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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전망대

김국진의 롤러코스터가 88만원 세대의 심금을 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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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tv를 아예 보지 않고 있다가, '남자의 자격'에서 김국진 강의가 볼만하다고 하여, 어제 저녁 늦게 그 강의만 따로 챙겨보았다. 단순히 '볼만'한 강의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다.

요즘 20대들을 일컬어 '도전정신이 결여된 세대'라고 한다. 필자 역시 20대 중반에 속한 사람으로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그도 그럴것이 필자 주위만 봐도 사업이나 창업을 하겠다는 친구는 거의 없고, 다들 공무원, 교사, 대기업 취직, 아니면 취집(?)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기때문이다. 하긴 필자 스스로도 타의에 의해서든지간에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살고 있으니말이다.


보수언론은 가끔 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싸잡아 비판하기도한다. 왜 창창한 나이에 창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벌써부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나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노량진에서 청춘을 소모하고 있는 젊은이들중에서는 원체 가늘고 긴 삶을 원하는 부류도 더러 있겠다만, 그들이 박봉에 패기넘치는 직업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래도 몇 년씩 제대로 못자고 못입고 하면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래도 공무원이나 교사가 지금 이 시대 직업 중에서 큰 잘못만 안하면 평범한 사람이 오랫동안 안 짤리고 다닐 수 있다는게 보장되는 유일한 직업군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지금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20대들이 스스로 보는 자신들의 미래는 암담하다. 그래도 9급 공무원이 88만원 받는 비정규직보다 낫기에 그 직업을 선택할 뿐이고, 그래도 난 뭔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이리저리 장사나 사업을 벌여봤다만 실패하고 안정된 길을 택한 사람도 있다. 지금 20대들 중에는 어릴 때만해도 큰 기업체를 운영해보고 싶은 친구들도 있었을거고, 기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어한 친구들도 있었다. 허나 한 때 유망산업으로 촉망받던 벤처기업이 우르르 몰락하는 장면을 보고, 또한 그들의 아버지들이 50도 안되서 직장에서 짤려나가는 걸 보고, 그들의 선택의 폭은 점점 좁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이미 어릴 때부터 안정적인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지금 대다수의 20대가 봤을 때 김국진의 개그맨 초창기 시절은 도무지 이해불가 그 자체이다. 동기 중에 가장 촉망받는 개그맨에, 데뷔와 동시에 고정프로 5개를 맡을 정도로 잘나갔던 사람이 자아 발전을 위해서 다 때려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 그 뒤 다시 큰 성공을 거두고 대한민국 최고 연예인으로 발돋움했다만, 최고 개그맨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에 프로 골퍼 테스트에 도전하다가 연신 실패한 이야기. 김국진 말대로 롤러코스터 그 자체인 그 인생은 최고의 개그맨은 커녕,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터라,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쉽게 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 자신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김국진의 삶 그자체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만약 김국진이 데뷔 시절 미국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90년대를 지배했던 최고 개그맨 김국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김국진이 최고 개그맨에 안주한채 계속 방송활동을 했더라면 우리들은 어디서 거액을 줘도 들을 수 없는 김국진 표 명품 강의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배철수의 '음악캠프'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안다'와 '깨달음'의 차이는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나에 달려있는데, 여러가지 시련을 겪고 아픔을 아는 자만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김국진은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사생활때문에, 사업부도와 프로 골퍼 테스트 탈락이라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까지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극복하여 다시 한번 그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런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있었기에,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아직 젊은데 불구하고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들의 인생에는 안전바가 있다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거침없이 나아가라는 말까지 해줄 수 있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말은 대통령 각하에게도, 이 사회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을 운영하는 분에게도 주구장창 들어왔던 말이다. 하지만 그분들이 말씀하실 때마다 그저 어찌할 수 없는 쓴웃음만 지어보일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젊은이들은 한 때 국민 개그맨으로 불리웠다만, 이제는 1.5군 메인 mc에도 낄까 말까한 개그맨의 10여분 남짓한 강의에 눈물을 흘리고, 열광하고 있다. 아마 김국진의 강의로 인해 현재 롤러코스터보다 회전목마타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휙 바뀔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굴곡진 삶에서 묻어나온 진심어린 충고는 분명, 지금 자신들에게 닥쳐올 고난을 걱정하면서, 그저 스펙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는 건 분명하다. 그만큼 일찌감치 바다 수심 파악해서 험난한 파도 물결에 들어가기를 겁먹어하는 20대들에게 절실한 건 그들의 나약한 삶에 대한 질책이 아닌 그들의 시린 허리를 보듬아주면서, 다시 한번 힘찬 날갯짓을 도와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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