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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세상에 덜 중요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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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의 전체 플롯은 지극히 단순하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이후 복수만 꿈꾸던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원수를 이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다는 내용. 그런데 <탐정 홍길동>은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 영화에서 흔히 있는 러브라인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다 못해 조성희 감독의 전작 <늑대소년>에는 어여쁜 송중기와 박보영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가 있었는데, <탐정 홍길동>에는 이제훈, 고아라와 같은 선남선녀가 나옴에도 불구, 그런 조짐조차 전혀 없다. 오직 <탐정 홍길동>은 홍길동이 그렇게 찾고 싶었던 어머니 죽음에 얽힌 비밀을 향해 우직하게 직진한다. 


물론 홍길동이 정분을 쌓는 여자들이 등장하긴 한다. 그런데 여자들의 나이가 워낙 어려서 그런지, 연인 느낌이 아니라 삼촌, 조카 느낌이 난다. 그런데 시시콜콜 홍길동을 가만히 두지 않는 김말순(김하나 분) 이 친구가 참 요물이다. 단언컨대 요 근래 등장했던 한국 상업 영화 여성 캐릭터 중 최강자로 꼽힐 만하다. 





예고편만 보면 홍길동이 선사하는 박진감넘치는 액션 활극으로 포장 하긴 했지만, <탐정 홍길동>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액션 활극이라기보다는, 휴머니즘이요, 가족 영화다. 가족 영화라고 보기에는 잔인한 장면이 몇몇 군데 존재하긴 하지만, 서로 물과 기름이었던 홍길동과 김말순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가정의 달을 맞은 관객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그런데 <탐정 홍길동>은 홍길동과 김말순의 이야기 이전에, 홍길동의 복수극을 담은 영화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잔인하게 죽어가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으며, 그 때문에 늘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워낙 충격적인 일을 당해서 그런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해서는 안될 일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 





오직 어머니를 죽인 자 김병덕(박근형 분)을 향한 복수만 꿈꾸는 홍길동. 하지만 김병덕을 다 잡았다고 생각할 때 쯤. 이상하게도 일이 꼬이게 되고, 이제훈은 생각지도 못했던 음모와 맞서게 된다. 물론 홍길동 어머니 죽음과도 관련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비밀이다. 하지만 홍길동이 맞서야 할 상대 강성일(김성균 분)은 너무나도 강했고, 이대로 물러 서기에는 강성일이 꾸미는 음모에 의해 희생될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이 아른거린다. 


만약 김병덕의 손녀 김동희, 말순을 만나기 전 홍길동 이었다면, 김병덕만 죽이고 그 후에 벌어질 일들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은 못 되어도 아직 괴물은 아니었던 홍길동은 동희와 말순의 교류로 점점 인간성을 되찾아 갔으며, 자신을 오랜 시간 괴롭히던 트라우마도 극복할 수 있었다. 





허투루 버릴 게 없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 또한 <탐정 홍길동>에서 두드러지는 장점 중 하나다. 홍길동과 티격태격하는 김말순 부터, 중간중간 등장 하여, 홍길동과 동희, 말순 자매에게 도움을 주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 모두 <탐정 홍길동>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들이다. 


자신의 야심을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는 강성일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더 큰 목적을 위해 필요없는 덜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동희, 말순 자매와의 교분을 통해 비로소 휴머니즘을 회복한 홍길동은 이렇게 맞선다. 세상에 덜 중요한 사람은 없다고. 의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상업적인 방식으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 그리고 <탐정 홍길동>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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