시나 언어소통문제와 학비,생활비 부담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생각나더군요.

국제화 시대에 본국의 학교가 아닌 다른 나라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저같은 평범한 서민의 자식은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설사 기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그 나라 언어로 수업을 들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사해야 비싼 돈 들여 유학을 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나 중국어 등을 배우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간다면 차라리 어학연수를 가거나 한국에 있는 어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 틈을 이용하여 배낭여행을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유학을 가고 싶은 이유는 한국에서보다 심도있게 전공과목을 공부하고 싶을 뿐이지 단순히 졸업장을 위해 외국 대학에 간다면 계속 한국에서 살거면 한국에 있는 명문 대학원에 가는 것이 낫구요.

반면 우리 학교의 중국 학생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중국인이 한국에 있는 대학을 나오면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법인의 입사시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적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나라 대학 졸업장이 있고, 한국어가 어느정도 되면 중국 본토 기업보다는 대우가 좋은 한국 기업에 들어갈 수 있고, 또한 중국에 있는 대학가기도 만만치 않아 언어가 통하지 않고, 학비가 상당히 부담스럽고, 여러 면에서 고생스럽다고해도 한국에 있는 대학에 가고자 하는 중국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때문에 그들의 말못할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나, 한국 대학에 와서 수업은 듣지 않고 한국어 공부만 열중히 하고, 심지어 수업시간에 떠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못마땅스러운 적도 있었습니다. 유학을 가고자한다면 적어도 그 나라의 언어는 완벽히 마스터하고 가야하는 제 신념아닌 신념때문에 한국어조차 제대로 익히고 오지 못한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고, 심지어 한국 학생들의 곱지않은 눈초리도 받아야하는 중국 유학생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유학생들도 다른 나라에 가면 재네들과 같은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재네들도 중국에서는 상당히 잘사는 집안의 아이들일 것이라는 편견에 해외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다가 배가 곧 터질듯이 아파도 돈때문에 치료를 못받고 꾹꾹 참아 인천공항까지 가서 중국에 있는 집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야하는 중국 유학생의 사연까지 들으니, 그들 역시 영어를 배우고자 혹은 조금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기러기 가족을 자청하는 한국인들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이제 졸업학기지만, 앞으로 같이 수업을 듣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고, 후배들은 우리 못난 선배들과 달리 중국 유학생들도 세심하게 챙겨주는 진정한 국제적 마인드를 갖추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오늘 시험이 2개라 이웃방문이 어렵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저녁 때 쯤 찾아뵙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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