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로마 위드 러브’ 우디 앨런만의 독특한 로마 탐방기

반응형




<미드 나잇 인 파리>로 1920년대 파리를 순방하고 돌아온 우디 앨런의 다음 목적지는 로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도시 ‘로마’의 유적지를 관람하는 대신, 로마에 살고 있거나 잠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다소 평범하지 않는 해프닝을 관찰하는 <로마 위드 러브>는 크게 4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귀여운 미국 아가씨(앨리슨 필 분)와 진보 성향을 가진 이태리 꽃미남 변호사의 만남은 은퇴를 두려워하는 괴짜 공연 기획자(우디 앨런 분)와 매일 샤워를 하면서 가곡을 부르는 남자의 조우로 이어진다. 성공의 부푼 꿈을 안고 아내 밀리 손을 잡고 로마를 찾은 안토니오는 뜻하지 않게 섹시한 콜걸(페넬로페 크루즈 분)을 만나 곤경에 처한다. 


휴가차 로마를 찾은 성공한 건축가(알렉 볼드윈분)는 우연히 자신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 건축학도(제시 아이젠버그 분)를 만나고, 위대한 건축물을 세우는 게 꿈인 건축학도는 연인의 친구이자 매력적인 여배우(엘렌 페이지 분)와 삼각관계에 빠진다. 지극히 평범한 로마의 샐러리맨에서 한순간에 유명 인사로 등극한 남자(로베르토 베니니 분)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Memory, Fame, Scandal, Dream이란 각각의 주제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로마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는 외에는 눈에 두드려지는 공통점은 찾을 수 없다. 우연이라도 각 이야기 간의 등장인물이 마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한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각각의 다른 이야기가 뒤죽박죽 뒤엉킨 교차편집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개의 이야기가 얽혀 있으면서도 혼란스럽기보다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지는 <로마 위드 러브>는 이미 영화라는 형식을 넘어버린 거장 우디 앨런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랜만에 배우로 열연한 우디 앨런을 비롯,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알렉 볼드윈, 페넬로페 크루즈, 엘렌 페이지 등 내로라하는 톱 배우들의 숨겨진 매력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것도 우디 앨런 영화니까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극 중 로마에 머물려 있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로마’에서 꿈을 꾸고, 영화는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비현실적인 장치까지 등장시킨다. 잠시 동안 꿈의 세계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오고, 그제 서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인지하게 된다. 





로마에서 있었던 일장춘몽은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라는 글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잠깐으로 끝난 그들의 꿈은 결코 씁쓸하거나, 어떠한 미련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온전히 우디 앨런만의 로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픈, <로마 위드 러브>.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욕구와 시대를 앞서가는 위트와 감성을 가진 우디 앨런의 독특한 인생철학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근사한 꿈이다. 


한 줄 평: 인생무상 제행무상이 절로 연상되는 우디 앨런의 독특한 로마 탐방기 ★★★☆ 


*오마이스타에 게재되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