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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라이프 오브 파이. 황홀한 영상 속 펼쳐지는 상생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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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이 이번에는 난파당한 보트 위에 무시무시한 호랑이와 사이  좋게 지내야했던 한 소년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았다. 


동물원을 경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온 피신 몰리토 파텔(수라즈 샤르마 분). 맑은 영혼을 가지라는 취지에서 프랑스의 아름다운 수영장 이름을 가져온 갸륵한 뜻에도 불구, 피신이란 단어 때문에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자신의 예명을 파이로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고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이 많았던 소년은 인도의 국교인 힌두교 외에도 천주교,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신을 믿지 않으며, 오직 이성만을 강조하는 파이의 아버지는 맹목적으로 여러 종교를 받아들이는 아들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유일신이 아닌 다양한 신을 섬길 수 있었던 파이의 공존법이 훗날 거친 파도 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음을 그 땐 미처 알지 못했다. 





가정 형편 상 그동안 사육하던 동물들과 함께 인도를 떠나야했던 파이의 가족들은 배를 타고 캐나다를 건너가던 중, 폭풍을 만나 그 중 파이 혼자만 살아남게 된다. 파이 외에 동물원에서 기르던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도 구조 보트 위에 올라타게 되었으나 그리 반갑지 않은 호랑이 리차드 파커의 존재는 두렵기만 하다.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는 하이에나마저 제압하는 리차드 파커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던 파이는 뗏목을 만들어 자리를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리차드 파커를 피할 수만은 없는 법. 파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리차드 파커를 진정시키고 싶지만, 태어날 때부터 기골 찬 뱅골 호랑이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거친 폭풍 위에서 파이의 방주에 탑승한 동물들은 파이 포함, 5마리. 하지만 파이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은 차례차례 자기보다 강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철저히 약육강식 먹이 사슬 논리에 지배되는 보트 위에 생존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는 먹이 사슬 정점에 올라있는 최후의 포식자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파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만일 리차드 파커가 없었다면 자신도 살 수 없었다고 말이다. 





거친 폭풍에 휩쓸려 가족을 잃고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위에 헤매고 있는 것에 모자라, 호랑이에게 생존 위협까지 받아야했던 파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호랑이가 사라져야 자신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었던 소년은 리차드 파커가 건재해야 자신 또한 바다 위에서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 결코 양립되어 보일 수 없었던 인간과 호랑이의 아름다운 공존. 당장 생존에 지장을 줄 법한 호랑이를 적으로 간주하기보다, 함께 위기를 해쳐갈 동반자로 보았던 파이의 지혜. 나와 다른 무언가를 인정하기보다, 형식적인 상생을 강조하는 승자독식시대에 진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설령 그 호랑이와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없다해도 말이다.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꼭 IMAX 3D로 보아야할 필요성을 여실히 일깨워준 아름답고 황홀한 비주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과정에 인간 본연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하는 메시지. 이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라이프 오브 파이>. 거액의 자본을 들인 블록버스터도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좋은 예로 꼽힐 만 하다. 



한 줄 평: 무한 경쟁 시대 필요한 상생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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