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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남쪽으로 튀어. 속을 후련하게 하는 캐릭터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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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말대로 그는 원시시대에 태어나야했다. 어느 누구도 개인의 삶을 일일히 통제하지 않는 세상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불행히도(?)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그 결과 그는 별종을 넘어 사상 불온자로 찍혀 국정원의 불법 감찰 대상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그가 누구나고, 바로 이 시대의 갑 최해갑 되신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원작으로 한 임순례 감독 영화 <남쪽으로 튀어>는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전형적인 아키니즘(무정부주의)를 표방한다. 남달랐던 조부모, 부모를 두었고 대학시절 최게바라로 불렀던 최해갑(김윤석 분)은 별명만큼이나 체게바라를 추종한다.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라는 최해갑다운 독특한 가훈은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배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영 거리가 멀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는데, 다행히도 최해갑에게는 안다르크라고 불리던 아내 봉희(오연수 분)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큰 힘이 되어준다. 


tv를 보지 않는 최해갑은 전기 수신료에 보지도 않는 tv 수신료가 포함되는 것이 불만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데 국가에서 알아서 정했다는 국민연금 납부에 강력히 항의한다. 부실한 학교 급식에 교장 선생님과 당당히 면담을 요청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행여나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불이익이 떨어질까봐 입 꾹 다물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부조리에 앞서 맞서는 그의 '촌철살인'은 보는 이의 속을 후련하기까지 한다. 





부당하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공적, 사적 횡포에 맞서 싸우는 최해갑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 '체게바라'의 재림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쪽으로 튀어>가 주먹 불끈 쥐며 심오한 분위기 잡는 사상 영화로 보긴 어렵다.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상당 부분 조명되지만, 최해갑이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과정은 유쾌상쾌통쾌를 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안겨준다. 


물불 안가리고 자신의 행복을 침해하는  모든 개입에 거부, 저항하는 최해갑의 행동은 불만이 있어도 기존의 정해진 순리에 따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봤을 때 상당히 이질적이고도 극단적이다. 그러나 말보다 개인의 행동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는 최해갑은 결국은 자기와 가족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옳다고 밀어붙이는 일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던 시대의 약자들을 구한다. 





할 말 다하고, 부당한 일은 거침없이 맞서는 최해갑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한국의 최게바라를 지탱해주는 가족과 기타 인물들도 통통 튀어 살아있다는 것이, <남쪽으로 튀어>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다. 


최해갑 팬클럽 1호 회원으로 그의 행동을 온전히 지지해주고 손발이 되어주는 안다르크 오연수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영화의 떠오르는 신예 한예리, 리틀 이승기라 불릴 정도로 훈훈한 외모와 최해갑을 닮은 부조리에 맞서는 깡다구로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백승환과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박사랑. 거기에 최해갑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를 자처하는 김성균과 김태훈의  기존 작품에선 볼 수 없던 순둥이 연기(?)까지. 





현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판타지적 인물에 설정이라고 하나, 가끔은 스크린 속에서라도 대리 만족이라는게 필요한 요즘. 그리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설정에도 불구, 임순례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과 따스한 손길로 보기만 해도 속시원하고 마음까지 훈훈하게 덮어주는 영화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 줄 평: 속 시원하게 하는 최해갑와 살아있는 캐릭터 향연이 훈훈하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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