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영화 <타워>는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공식을 답습하는 영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108층 주상복합 건물에 화재가 나고,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염에 휩싸인 건물에 갇혀있는 시민들을 구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사람들은 살고 싶다는 본능에 아우성을 치고, 어떤 이는 아비규환 속에서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감독의 유명한 전작 <7광구> 때문에 개봉 전부터 말이 많은 <타워>였지만, <타워>는 확실히 <7광구>보다는 볼 만하고, 완성도 면에서 낫다. <타워>는 <해운대>, <연가시> 성공 이후 유독 재난 블록버스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한 영화다. 스토리 면에서 색다른 진행이 없다는 아쉬움이 지적되긴 하지만, CG나 내용 전개와 극 짜임새 과정에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려했던 신파적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7광구> 대비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진부한 스토리, 어색한 전개, 스토리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지만, <7광구>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중 처음으로 천만관객 위엄을 달성한 <해운대>도 해변 가까이에 무분별하게 초고층 호화 빌딩을 세운 인간의 탐욕이 드러났지만, 무시무시한 자연 재해에 의해 속수무책 당하는 인간군상을 그려낸 <해운대>와 달리, <타워>는 100% 인재다. <타워>의 주요 무대인 타워스카이 빌딩 조사장(차인표 분)이 무리하게 주상복합 빌딩만 세우지 않았어도, 아니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빛내기 위한답시고 무리하여 소방 헬기만 띄우지 않았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소수의 가진 자의 횡포에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고통 받기 마련이다. 불은 조사장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이 냈는데, 그 화염 속에 너무나도 많은 죄 없는 시민들이 크게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타이타닉>에서도 그랬듯이 그 뒤 수백 년이 지나도 말로만 평등한 이 세상은 구조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시민 위에서 군림하고자하는 기득권층 먼저다.
그러나 <타워>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빚어낸 참사 속에, 부조리한 세상을 꼬집고자 만들어진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화재 속에서 어떻게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의 헌신이 강조될 뿐이다.
일단 <타워>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 하나 나무랄 곳 없이 모두 훌륭하다. 요 근래 주, 조연, 단역을 막론하고 이렇게 훌륭한 연기 앙상블을 보인 영화는 드물다. 아내와의 약속을 뒤로하고 목숨 내놓고 시민들을 구조하는 강영기(설경구 분)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딸과 짝사랑하는 서윤희(손예진 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대호 역을 맡은 김상경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손예진의 믿음직한 재난 연기는 극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최고의 존재감을 발휘하여 극을 맛깔 스럽게 만드는 김인권, 김성오, 짧은 분량이지만 극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안성기와 박철민, 송재호. 그리고 악랄하기 짝이 없는 분노의 차인표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전형적인 재난 블록버스터와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랐고, 배우들의 연기들이 워낙 좋은 탓에 <타워>는 <7광구>와 달리, 연말 극장에서 가족, 연인 손 꼭 잡고 볼 만한 블록버스터로 남을 수 있었다.
게다가 개봉 첫날부터 무려 한 극장 평균 3개관을 차지할 정도로 CJ 엔터테인먼트가 팍팍 밀어주기에 또 하나의 천만관객 수립은 모르겠다만,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둘 것 같다.
완성도 있게 잘 만든 영화라 보긴 어렵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대작을 만드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어쩌면 아직도 쉽게 가라않기 어려운 <7광구>의 악몽이 애초 <타워>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트려서 의외로 긍정적으로 보게 할 수도 있겠다만. 역시 뭐든지 기대를 안 하고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법이다. 그런데 포스터 문구처럼 올 겨울 단 하나의 감동은.... 글쎄다. 12월 25일 개봉.
한 줄 평: 기대하지 않아 볼 만한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흥행 공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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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코드를 답습하고 있어 흥미를 많이 끌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더라구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아보였지만요.
의외로 대중들에게는 이런 영화가 좋은 평을 받을 수도 있지요. 뭐로가도 흥행만 하면 된다는게 현 대한민국 영화계라 ㅡ.,ㅡ
타워링과는 다름 영화로군요
보고 싶어요
동장군이 기습한 수요일을 잘 보내세요~
저는 타워링을 보지 않아 모르겠네요^^;;;펜펜님도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세요~
기대하지않았던 작품인데 너돌양님 평을 보니 흥미가 생기네요ㅋㅋ 가끔은 뻔한 흥행공식을 답습한 영화가 땡기기도합니다
7광구보단 낫다는 거지, 해운대만은 못합니다..그러나 가문의 귀환보다는 볼 만 할겁니다 ㅎ
전에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이재익의 책을 읽었었는데 여기서 이 영화를 소개했었다죠.
두시탈출 컬투쇼의 피디이자 인기 소설가인 이재익이 구상해서 만들었다더군요. 근데 너무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일거라서 보고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영화재미 자체로는 볼만한가
봐요?
이재익씨가 각본을 맡았군요. 영화적 재미는 그럭저럭...워낙 김지훈 감독 7광구가......라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의외로 볼만했던 것 같습니다.
아~ 착오가 있었습니다. 제가 말한 영화는 '타워'가 아니라 '싱크홀'이라는
재난영화네요. 아직 개봉은 안됐고, 진행중인가봐요. 그 영화에 재난장소가
'시저스 타워'라는 빌딩이어서 제가 잠시 햇갈린 모양입니다. 싱크홀이라는
영화도 대략 영화 '타워'처럼 비슷한 포맷의 영화같구요.
손예진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호평에 비해 평점은 낮게 주셨네요;;
해운대가 약간 오버랩되긴합니다.ㅎㅎ
한번 보고싶네요.ㅎ
요즘.. 볼만한 영화가 너무나 많이 나왔습니다.
호빗.. 보고 싶지만~~~ 평이 별로라서.. 한국영화를 찾던 중.. 타워!!! 봐야겠습니다. ㅋ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지요?
저도 한번 보고싶은데요~
돈 쳐 바르고 답습하다 망한 마이 웨이 생각나네요. 돈은 발라도 좀 참신하게 발라야 하는데 CJ 힘으로 개봉관 점유로 본전은 뺄라 할텐데 솔직히 지루햇네
저도 한번 보고 싶은..ㅎ
잘보고 갑니다~
노을인 가문의 귀환...보고 왔는데...
잘 보고가요
재난 영화에 너무 데인 적이 많아서...
아직도 볼까말까를 고민중이에요 ㅋㅋ
손예진이 영화를 잘 선택하기는 하는데...감독 때문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