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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점쟁이들 아예 코믹을 선택한 호러물. 이제훈 연기 변신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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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드라마, 스릴러, 액션 등 영화라면 대부분 챙겨보는 글쓴이건만, 유독 극장에서 보길 꺼려지는 장르가 있다. 바로 다음 아닌 공포다. 


글쓴이가 공포를 스킵하는 것은, 분명 무서움을 잘 타는 겁많은 성격도 기인한다. 하지만 사람이 무서운 스릴러에 비해 귀신, 영혼이 출연하는 공포물은 무섭기보다 웃음이 나오기 일수다. 실제로 요근래 개봉했던 호러물은 흥행은 물론이요, 혹평 일색인 작품이 대다수였다. 아무래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다보니,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격감한 것도 이유이겠더만, 어찌되었던 글쓴이의 개인적 취향과 일주일에 극장을 무려 3~4번 방문하는 특성상 호러물은 스크린에서 잘 안보게 된다. 


하지만 호러물이라면 질색인 글쓴이도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점쟁이들>. 사실 <점쟁이들>은 호러라는 장르보다 김수로, 이제훈, 강예원, 곽도원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보았듯이, 무섭다기보다 소위 '병맛같이' 웃긴 영화다. 막판에 주인공들과 악당(?)이 전면으로 충돌하기 직전 잠깐 무서워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결말이 뻔히 보이고, 내용 자체도 예측가능하게 평이하게 흘려간다. 





때문에 <점쟁이들>은 오금이 저려서 공포, 호러라면 질색인 사람들도 마음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이 또한 <점쟁이들> 신정원 감독의 치밀한 계획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리얼 공포, 호러물은 마니아성 장르고, 즐기는 이가 상당히 한정되어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감독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흥행력을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은 무서워야할 장면에서 실소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아예 <점쟁이들>은 스타 배우 섭외를 통해 막강한 라인업을 형성하고, 시도때도 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 아예 코믹하게 흘려간다. 





주요 배역들간의 얼히고 설킨 인간 관계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보았던 구도다. 대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다가 좌천당한 찬영(강예원 분)은 취재 차 내려온 울진리에서 자신의 아버지 죽음과 연루된 비밀을 캐내게 된다. 그리고 뛰어난 해안을 가졌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점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심인대사(곽도원 분)은 과거 자신의 연인과 꼭 닮은 승희(김윤혜 분)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리고 얼굴만 봐도 티격태격하는 박선생(김수로 분)과 박박사(이제훈 분)은 알고보니 너무나도 특별한 관계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등장인물의 이름만 봐도 무슨 관계인지 알아차릴 법도 하다)





깊은 악연에도 불구, 서로 이해 관계 때문에 울진리에 모여든 점쟁이들은 그간 자신들이 상대했던 귀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악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가진 악귀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 고초를 벌인다. 그러나 <점쟁이들>에는 가장 강한 적을 설정하면서도 동시에 악령 못지 않은 사악한 이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자신들의 비리를 보도한 찬영을 죽이고자 킬러를 투입시킨 대기업. 금광을 개발하고자 혈안이 된 안하무인 여사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이웃.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서슴없이 죽이는 사람들.. 점쟁이들이 상대해야할 적은 오합지졸 5명으로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돈 때문에 울진리에 모여든 점쟁이들은 악령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부성애와, 아버지에 대한 애뜻한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로 간에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진심어린 희생은 점쟁이들에게 수억원의 돈보다 더 큰 선물을 안겨준다. 


하지만 인간의 사악한 욕망으로 빚어낸 비극. 위기와 맞서는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진정한 인간애의 회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수많은 공포물, 전래동화에서 줄기차게 이어진 메시지일뿐이다. 결국 이 뻔한 내용을 맛깔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신정원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웃음'을 택했고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을 적재적소 투입시켜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점쟁이들>에서 가장 놀랍고도 행복한 발견은 단연 이제훈의 연기변신이다. <고지전>, <건축학개론>에서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미소년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이제훈은 그간 선보였던 역할들과는 정반대되는 카사노바 박박사로 여심을 유혹한다.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퀵> 작품을 통해 날로 상승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성장한 강예원의 능숙한 푼수 연기도 칭찬해주고 싶은 대목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을 오가며 개그맨보다 더 웃긴 배우로 사랑받는 김수로는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고 웃음이 우선인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으며 진지함과 코믹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곽도원의 명품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또한 시크한 미모가 돋보이는 김윤혜는 막강한 라인업 속에서도 그녀만의 매력을 물씬 발휘한다. 





아무래도 코믹 호러라는 장르와 'B급 정서'가 앞서는 신정원 감독 특유의 성향상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뭔가 작품성을 기대하고 <점쟁이들>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부담없이 가족, 연인과 즐길 수 있는 용도로 <점쟁이들>을 택한다면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여성 관객입장에서는 충무로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이제훈의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는 것만으로도 티켓 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다. 


P.S: 최근 SBS <대풍수> 방영을 앞두고 있는 배우 지진희가 <점쟁이들> 각본 원안을 담당했다고 한다. 지진희 또한 능력자 합류인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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