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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94. 숨막히는 삼각 관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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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드라마, 영화 통털어 가장 부러운 캐릭터가 있다면 단언 성나정이 아닐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의도치 않게 묻어나는 섬세함에 가슴설레게 하는 남자 쓰레기(정우 분)에 이어 여심을 사로잡는 자상함이 몸에 벤 젠틀남 칠봉이(유연석 분)까지.

 

 

 

 

지난 8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7회 '그 해 여름'은 칠봉이를 위한 한 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쓰레기와 더불어 성나정의 남편 유력 후보라고 하나, 그동안 칠봉이의 존재감은 그리 두드려지지 않았다. 칠봉이가 본격적으로 나정이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전까지, 칠봉이는 그저 나정이 아빠 성동일이 눈독 들이는 야구 유망주, 나정이네 '신촌 하숙'에 기거하는 빙그레(바로 분)의 사촌에 지나지 않았다.

 

나정이를 서서히 좋아하고 있다고 하나, 선한 인상의 강남 훈남일 뿐인 칠봉이가 지난 1화부터 급격히 쌓아올렸던 쓰레기의 엄청난 벽을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히 벅찬 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다. 나름 쓰레기와 함께 희대의 삼각관계를 구성하는 핵심 멤버인데 일방적으로 쓰레기에게 밀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쓸데없는 기우였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김민종, 손지창의 '더 블루' '그대와 함께' 전주곡에 맞춰 매끈한 근육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성나정 앞에 나타난 칠봉이는 세상 모든 성나정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아빠가 유명 야구 코치임에도 불구, 농구만 사랑했던 성나정에게 대학 최고 유망 투수 칠봉이는 이상민 오빠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찝적대는 야구부 선배에게 '사구'를 날리며 나정이를 지키는 용감무쌍한 기사도 정신도 보여주었다. 물론 그 뒤의 엄청난 쪼인트는......

 

그러나 그렇다고 칠봉이에게 쉽게 마음을 내줄 성나정이 아니다. 알다시피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제 이상민이 아닌 쓰레기로 가득찬 지 오래다. '쓰레기'라는 다소 불결한 오명을 달고 살 정도로 무심하면서도 유독 이일화, 성나정 모녀에게만 살가운 경상도 사나이. 역시 이일화, 성나정을 제외한 여자 마음 모르는 쓰레기 아니라고 할까봐, 역시 그는 7화에서도 거한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했다.

 

 

 

 

"그라믄 안돼." "여성들에게 말 함부로 놓으면 안돼." 누가 바람 광팬 아니라고 할까봐. 쓰레기가 강추한 마산 재벌2세들로 알차게 구성된(?) 소개팅 멤버로 과거 정우가 열연한 영화 <바람>의 이유준, 지승현, 양기원이 우정 출연.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참으로 명불허전 쓰레기의 무심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박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이 엄청난 소개팅에서 성나정의 결혼식에 팔짱 끼고 참석하는 커플이 탄생했다는 것.(역시 돈이 좋아...가 아니라)

 

 

 

 

하지만 이 참으로 배꼽잡을 정도로 기막힌 소개팅은 단순 웃기기 위해 설정된 에피소드만은 아니었다. 김일성 사망으로 "그라믄 안돼" 형제들이 바람 같이 떠난 후, 경리를 비롯한 나정의 친구들은 "그라믄 안돼" 행님들보다 주선자 쓰레기에게 격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쓰레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성나정은 "쓰레기에게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둘려댄다.

 

 

 

 

성나정이야 그녀가 쓰레기를 좋아하는 것은 쓰레기빼고(어쩌면 쓰레기도 알고 있지 않을까...) 전국민이 아는 사실이니 그럴러리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더 대박인 것은 곧바로 이어진 쓰레기의 반응이었다. 나정이를 그저 동생으로만 귀여워하던 쓰레기가 나정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의 쓰레기라면 '그라믄 안돼' 행님들이 나정이에게  관심을 보이면, 마산의 돈을 다 가지고 있는 알짜배기라면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면서 격하게 밀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는 웬일인지 나정이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그라믄 안돼' 행님의 부탁이 부담스럽다. 결국 쓰레기는 계속 나정이의 삐삐 번호를 요구하는 행님에게 "(나정이) 남자친구 있다며." 에둘려 정중히 거절한다. 나정을 동생으로만 생각한 과거 쓰레기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현재 나정이는 쓰레기를 좋아하지만, 칠봉이도 그리 싫지는 않다. 칠봉이는 나정이를 대학 야구 결승전에 초청할 정도로 그녀를 향한 마음을 굳힌 것 같고, 자다가 나정이를 꼭 껴안고 팔베게까지할 정도로 나정이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녀를 향한 마음에 확신이 없는 듯한 쓰레기는 언제부터인가 나정이에게 치근거리는 남자들(칠봉이 포함)이 눈에 거슬린다.

 

이렇게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라는, <응답하라 1997> 못지않은 대망의 삼각관계 구도를 매듭지었다. 쓰레기, 칠봉이 중 누가 성나정의 남편으로 간택될 지는, 제작진의 손에 달려있다. <응답하라 1994> 신원호PD 말에 의하면, 최근 일어난 정우의 열애설에도 불구, 성나정 남편 찾기 결말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 말의 뜻은 애초 쓰레기는 성나정의 남편이 아니었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정우의 대표작 <바람>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카메오로 내세울 정도로, <바람>의 광팬인 제작진이기 때문에, 정우의 열애설과 상관없이 쓰레기를 성나정의 남편으로 내정할 수 있다는 말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찌되었던 <응답하라 1994>는 2013년 여름 못지 않게 햇볕이 따가웠던 1994년의 여름만큼 숨막히는 삼각관계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라는 메인 삼각 구도 못지 않게, 조윤진(도희 분)-해태(손호준 분)-삼천포(김성균 분)의 삼각관계 또한 흥미 돋게 한다. 당췌 누가 김재준인지 알 수 없는, 성나정-쓰레기-칠봉이와 달리 윤진이의 남편은 해태로 압축된 듯하나, 삼천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8회 예고편을 보고 있으면, 이 들 삼각관계도 꽤나 큰 혼선이 밀어 닥칠 것 같다.

 

 

 

 

역시나 칠봉이 유니폼의 이름을  능수능란하게 가릴 정도로 꼼꼼하시고, 밀당에 능한 tvN <응답하라 1994> 제작진은 역시 지난 8일 방영한 7회 '그 해 여름'에서도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김재준이 누군지 보여주지 않았다. 하긴 <응답하라 1994>의 가장 최고의 무기를 쉽게 내줄 제작진이 아니다. 제작진들은 어떻게해서던지 20회까지, 김재준이 누군지 쉽게 답을 내주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해서던지 제작진이 한 회씩 던져주는 힌트에 김재준이 누군지 기어이 맞추고자 하는 몇몇 시청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의 진정한 밀당은 아리송송한 수능 언어 영역 문제 답안 맞추는 것만큼 고난도의 성나정 남편 찾기가 아닌, 서로 간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나란히 발 맞추어 걷기 시작한 성나정, 쓰레기, 그리고 칠봉이의 어설프고도 떨리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닐련지.

 

 

 

 

1994년과 달리, 20대를 대상으로 한 청춘 드라마가 완벽히 실종된 지금, 90년대 추억을 빌려,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첫사랑 이야기로 2013년대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살살 녹이는 <응답하라 1994>의 풋풋한 밀당이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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