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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하리수 덤덤해서 슬펐던 한마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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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재학 시절 '빨간통 파우더'을 앞세운 모 화장품 브랜드 CF 속 모델을 보면서 감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비스러우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이 흐르는 아리따운 외모. 처음에는 얼핏 봤기에 엄청난 미모를 가진 신인 모델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CF를 보다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왜나하면 그녀에게는 '목젖'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목젖과 함께 여성을 상징하는 성별기호에서 순간 남자로 바뀌는 성별기호. 10여년도 지난 CF이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알고보니 그 의문의 목젖은 그녀의 목젖이 아니라, 타 남성의 목젖이 합성된 장면이었습니다. 구태여 왜 없는 목젖과 너무나도 친절하다싶을 정도로 그녀의 '바뀐' 성별을 알려주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녀는 남들보다 좀 많이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동성애 등 남다른 성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공식적인 트렌스젠더 연예인 1호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까지, 그간 하리수의 삶은 우리들은 차마 감지하지 못하는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왜 멀쩡한 성별을 힘들게 바꿨나는 질문부터, 볼성사납다는 눈치까지. 그녀를 곱게 보지 않는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은 물론, 그녀를 둘러싼 편견을 모두 감안하고 받아들여야했으니까요. 


트렌스젠더라고 밝히지 않아도 웬만한 여자들을 능가하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굳이 자신의 남다른 면을 밝힐 필요도 없었을 듯도 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신상정보가 털리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숨기고 부인해도, 그녀가 한 때 남자였던 사실이 밝혀지겠지요. 하지만 하리수에게 명성을 안겨준 화장품 CF 초반 분위기처럼 자신을 철저히 숨기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나갔으면 한동안은 편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이 가진 연예인으로서 끼보다, 도드라지는 '성전환'에 대해서 결코 한 치의 꾸밈도 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때문에 대중들이 지금은 하리수를 온전히 한 여자로 봐주면서 그녀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너그러워진 것도 없지 않아요. 허나 여전히 동성애, 트렌스젠더 이름만 나와도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시대에 수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연민을 자아내며 인기를 얻고 공중파 예능프로그램까지 출연했던 하리수는 좀 남다른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아마 하리수가 도도 빨간통 파우더 CF 장면처럼 예쁘지 않았다면, 그녀가 화장품 CF를 찍는 일도, 숱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을거에요. 타 여자 연예인들에게서는 쉽게 보여지지 않는, 하리수만의 독특한 아름다움,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 그녀를 탐했던 것이고 '트렌스젠더'라는 껄끄러운 면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이죠. 


비록 하리수 자체는 연예인으로서 비교적 성공한 축에 속하고, 그녀가 원했던 대로 여자로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그녀를 연예인 '하리수'가 아니라 트렌스젠더 '하리수'에게 갖는 의문과 별의별 편견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어요. 이번 종편 모 토크쇼에서도 오고간 이야기처럼 대표적인 예가 하리수는 성전환을 결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다는 소문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었습니다. 호르몬 주사는 수술 전에 치료 단계에서만 필요할 뿐이거든요. 





그러나 트렌스젠더에게 갱년기가 빨리 찾아오고, 수명이 짧다고, 그녀에게는 상당히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는 다소 짖궃은 물음에는 너무나도 덤덤하게 인정하여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연민과 안타까움. 그리고 짠한 슬픔이 밀려올 정도였습니다. 


갱년기가 일반 여성들보다 빨리 찾아오고 수술을 안한 사람도 60세 이전에 죽는다는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어야하는 잔인한 진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의연하게 자신에게도 예정될지도 모르는 슬픈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였습니다. 아니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기 위해 여자로 재탄생을 결심하기 전부터 그녀는 향후 그녀에게 닥칠 시련의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처럼 보수적인 사회에서 끝내 가시밭길을 선택하면서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꿋꿋이 헤처 나가는 하리수. 여자를 선택한 대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면서도, 결국 수술을 선택할 정도로 간절히 여자가 되고 싶었던 그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전후무후한 케이스로 자신을 둘러싼 차가운 시선에 용감하게 부딪치면서 하리수라는 멋진 삶을 개척한 지난 날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당당하게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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