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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여우의 집사. 후플러스를 그립게 하는 비쥬얼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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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때 mbc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여배우의 집사'를 보고 이거 정규편성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토요일 예능으로 절찬리에 방영중인 '우리 결혼했어요'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이제 조권-가인의 아담 커플을 빼곤 그냥 아이돌들의 예능을 위한 가상 연애가 슬슬 눈에 보이는 시기에 꽃미남 연예인들에게 시중을 받는 여배우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봤거든요.


하지만 여배우의 집사는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정규방송으로 편성되었습니다. 그것도 자사에서 시사프로그램치고 시청률도 괜찮게 나왔고 좋은 방송으로 각광도 받았던 한 시사프로그램을 제치구요. 현재 대대적인 개편을 맞아서 기존에 방송하고 있던 예능프로그램도 폐지, 시간대 이동을 하는 마당에 왜 꼭 mbc의 정체성을 제일 말해줄 수 있는 후플러스 하나를 버리면서까지 '여우의 집사'가 만들어져야할 이유는 없었다고 봅니다.



mbc가 후플러스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여우의 집사를 밀어붙이기를 한 건 순전히 시청률 때문이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mbc 개편은 공영성보다는 시청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제 조중동 방송이 상대적으로 좋은 어드밴티지를 받으면서 공중파 방송에 진입하는 마당에 mbc가 취할 수 있는 자구책이라고 하던데 아쉽게도 첫날 성적표마저 후플러스의 평소 시청률보다 낮은 성적은 기록함은 물론, 추석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할 당시보다 0.9%떨어진 수치를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아직 첫 회고, 지난 추석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할 당시에도 호평과 동시에 이 프로그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평가들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더 기다려봐야겠지요. 3개월 전 시청률은 낮았지만 그래도 호평받던 단비를 후원 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정준호,신현준 등 초호화 캐스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단비보다 더 나오지 않았던 그것도 광고수입 면에서 가장 중요한 일요일 예능 시간대에 한자리를 헤메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고 목요일 예능의 터줏대감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라는 핑계거리도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제 첫발을 디딘 여우의 집사도 역시 그들처럼 언젠가는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기다려줘야겠지요.



그런데 지금 여우의 집사를 보면 언제라도 유재석,박명수,박미선,신봉선을 제치고 후플러스를 잘 폐지했다는 소리를 듣기가 상당히 어려워보인다는 것이죠. 분명 여우의 집사는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하고 초반 실제 결혼 적령기 나이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과 저 출연자들 진짜 사귀는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유발할 정도로 현실을 방불케 하는 연애 에피소드로 큰 반항을 일으켰던 우결 초기를 연상시키게 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우의 집사는 어디까지나 예능입니다. 제 아무리 리얼리티 예능이라도 예능의 본질은 웃음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우의 집사를 보면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름 노홍철 집사와 이청아와의 관계, 그리고 출연진들에게 인기가 없어보이는 박휘순이 어쩌다가 재미있는 멘트를 날려주긴 하지만 그저 멋있고 부드러워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하석진,노민우,세븐 등 꽃미남 남성출연진과 조여정,손담비,민효린 등 어여쁜 미녀스타들의 환상적인 비쥬얼에만 주목된다는 것이죠. 또한 여자출연진이 자신의 호감도(주로 출연진의 외모)로 집사를 선발하고 선택받지 못한 출연진은 집사의 하인으로 선택되어 갖은 고생을 하는 설정 등 이 프로그램을 좋아할 만한 시청자들이 여성들로 한정되어있다는 것도 여우의 집사의 미래를 우울하게 합니다.

여우의 집사는 일부 여성들의 숨겨진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평일 심야시간대보다 주부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거나 그만그만한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몰려있는 평일 6시~9시 시간대나 일요일 오전 혹은 지금 안습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밤에 편성을 하는게 여우의 집사가 안정적으로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왜 목요일 예능 최강 강자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음은 물론 전연령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해피투게더와 연예정보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에 맞서 그럭저럭 잘 버터주었던 고마운 후플러스를 없애고 후플러스의 고정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하면서까지 일개 시청자층이 뻔히 보이고 예능감 없는 톱스타들의 비쥬얼만 돋보이는 신생 예능이 굳이 해투와 맞짱을 뜨게하는 건 여우의 집사와 mbc의 무리수가 아닐까 싶네요.

사진들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저작권은 mbc와 여우의 집사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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