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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더 헌트. 집단 폭력에 진실로 맞서 싸우는 매즈 미켈슨의 슬픈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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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개봉한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작 <더 헌트>는 '마녀사냥'을 주제로 한 영화다.( 이 영화로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2012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주연을 맡은 매즈 미켈슨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는 그 이전에도 상당수 있어왔다. 아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확실치 않으면서 죄인으로 몰고가는 행위는 지금 이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이번 주 방영한 KBS <학교2013>에서 벌어진 휴대폰 도난사고에서 빚어진 급우들간의 갈등과 오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종종 일어난 편견과 몰아세우기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승리고 2학년 2반에서 휴대폰 도난 사고가 일어나고, 2반 학생들은 너무나도 쉽게 오정호(곽정욱 분)을 범인으로 몰고간다. 오정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번에는 보호관찰 중이던 박흥수(김우빈 분)이 경찰조사를 받는다. 휴대폰을 훔친 학생은 따로 있었지만 본인들도 인정하는 '막 살았다는' 잘못된 과거가 이제부터라도 마음 고쳐먹고 잘 살고자하는 그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아무 잘못도 없음에도, 단지 아이의 거짓말로 유아성추행범으로 억울하게 몰려 고초를 치룬 것은 <더 헌트>의 주인공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헌트>의 루카스는 <학교2013>의 흥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주위의 멸시와 질책을 한 몸에 받는다. 





유치원 교사로서 그 누구보다도 착실하게 살아왔던 루카스는 친구 딸 클라라의 모함으로 인생 최악의 곤경에 빠지게 된다. 클라라는 자기가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이자, 아빠의 절친한 친구인 루카스를 좋아했다. 그래서 루카스에게 비누 선물도 하고 그의 입에 뽀뽀를 하기도 했지만, 클라라보다 한참 어른인 루카스가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리가 없다. 화가 난 클라라는 전날 오빠의 짖궃은 장난에서 들은 단어를 상기하며 해서는 안될 말을 유치원 원장에게 하고야 만다. 그리고 클라라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는 부메랑이 되어 루카스와 그의 아들 마커스에게 깊은 상처로 자리잡게 된다. 


도통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탓에, 마을 어른들은 클라라의 말만 진실로 받아들이고, 루카스의 해명은 들어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긴 그런 끔찍한 사례들이 빈번히 있어왔고, 그럴 경우 보통 아이들 말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가끔 예외도 있는 법이고, 이번 사건은 그 예외에 속하고 있음에도 불구 마을 사람들, 심지어 클라라의 아버지 테오는 말할 것도 없고 루카스의 친구들마저 완벽히 등을 돌린다. 평소 루카스를 따르던 아이들도 사건이 벌어진 이후 자기 또한 루카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없는 말을 지어내기까지 한다. 





모두가 루카스만 질타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루카스의 편이 되어주는 건 그의 아들 마커스와 친구 브루운뿐이다. 브루운의 도움으로 루카스는 유치원 원생들 성추행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루카스를 의심하고 그에게 계속 돌을 던진다. 마치 덴마크인들이 취미로 즐기는 사슴 사냥 하듯이 말이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집단 폭력 속에서도 자신에 대해서 떳떳했던 루카스는 올곧은 진실의 눈과 용기로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당당히 맞선다. 


처음부터 루카스가 죄가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스크린 밖 관객들은 영악한 어린 아이의 짖궃은 장난으로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 하나하나를 보는 것 자체가 괴롭고, 어떠한 객관적 증거없이 루카스를 무작정 단죄하려고 하는 그들의 광기가 원망스럽고도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클라라가 입을 열기 전까지 루카스에게 돌을 던졌던 이들은 모두 다수의 사람들과 같은 좋은 이웃이자, 친구이자, 부모이자, 자식일뿐이다. 





우리도 루카스 마을 사람들 입장이 되어, 비슷한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우리가 보일 반응도 그들과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단 주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도 TV, 영화를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쥔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라는 심증 하나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조차 공격하는 것은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하나의 현상일 뿐이니까. 


15세기 초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은 어쩌면 상당히 오랜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드러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일 지도 모른다. 


가끔은 <더 헌트> 극중 클라라 아빠 테오의 말대로 세상은 악으로 가득차 있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막는다면 이를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게 다가올 때도 있겠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인터넷을 포함 우리 사회 곳곳에 '정의를 위한 집단행동'의 명분으로 거행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악을 처단하기 위한다는 명목 하에, 명백히 증거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남들이 하는 대로 무심코 돌을 던지긴 쉬어도, 잘못 던져진 돌에 의해 부서진 무언가를 예전 그대로 완벽하게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 말만 듣고 루카스의 애완견을 죽이고, 그의 얼굴과 가슴에 상처까지 낸 마을 사람들, 친구들의 잘못을 엄중히 꾸짖을 수 있을까. 


남의 일 같지 않고, 우리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은밀한 폭력'을 피하기보다 당당히 맞서 불완전하지만 스스로 진실을 획득한 매즈 미켈슨의 올곧으면서도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찬 슬픈 눈망울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인간이 쓴 총에 힘없이 쓰러진 사슴과 같았던 <더 헌트> 포스터 속의 매즈 미켈슨 눈. 사족이지만, 현재 글쓴이 블로그 프로필 사진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매즈 미켈슨이다;;;



한 줄 평: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도나도 무심코 던진 짱돌, 누군가에게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슬픈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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