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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훤을 위해 태어난 남자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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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회 동안 아역 '훤'을 맡은 여진구가 단순히 아역 포지션을 넘어 성인 연기까지 넘보는 농밀한 감정선을 앞세워 너무나도 잘 해줬기 때문에 그 바톤을 이어받아야하는 김수현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거에요. 거기에다가 우리 시청자들은 작년 '석규 세종'을 통해서 사극 연기의 참된 맛을 알게 되었잖아요. 

그러나 용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1988년생)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만 천하에 알리기 시작한 이 청년 배우는 "여진구"의 잔상이 많이 남아있을 법한 '훤'에 오롯이 자신만의 색채를 입혀버립니다. 여전히 김유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가인과 달리 일단 그가 '훤'이 된 와중에는 '여진구'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성인 '훤'에 완벽히 적응한 시청자들입니다. 

물론 김수현의 연기가 작년 '충무로'의 위력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한석규, 신하균 등이 보여준 캐릭터 몰입도과 발성 등 기본적인 연기력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김수현의 나이와 경력과 그리고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그는 꽤나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전도유망한 배우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왕치고 너무나도 잘생기고 섹시한 '훤'과 김수현은 잘 어울려요. 전체적으로 날렵하면서도 짙은 눈썹과 쌍거풀없이 가늘면서도 그윽한 눈을 가진 김수현을 한번 보면 '뻑'갈 정도니까요. 거기에다가 애써 강한 척, 쎈 척, 도도한 척은 다하면서도 은연중에 품어주고픈 모성본능까지 자극하니 누가 여리고도 매력적인 남자를 거부하겠습니까. 

 


그런데 김수현의 장점은 단순히 배우로서 대단한 축복인 외모에서만 그치지 않아요. 부럽게도 그는 상대 여배우와의 애잔한 호흡 요즘말로 '케미'가 상당히 잘 돋는 배우기도 해요. 참 독특하게도 그가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를 시작한 이후 함께 연기한 여배우들의 연기는 겨우 걸음마를 뗐다고 싶을 정도로 썩 좋지 않은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죠. 얼굴만으로도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지만 연기만 시작했다하면 할 말을 잃게 하는.

그나마 <드림하이>에서 김수현의 상대역인 수지는 나이도 어리다보니 수지와 김수현이 별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 대가 맞는 선남선녀가 만난 그 자체만으로도 '케미'가 불끈 돋았지만 실제로도 무려 6살 연상의 여인인 한가인과는 겉으로만 보면 도무지 동 떨어진 느낌에 과연 둘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긴 했죠.
 




역시나 한가인이 등장하마자 그 주는 "여주인공 잘못 뽑았네."가 주요 화제였죠. 물론 한가인의 연기가 썩 좋지 못하고 유독 그녀만 등장하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초반 등장보다는 차츰 연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그녀의 상대역인 김수현과 정일우보다 나이도 많고 연기에 입문한 지도 꽤 되는 그녀가 그들보다 더 약한 존재감과 팍 떨어지는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이긴 하죠.



허나 다행히도 김수현과 함께 있으면 한가인 연기 못한다. 정말 미스 캐스팅이라는 생각보다 "김수현 멋있다." "나도 저렇게 부드러우면서도 박력있는 섹시한 남자 만나고파" 에 푹빠져 한가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게 한다는 것이죠. 아직 김수현이 이병헌 급의 연기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 <아이리스>에서 이병헌과 김태희가 함께 있으면 어색한 연기로 도마 위로 자주 올랐던 김태희마저도 자연스럽게 보여질 정도로 말이죠.

 


어제 <해를 품은 달>은 그야말로 김수현을 위한,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한 회였죠. 한가인과 더블 캐스팅 되었나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유독 자주 등장하는 김유정의 낭랑하고도 애절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세자저하 전 상서'가 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울리긴 했지만, 그 전상서를 듣고 연우를 떠올리면서 엉엉 울고 있는 왕의 모습이 더욱 짠하고 안쓰러워 더 울 수 밖에 없었죠.  

"이 아이는 나의 강녕함을 위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 힘을 내어서 남겼는데 정작 나란 놈은.."얼마나 아팠겠느냐. 얼마나 괴로웠겠느냐. 서찰이 이토록 흐트러지다니....."

 


정작 그 연우가 자신이 손수 지어준 '월'로 가장 가까이에서 있는 것도 모른채 여전히 죽었다고 생각하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잔인한 운명. 그러나 역시 인연은 통한다고 자꾸만 '월'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시 형선을 포함 궁녀들마저 다 보고 있는 와중에도 월의 얼굴을 기습적으로 감싸고 "내 지금 너에게 뭘 할 것 같으나."하면서 대놓고 작업 멘트를 걸지 않나. 그러면서 "나같이 잘난 왕이 어찌 너같은 천한 무녀를 품겠느냐."하면서 가뜩이나 큰 한가인의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게하는 건방진 도도함까지. 자칫 잘못하면 느끼하고 재수만 없는 이 손발이 오글거리게하는 싸가지없는 허세가 젊고 섹시한 왕으로 완벽 빙의한 김수현을 통해서 여성들에게 먹히는 신종 작업 멘트로 변하는 이 오묘한 감정.

그야말로 김수현이 있었기에 '훤'이 살고 한가인이 살고, <해를 품은 달> 전체가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워낙 여성들이 좋아하는 구구절절한 로맨스 스토리와 케미돋는 몰입도도 좋긴 하지만 그 감정을 더욱 발산시켜주는 김수현이 있기에 더욱 훤과 연우의 아득한 사랑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용의 해에 태어나 흑룡의 기운을 가진 2012년에 더욱 승천할 김수현. 이 남자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한국 남자 배우계의 판도가 달라 질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팍팍 들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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