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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내가 윤혜, 혹은 재광이 된 것처럼 힘겹게 만난 두 사람이 진정한 보통의 연인으로 결실을 맺길 바랐지만, 끝내 헤어짐을 택했습니다.
교통사고 가해자 딸과 피해자 동생의 조금 특별한 연애. 결코 이뤄지기도 힘들고, 신여사님 말씀대로 절대로 만나야하는 사이도 아니죠. 여전히 7년 전 타지에서 비명횡사한 슈퍼 울트라 엄친아 형을 놓지못하는 신여사에게 윤혜는 금지옥엽 아들을 죽게한 살인자의 딸일 뿐입니다. 결국 신여사의 믿음대로 윤혜 아버지 주평이 범인이 맞았고, 타인의 시선으로 보통이 아닌 연애를 한 그들은 자연스레 헤어질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알고보니 오직 자신들만의 보통의 연애를 겪은 사람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도 신여사의 자랑이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재광의 형 재민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동성애자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재광의 가슴은 먹먹해집니다. 자기처럼 사회와 신여사의 기준에서 회피한 '보통의 연애'를 꿈꾸다가 그 꿈을 가슴 고히 간직하고 떠나야했던 형. 그리고 형처럼 이별의 수순을 밟아야하는 재광. 이 두 형제의 이루어지지 않을 비극적인 사랑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합니다.
왜 남들처럼 '보통의 연애'를 하지 않았나는 재광의 질문에, 재민의 애인이었던 강목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랑하니까 보고싶고, 보고싶으니까 계속 만나는 거고. 그게 바로 '보통의 연애'가 아니겠나고." 그래요.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하고,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헤어졌다고해도, 이미 그들은 서로 좋아서 만나고 사랑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보통의 연애'를 이룬 것이에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설레였고, 즐거웠고, 행복했잖아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적의 내레이션대로 남자는 돈(혹은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조건과 조건과의 만남이 횡횡한 21c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게 힘들게하는 핸디캡을 뒤로하고 오직 감정이 끌리는 대로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사랑했다는 것. 이것만큼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연애'가 어디있겠습니까.
재벌2세를 넘어, 왕, 의사, 금융권 종사자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남자주인공 형이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예비 사법연수원생이였는데 그마저도 어머니가 끝까지 부인하는 '동성애자'라는 우리 사회의 주홍글씨를 크게 새김과 동시에 자신의 동생마저 우리 사회의 '보통의' 연애를 할 수 없게하는 인물로 몰아넣고야 말았죠. 게다가 스펙좋은 남자와 가진 것은 미모밖에 없는 캔디녀의 현실성이 결합된 억지 봉합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택해야하는 이별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보통의 연애>입니다.
재민의 사고와 둘러싼, 몇몇의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긴 하지만 베베꼬이는 억지 출생의 비밀과 어이없는 기억상실증 남발에 비교하면 비교적 잔잔하게 흘려간 평범한(??) 스토리이지만, 요즘들어 더욱 희귀하기에 제목과는 달리 특별하게 다가옴과 동시에, 보는 이들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혜와 재광이 너무나도 아프게 끝나지 않았고, 한 때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틀에 갇힌 이들이 이번 연애를 통해, 자신들도 '보통의 연애'를 할 수 있고 사랑은 사랑으로서 치유될 수 있다는 또다른 긍정적인 희망을 품게되었으니까요.
또한 자극적인 양념에 현기증과 노이로제를 넘어 무감각해지기까지한 시청자들이 간만에 자극적인 조미료 맛없이 담백하고도 깊은 여운이 남는 드라마를 접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어디있을까요. 앞으로도 슬픈 이별에도 헤어지는 주인공 남녀도, 시청자들도 진한 미소를 띌 수 있는 이런 보통의 드라마를 자주 접했으면 소박한 바람을 안고, 잠시나마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연우진과 유다인. 그리고 제작진들의 희망찬 새출발을 기대하면서 크게 웃으면서 보내줄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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