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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라자르 선생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따뜻한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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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은 담임교사 마틴의 자살을 목격하고, 이후 마틴의 빈자리는 알제리 출신 바시르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 분)이 대체 교사로 투입된다. 테러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고 캐나다에 망명 신청한 라자르는 몬트리올에 정착하기 위해 교사 근무를 지원한다. 


교사 경험이 없었던 라자르의 교수법은 다른 교사에 비해서 시대에 뒤떨어져있으며, 심지어 권위적으로 보여지기 까지 하다. 하지만 나비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애벌레를 품어주는 나무가 되길 소망했던 라자르는 시행착오 끝에 아이들에게 소중한 선생님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하지만 숲을 집어 삼키는 뜨거운 불꽃이 라자르와 아이들의 오랜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듯하다.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을 목격한 초등학생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문을 여는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주요 공간은 캐나다의 한 초등학교이다. 맨 처음 담임의 죽음을 목격한 시몽(에밀리언 네론 분)은 담임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라자르를 누구보다 잘 따르는 알리스(소피 넬리스 분)은 여전히 죽은 마틴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어른들의 믿음과 착각과 달리 여전히 담임의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아이들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가족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라자르의 만남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영화는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진정으로 행복해진다는 평범한 ‘힐링 영화’의 단계를 넘어, 라자르와 아이들이 지내는 학교를 통해 오늘날 캐나다가 앓고 있는 교육 문제, 캐나다 울타리 밖의 이민자 문제까지 파고든다. 


학생들에게 체벌은 물론 신체 접촉까지 금지된 이후 아이들 지도에 고충을 털어놓는 캐나다 교사들은, 자연스레 우리나라 교사들의 고민과도 연결된다. 아이들이 마음 속 상처를 훌훌 털어놓기 바라는 라자르와 달리, 교장을 비롯 대다수 학부모들은 마틴의 자살이 잊혀 지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의 주장에 따라, 담임교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이는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도하는 바는 아니겠지만, 어른이 휘두른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그 충격에서 빨리 헤어 나오길 종용한다. 아이들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의 기준과 판단에 의해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채기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것조차 막는 것 또한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을 <라자르 선생님>은 우리에게 넌지시 묻는다. 


<라자르 선생님>은 기존의 교사와 제자가 등장하는 영화처럼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의 만남을 통해 행복을 되찾는 이야기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뜻하지 않게 ‘마지막 수업’을 준비해야하는 라자르의 운명은 전형적인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다. 


겉으로는 한없이 평온해보이지만 군데군데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작은 가시가 불연 듯 찌를 것만 같은 초등학교는 잔잔하게 흘려가면서 조금씩 심장을 파고드는 영화의 표현법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뜨거운 불꽃이 숲을 집어 삼키는 와중에도 애벌레를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나무 덕에 영화는 슬픈 생채기를 이겨낸 날개를 활짝 핀 나비가 되어 살포시 내려앉는 감동은 쉽게 잊혀 지지 않은 진한 향기를 자아낸다.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은 물론, 영화 속 캐나다 교육 현장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왔다. 5월 9일 개봉. 


한 줄 평: 잔잔한 파도 속 해일이 휩쓸고 남긴 생채기. 하지만 라자르와 같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다면 극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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