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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허무한 급전개에 희생당한 김영애의 명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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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MBC 파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결말을 앞두고 일주일간 결방에 돌입한 <해를 품은 달>. 하지만 힘들게 돌아온만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도 클 법도 한데, 정작 2주간 기다린 시청자들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던 아쉬운 19회로 기록될 듯 하네요. 


우선, 19회 동안 드라마와 젊은 배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김영애씨가 맡은 대왕대비마마가 아주 갑작스럽게 윤대형의 독살에 의해 아주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이죠. 원래 주인에게 자리를 돌려주고, 부당하게 자리를 빼앗은 사람을 단죄한다는 <해를 품은 달> 내용전개상, 이 모든 악의 근원이 된 대왕대비마마의 죽음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대왕대비마마가 누군가요. 훤의 상왕이자 자신의 아들인 성조대왕 이복동생을 제거하면서 그의 편이였던 애꿎은 무녀 한 명도 죽이고, 심지어 자신의 친정을 외척으로 들이기 위해 이제 막 피어오른 어린 소녀에게 못할 짓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친손녀까지 흑주술에 이용하여 평생을 가시방석에 살게하는 파렴치함을 보여주었던 잔악무도한 악녀였죠. 

어차피 결말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했어야할 대왕대비마마. 하지만 다시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욕심 하에 자신의 사위를 제거한다고 제정신이 아닌 윤대형(김응수 분)의 계략에 단2분만에 편안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국가와 왕실에 지은 죄가 많아도 명색이 대왕대비마마가 돌아가셨는데, 상복도 안입고 강무를 추는 등 대비 잘 죽었다고 자기네들끼리 박수라도 치는지. 지난 18회동안 극중 조선을 자신의 치맛폭에 넣어 좌지우지했던 악녀의 최후치곤 꽤 단조로운 편이죠.

 


살아있었을 때는 그렇게 공포스럽고 수많은 이들을 떨게했던 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던 실질적 권력자였으나, 정작 죽을 때는 자신의 가장 믿을 만한 세력에 의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를 토하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을 뿐이죠. 아무리 높은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권세가라고 할지라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허무하다. 혹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죄없는 이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결국은 자신의 부하에게 처참하게 죽어간 수많은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기 위함인 듯도 합니다. 

그런데 윤대형이 먼저 손을 쓰지 않아도, 결국은 세자빈 시해사건 주동자로 손자 훤에게 죄를 추궁당하며, 불명예스럽게 생을 마감했어야할 대왕대비마마. 비록 의도치 않은 갑작스러운 독살 또한 모양새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아보이나, 어떻게든 모든 것을 되돌려야하는 훤에게는 한가지 짐을 벗음과 동시에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제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고하나 손자가 할머니에게 지난날 잘못을 낱낱이 추궁하며 들추어내며 죄를 묻는 것은 조선시대 가장 최고 덕목인 효에 어긋나는 일이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걸리는 것은 동생 민화공주입니다. 할머니에게 죄를 묻기 위해서는, 그 때 함께 연우 죽이기에 동참한 민화공주도 함께 처벌해야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요상하고도 비상한 할머니가 향후 성조대왕 그리고 훤에게 세자빈 죽음 책임을 묻게하지 않기 위해 철없는 민화공주를 흑주술에 끌어들인거구요. 

하지만 정작 세자빈 시해사건 주동자이자 가장 큰 죄를 물어야하는 대왕대비마마는 이미 윤대형으로부터 아주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였고,  이제 흑주술에 가담한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이는 왕의 동생 민화공주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잔꾀나 음모에 대해서는 훤보다 비상한 할머니가 생각보다 일찍 죽어서 흑주술의 진실이 빨리 밝혀질 수 있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자니 임신까지한 동생 민화공주가 걸리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흑주술 최대 책임자(?)가 빨리 죽었으니, 과거 연우 시해사건은 묻는 대신, 윤대형의 역모죄만 물어 중전과 윤씨 일당을 궁궐에서 내쫓음과 동시에 동생 민화공주까지 살릴 수 있는 물고가 트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마냥 허무하게 다가오지 않는 대왕대비마마의 급독살입니다. 차라리 지금 이 모든 악의 근원인 대왕대비마마가 죽어주는게 모두를 위해서는 나을 수도 있구요. 허나 주인공 훤과 연우. 그리고 양명의 최대 적이자 넘기 힘들지만, 그들 손으로 응징해야 더 큰 쾌감을 안겨주는 대왕대비마마를 둘러싼 당연한 인과응보가 결말을 앞둔 급전개에 휘말려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 아닐까 찜찜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18회 동안 중심잡은 극악무도한 악녀연기로 <해를 품은 달>을 호령한 김영애의 졸속 퇴장과 더불어, 원작과 달리 허염과 그리 애뜻한 관계로 보여지지 않았던 설(윤승아 분)의 생뚱맞은 죽음. 설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만으로도 충분히 눈물이 나긴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가장 슬프고도 감동적인 장면이 어설픈 전개와 연출과 개연성 부족으로 씁쓸하게 무너져 안타까움만 전해진 19회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마지막 한 방을 앞두고 자꾸만 산으로 흘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는 <해를 품은 달>을 끝까지 버티게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아직까지 장녹영 무녀를 맡은 전미선씨와 날이 갈수록 실감나는 공포연기로 시청자를 흐뭇하게하는 중전 김민서가 살아있다는 것이죠. 

 


연우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미쳐버려 자신을 흑주술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연우를 죽이려고했던 중전이 보낸 살을 피까지 토해내가면서 온몸으로 막아낸 장무녀 전미선. 그리고 대왕대비마마 앞에 놓인 허무한 죽음 앞에서도 소름끼치는 열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던 김영애. 아마 존재만으로도 여심을 설레게하는 남자주인공 훤 김수현과 극 초반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받았던 아역들을 제외하고 오늘날 <해를 품은 달>을 있게한 일등공신이 있다면 대왕대비마마 역의 김영애, 도무녀 장씨 전미선씨가 아닐까 싶네요. 안정된 연기력과 신들리는 존재감으로 자칫 중간에 좌초될 우려가 있는 극의 중심까지 잡아주었던 배테랑 연기자 분들이 있었기에 <해를 품은 달>도 살고, 여주인공의 다소 부족한 연기도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해를 품은 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김영애씨는 윤대형 김응수의 독살에 단 2분만에 떠나게 되었고, 이제 남은 인물은 전미선씨 밖에 없네요. 그녀 역시 연우를 살려준다고 피토하면서까지 살을 막아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닐 것입니다. 과연 오늘 밤 마지막회 장무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전미선씨는 연우를 지키기 위해 고생했으니까 그녀만큼은 급전개에 휘말려 허무하게 <해를 품은달>을 아쉽게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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