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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환상속의 그대’ 상실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배우들의 명품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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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근(이희준 분)은 차경(한예리 분)은 서로를 사랑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차경은 죽음으로 혁근의 곁을 영영 떠나고, 차경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혁근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차경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차경의 죽음은 차경의 오랜 친구였던 기옥(이영진 분)도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옥은 그녀도 모르게 차경에게 고장 난 자전거를 빌려줘 차경을 사고로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혁근과 차경이 만나기 전부터, 혁근을 짝사랑했던 기옥은 혁근 에게 가까이 다다가고 싶지만, 혁근은 오직 죽은 차경이 뿐이다. 





2009년 단편 <백년해로외전>으로 향후 한국 영화가 주목할 유망주로 촉망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강진아 감독은 첫 장편 영화로 자신의 대표 단편인 <백년해로외전>을 새롭게 재해석한 <환상속의 그대>를 발표하였다. 


<백년해로외전>에서 차경으로 출연했던 한예리가 <환상속의 그대>에서도 차경이로 그대로 출연하고, 혁근 역에 배우 이희준, 그리고 차경과 혁근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기옥 역할이 추가되어 독립영화임에도 불구 제법 호화 캐스팅 라인업을 이룬다. 


<환상 속의 그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이 있다면, 이희준, 한예리, 이영진 등 요즘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들의 밀도 있는 감정 연기다. 





극 중 혁근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죽은 연인 차경을 잊지 못하고, 기옥은 오직 차경의 환상 속에만 맴도는 혁근을 두고 가슴앓이 한다. 동시에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죄의식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기옥을 맡은 배우 이영진의 몫이다. 혁근과 기옥의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죽은 이후에도 신비로운 생명력을 유지하는 차경은 아름답고 순수한 ‘환상속의 그대’ 그 자체다. 


차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에, 혁근은 쉽게 차경을 놓지 못하고 자신의 환상 속에 차경을 가두고자 한다. 혁근의 상상 속에서 차경은 그녀만큼 귀여운 돌고래와 함께 뛰어노는 사랑스러운 모습에 머물러있다. 차경이 없는 현실을 부정이라도 하고 싶듯이 혁근은 더더욱 자신의 상상 속에 살아있는 차경에 옭아매고 그 환상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차경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혁근을 위로하는 것은 혁근과 마찬가지로 차경을 잃은 기옥이다. ‘차경’이란 서로에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힘들어하던 공통분모가 있는 혁근과 기옥은 서툴지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상실’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력답게, 단 1억 6천만원으로 세련된 영상미를 구현한 강진아 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인다. 극중 불완전한 환상과 죄의식에 빠져있는 극중 주인공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카메라 워킹 방식도 감각적이다. 


다만, 주인공들의 감정 소모가 조금만 짧았더라면, 조금 더 압축적으로 임팩트하게 나갔다면 상실과 치유에 대한 강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 16일 개봉.


한줄 평: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아름답게 떠나보내 줄도 알아야... ★★★


*오마이스타에 게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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