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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전망대

[지붕킥]내 아이를 스타로 만들겠다는 부모들을 탓할 수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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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질문을 해보겠다. 김연아가 되는게 쉬울까? 배용준이 되는게 쉬울까? 아님 판사가 되는게 쉬울까?

셋다 정말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지만, 판사되는게 더 쉽다.

적어도 판사는 일년에 몇 백, 최소한 몇 십명은 뽑지만, 김연아와 배용준은 일년에 한 번은 커녕, 한 세대(10년주기)에서 한 번 나올까말까한 대스타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박태환, 김연아의 대성공 이후 한국의 돈 좀 있고 자기 자식을 최고로 키우겠다는 일부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제2의 박태환, 김연아로 만들겠다고 아마 한동안 수영장이나 스케이트장으로 많이들 보냈을 거다. 또 그런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었고.

이 많은 피겨 지망생 중에서 제2의 김연아가 되는 건 극소수. 나머지는 저절로 도태되거나, 단지 어릴 때 취미생활로 접어둘 수 밖에 없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수영이나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많은 재능있는 친구들이 몰려온다는 건 대한민국의 엘리트 체육에는 참 좋은 일이다. 게다가 작년에 영화 '국가대표'의 엄청난 흥행이후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아울려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건 국가대표 등록 선수가 4명밖에 안되는 열악한 동계 스포츠 분야에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선수층이 늘어난 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자신의 아이들을 단지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혹은 그 아이의 재능찾기를 위해서 여러가지 운동과 연기,악기와 미술,무용을 배우게하는 건 아이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를 제2의 김연아로, 제2의 서신애,진지희로 만들기 위해서 아직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 아이에게 억지로 울음을 강요하게 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연습만 시키는 건 아이에게 못할 일이다. 김연아나 서신애, 진지희는 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고 또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과 그네들이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였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김연아같은 피겨스케이트의 1인자가 나온다는 건 세종대왕이나 정조같은 뛰어난 군주가 나올 확률과 비슷한 거다. 그만큼 김연아는 천운을 타고났고, 또 우리 대중들은 모르는 그녀와 그녀 부모만의 고통과 힘겨운 나날들이 있었다. 지금이야 김연아에 대한 지원이 많고 cf도 많이 찍어서 돈도 좀 벌었겠지만, 주목받기 이전만 해도 돈도 많이 깨졌을거고, 무엇보다도 예나 지금이나 피겨스케이트나 박태환의 수영은 비주류 엘리트 스포츠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뿐만이 아니다. 배우, 음악, 미술 다들 우리 대중들은 그 중에서 최고 잘나가는 사람들만 기억해서 그렇지, 그 나머지 사람들의 생활은 보통 일반인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최고만을 보기에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화려해보일뿐이고 돈을 쉽게 버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고 보통 사람들보다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대충 짐작은 가지만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예체능을 한다는 건 대부분 부모가 돈이 있어야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운동선수였던 부모와는 달리 운동신경이 둔한 해리가 보통 아이들은 만지지도 못하는 골프채를 만지고, 피겨, 양궁, 리듬체조, 테니스를 배우게 된건 역시 해리가 부잣집 딸이기 가능한 일이다.



물론 진짜 그 쪽 분야에 재능이 있어서 집안 환경이 평범한데도, 힘겹게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집에 돈은 많은데 공부로는 힘드니까 중간에 예체능으로 돌리는 친구들을 많이 봤으며, 또 진짜 재능은 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 재능을 접어야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보았다.  남다른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고, 피아노에도 소질을 보이는 세경이같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애들은 기회가 주어져도 못하는게 현실이다. 하긴 집에 돈은 많은데 마땅히 할게없어서(?)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은 그걸로 대학가서 단지 결혼할 때만 써먹을려고 하기 때문에(?) 그 쪽 분야로 성공하겠다는 건 그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재능이 있어서 하는 친구들은 죽자사자 그 쪽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야한다. 그동안 들인 부담도 엄청나고, 최고가 아니면 정말 밥먹기도 힘든 삶이 그 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유층에 속하는 보석과 현경이 해리를 피겨 스케이트를 한번 시켜본 건 단순히 공부를 못하는데 대학이라도 잘보내기 위해서 시킨 건 아니다. 그 쪽으로 비전문가들의 눈에 봤을 땐 해리가 피겨에 재능이 있어보여서 그런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재능이 보이면, 그 아이가 그 쪽에서 성공할 줄 알고 밀어붙인다. 결국 아이나 부모나 돌아오는 건 큰 상처일 뿐이다. 다행히 해리는 진작부터 그런 재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포기했지만, 어설픈 재능(?)으로 곧잘 잘한다 잘한다 해서 어릴 때부터 대학갈 때까지 쭈욱 운동,무용만 하다가 정작 나중에 실업팀이나 무용단으로 갈 실력이 안나오면 그 친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요? 그동안 해왔던건 운동밖에 없는데 말이죠.



이렇게 보면 대부분 부모들이나 아이들은 오금이 저리고 통 자신이 없는 공부가 더 쉬운 거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하면 최소한 밥벌이는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괜찮은 대학을 가도 다시 대기업에 가고 공무원에 간다고 몇 년을 죽자사자 공부만 해도 그 직장에 가기가 어려워서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대한민국에서 공부로 날린 애들만 본다는 사법시험에 합격해도 47%가 취업을 못하는 시대에 어쩌면 일찌감치 아이를 김연아, 박태환으로 키우겠다는 부모의 열망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성공확률은 공부해서 판사, 의사되는 것보다 훨씬 못미치지만 말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이제 최고가 아니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럴수록 내아이를 대한민국 최고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고군분투는 쭈욱 계속 될거다. 누가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최고만이 대접받는 사회가 우리들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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