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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전망대

중앙대 삭발은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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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 가십성 이슈만 보이는 다음 실시간 검색어에 '중앙대 삭발'이 걸려있어서 클릭해보았다. 요즘 내 코가 석자라 필자가 속해있는 학교보다도 레벨이 높은 남의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가관도 아니였다. 하긴 그 재단은 필자 가족역시 당해본(?) 적이 있던터라 새삼 놀랄 수준은 아니였다. 어디를 가도 재벌이 인수한 학교는 효율적인 학교운영을 한다는 명분하에 취업안되고 돈 안되는 과 통폐합하고, 대신 저작권 학과니 연예 콘텐츠 학과니 이런 과만 많이 만드는 추세이다.

돈안되는 과라고하면 국문과, 철학과를 위시한 문과대학이다. 이번에 학교 재단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중앙대 학생들이 속해있는 학과도 대개 중앙대 측에서 손보고자하는 문과대학 소속이다. 하긴 필자가 고등학교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역사 선생님도 지금은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 역사교육과를 나오셨다는데, 필자또한 그 때까지만해도 역사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터에 성대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성적도 성적이였다만, 일단 성균관대 역사교육과 자체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이 인수한 이후 그 과는 없어졌다. 그래도 사학과는 있었는데 구태어 사학과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왜나하면 사학과는 알다시피 취업이 잘 안된다. 지금으로서는 성대보다 한참 못한 대학에 들어간터라 거기라도 수시에 넣어볼꺼라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있다만, 역사교육과는 몰라도 사학과는 참 망설여지더라. 하다못해 역사교육과는 교사자격증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사학과는 아주 공부를 잘해야 교사자격증을 받을 수도 있고, 물론 요즘 경영학과를 나온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국문과를 나와도 복수전공해서 대기업 갈 놈들은 다 간다만.



아마 어제 눈물의 삭발식을 거행한 중앙대 문과대학 소속 학생들도 두산이 자기네학교를 인수한다고했을 때는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뻤을 것이다. 대개 문과대학 학생들도 기업 입사를 원하지, 그곳에서 시민단체나 혹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준이나 형편을 가진 친구들이 몇몇이나 있겠나? 요즘 국문학 박사를 딴다고해도 교수자리 얻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 박사학위를 가진 학원강사도 널렸고, 아예 대학졸업하자마자 용비어천가에 깊은 애정이 있어서 혹은 칸트의 철학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싶어서 문과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하면 아주 집안이 부유하지 않는 이상 다들 말릴 태세이다. 그만큼 이제 인문학은 아주 투철한 소신이 있거나 든든한 집안환경이 없다면 아예 시도조차 어려운 학문이 되어가고있다. 지금 중앙대 사태에서 보다시피 있는 인문학 계열 학과 마저 없애거나 줄이는 판국이니까.

어찌보면 사학과니 사회학과같은 돈안되는 과가 아니고, 이분법적 사고 하에 고등학교 때 강제적으로 나뉘어진 인문계 소속 중에서 그마나 실용적이라는 평을 듣는 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경제학을 다전공한건 옳은 선택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필자는 이상하게 엄마 때문에 억지로 선택한터라 지금까지도 애정이 없는 행정학이나 내 적성이다 싶어서 자발적으로 들어간 경제학보다 이상하게 요즘 다들 외면하고 있다는(?) 사회학에 더 끌리는건 뭔지. 사회학은 사회과학계열 중에서도 그야말로 돈안되는 학문아닌가 쩝.

중앙대 삭발은 비단 중앙대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금같이 인문학이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언젠가는 다른 대학도 성균관대나 중앙대처럼 문과대학을 내칠 수도 있다. 현재 굳이 재벌 소속 대학이 아니더라도, 대학생들의 지성을 쌓는데 이바지한다는 것에 목적을 두는게 아니고, 취업률 몇 %에만 관심이 있어보이니까말이다. 물론 중앙대는 단순히 몇 개 학과 내치는 것 외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게 퇴학은 기본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는 문제가 있다만, 대학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어있는 세상에 과연 앞으로도 제2의 중앙대 삭발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필자가 진학하고자하는 학교의 사회학과는 당분간 없어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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