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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1박2일. 예능을 통해 안중근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의미있는 방송으로 기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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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왜하필 중국 하얼빈 이었을까. 


지난 20일 방영한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은 그들이 극구 하얼빈으로 갔던 진짜 목적이 드러난 방송이었다. 


<1박2일>은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발자취를 찾아간다. 





안중근은 일제강점기 시절 국권회복을 위해 투쟁한 여러 독립 운동가들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조선을 침략한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했고, 자신의 약지를 잘라 독립 의지가 담긴 혈서를 쓴 것은 익히 유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아는 바는 대체로 딱 여기까지다. 그 외에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당시 안중근의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한자 이름) 저격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화제를 모았는지,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쏘기 직전 작전 성공을 위해 어떠한 계획을 세웠는지 등등 평소 안중근 의사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으면, 우리가 아는 사실은 교과서에 게재되어있는 딱 몇 문장,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딱 거기까지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귀향>의 성공처럼, <1박2일> 안중근 의사 편도 요즘 근 현대사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역사, 그 중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투쟁을 전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였다. 대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는 감상적 애국주의에 빠질 확률이 높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안중근 의사의 영웅담은 마치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특별한 존재로 신격화시킬 뿐, 왜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2010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 지에 관한 진지한 질문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하지만 <1박2일>은 안중근 의사의 과도한 신격화 대신, 이토 히로부미 저격 직전 그가 머물렀던 장소를 돌아보며 1909년 10월 26일 단 세 발의 총알로 이등박문을 쏘기 까지 인간으로서 가졌던 안중근 의사의 고뇌, 그 속에도 흔들림없었던 그의 굳건한 독립 의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기 때문에 고초를 겪게될 가족들 걱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당시 안중근이 남긴 문서를 근거하면, 그는 사사로운 고민보다 대의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더 확고했다. 그래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역으로 온다는 다소 불투명한 소식 하나만 듣고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가 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한걸음 달려온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가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역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거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이야기와 다르게 하얼빈역은 애초 안중근과 그의 동지인 우덕순, 조도선이 계획한 이토 히로부미 암살 목적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 그들이 생각했던 이토 히로부미 최적의 의거 장소는 채가구역이었고, 하얼빈역은 채가구역에서 거사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였다. 그런데 채가구역의 삼엄한 경비 탓에 1차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안중근 의사가 의거에 성공하였다. 





안중근이 동지 우덕순과 함께 거사를 도모 하던 조린공원에서 부터 거사를 앞두고 동지들과 사진을 찍었던 사진관, 안중근이 묶었던 김성백 집터를 찾아간 <1박2일>은 이후 안중근이 의거 했던 하얼빈역 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안중근이 의거 의후 남은 여생을 보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뤼순(다롄) 형무소를 찾는다. 그곳에서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을 알기도 하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의거에 관한 뒷 이야기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했던 하얼빈역, 그가 갇혔던 뤼순 감옥 모두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너무나도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과거 하얼빈역 구 역사 자리에 안중근 기념관을 만들었던 왕홍빈 전 하얼빈시 문화국장은 기념관이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25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왔으며, 그중 90%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며,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높이 칭송한다. 





중국이 기념관까지 만들면서 안중근 의사를 기리고자 하는 진짜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동양평화론’으로 위시된 안중근이 남긴 사상과 숭고한 정신은 2010년대 대한민국을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금 <1박2일>을 따라 1909-1910년 당시 안중근이 남긴 흔적들을 추적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목숨 걸고 민족의 원흉을 처단한 안중근의 의거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 혹은 과거에만 있었던 일로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안중근의 의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는 자세다. 







그런 점에서 예능 프로그램 이면서도 풍부한 자료 조사와 시청각 자료를 근거하여 우리가 몰랐던 안중근 의사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낸 <1박2일>의 접근법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현재 교과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중요한 역사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배우는 시간. <1박2일>은 그렇게 동시대 공영 방송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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