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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성시경 콘서트, 와이어보다 소통과 배려가 돋보인 김장훈의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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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학교 가을 축제에서 애초부터 섭외되었던 가수대신 성시경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예상치도 못하게 친한 친구들과 학교에 남아서 성시경 공연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성시경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노래는 참 즐겨듣던 편이기에 한 번 그의 노래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보기 위해 서있는 줄은 너무 길었고, 대부분 다 여자들이였습니다. 간혹 자기 여자친구 따라 온 남자학우들이였고, 남자들끼리 성시경을 보기 위해 온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였죠.


성시경을 딱히 열렬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기에 굳이 이렇게까지 줄을 서고, 저녁도 토스트를 서서 먹어야할 정도로 기다림이 지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실제로 성시경을 접하고 난 이후에 저는 물론이고, 평소 조인성, 강동원 이외에는 연예인으로 쳐주지도 않았던 친구 또한 성시경에게 제대로 반하고 말았습니다. 제 생각보다 성시경은 상당히 훈훈한 외향에 그 자리에 앉았던 여학생들을 모두 들였다 내렸다 할 정도로 말씀도 조근조근 잘하셨고, 재치도 있으셨습니다. 그렇게 성시경과 참 좋은 시간을 보낸 이후, 성시경은 떠나고 무대에서는 성시경의 싸인CD를 받기 위한 경품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워낙 늦게 관객석에 앉아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없었던 우리 무리들은 그냥 밖으로 나갔습니다. 설마 그 때까지 성시경이 학교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죠 웬일 아직도 성시경의 밴으로 추정되는 차량은 학교 주차장에 대기 중이였고, 아무튼 우리 무리 중 한분께서는 성시경이 타고 있는 차량의 창문까지 두드리면서 성시경과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아쉬워했습니다. 옆에서 그 분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저도 그 이후에 성시경의 더욱더 열렬한 팬이 되었음은 물론이고요. 

몇 년 뒤 저는 한 친구와 함께 2번 째 성시경을 보러 갔습니다. 톱가수들만 할 수 있다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성시경의 공연에는 여성분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더군요. 몇 년전 우리학교 축제때나, 성시경 콘서트나 역시 남자분들은 여자친구 혹은 부인과 함께 동석한 남자분들이 대다수였고, 아주 어쩌다가 남남끼리 온 남학생 두명이 상당히 인상적이게 다가오더군요. 확실히 성시경은 남녀간에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수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자들에게 성시경은 좋은 학벌에 훤칠할 키, 안경만 쓰면 괜찮은 얼굴, 아이유의 등에 빨대를 꽃아줄 정도로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이 시대 최고 훈남이지만, 남자들에게는 그저 그런, 혹은 재수없는 유형 중 하나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역시나 대한민국 대표 '발라드' 가수 답게 콘서트 또한 굉장히 차분한 분위기에서 5곡을 내리 말도 없이 발라드만 부르더군요. 게다가 성시경은 첫 등장부터 여성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피아노치는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성시경은 계속 노래만 불렀습니다. 거기에다가 성시경이 노래를 끝나는 말미에는 갑자기 웬 무대 위에서 종이로 된 꽃가루가 떨어지더군요. 아니 아직 첫 시작에 불과한데 뭔가 마지막 무대 필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그건 앞으로 이어질 '무시무시한(?) 반전의 시초에 불과할 뿐이였습니다. 

5곡의 발라드를 부르고 나서야, 그제야 성시경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번 콘서트는 그의 7집 앨범 '처음'을 위한 공연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앨범 작업이 늦추어지면서, 그의 앨범 타이틀 '처음'을 내걸었던 콘서트는 본의아니게 사기극이 되어버렸습니다. 허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콘서트를 열면서 팬들과 호흡을 해온 성시경이기 때문에 그의 사기극은 쉽게 용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성시경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야 그의 라이브 무대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만큼 더 큰 행복은 없으니까요. 더욱 놀랐던 점은 이번 성시경 콘서트에 처음으로 온 사람이 저와 제친구와 몇 뿐빼고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떤 분은 제가 간 지난날에도 VIP 석에서 콘서트를 관람하였고, 다음날 또 성시경의 공연을 찾을 정도로 열렬한 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일본어를 사용하는 팬도 보이더군요. 그리고 성시경은 자신의 공연에서는 소수의 관객인 '남성관객'을 향해 자신의 콘서트는 아예 기대를 하고 오지 않으면 대박이라면서, 일례로 어떤 남성 관객이 아무런 기대없이 툴툴거리며 성시경의 공연을 보러왔다가, 공연만족도 별5개를 주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도대체 성시경의 어떤 매력이 한번 그의 콘서트에 온 사람들이 연이어 계속 그의 공연을 보러오는 것일까요? 워낙 데뷔 이래부터 수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린 인기가수라고 하지만, 데뷔 12년동안 군 복무라는 오랜 공백기간도 있었지만 팬들은 물론 보통 대중들에게도 비싼 콘서트 입장료가 결코 아깝지 않은 가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웬만해서는 하기 어렵다는 체조경기장 또한 전좌석을 매진시키면서 군제대 이후 성시경의 여전한 티켓 파워와 변함없는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성시경의 말대로 조상님의 은덕으로 그가 군제대 이후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사는지도 모르겠지요. 

성시경 노래는 좋아했지만, 가수 자체는 그렇기 좋아하지 않았던 제가 성시경에게 반한 것은 물론 그의 훈훈한 외모도 한 몫하였겠죠. 실제 성시경은 아주 빼어난 조각 미남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보통 여성들이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과 훤칠한 키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그가 얼굴만 반반한 가수였다면, 이렇게까지 대중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가수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데뷔 이래 핫라이징스타로 큰 주목을 받은 이후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온 시절도 있었지만 분명 그에게도 적잖은 슬럼프가 찾아 왔고 흔히 말하는 거품 인기가 빠질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무너질 뻔한 그를 다시 인정받는 가수로 잡아준 건, 음악과 콘서트였습니다. 그 이후 그는 DJ도 하고 가끔 예능에 출연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공연과 노래에 기반을 둔 그가 정말 원하던 삶은 가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이후 성시경은 김연우와 함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말하고 치유해주는 발라드계의 독보적인 대표주자로 자리매김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성시경은 오랜 DJ 생활과 콘서틀 하면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의 눈높이메 맞는 소통을 시작하게됩니다. 
 
이번 콘서트야말로 어떻게하면 팬들과 좀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하는 성시경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보이더군요.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다시 시작하게된 라디오 DJ처럼 노래들려주고, 자기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콘서트가 아니라 라디오 방송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진행되더군요. 그리고 성시경은 VIP석에 앉은 관객뿐만 아니라, 체조경기장 맨 꼭대기 위에 앉은 관객들도 그의 공연에 100%이상 만족할 수 있게 그들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싼(?)' 좌석이긴 하지만 공연 전체를 보기에는 거기가 가장 좋다는 그의 너스레가 무색할 정도로 모든 관객들을 배려하고자하는 그의 진심이 잘 묻어나더군요. 

그렇게 물흘려가듯 발라드 가수답게 그의 노래 중 제일 빠른 편인 비트마저 평안히 흘려가던 콘서트가, 게스트로 초대된 윤상이 그가 작곡한 '보랏빛 향기'를 베이스로 연주하는 동안,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사람이 김장훈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사랑하는 후배의 콘서트를 아주 퐌타스틱하게 만들어주고 싶지만 성시경 특유의 서정성을 해치기 싫어 그동안 참았다면서 그 뒤로 평소 그의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친절하게 예고까지 뜨더군요.  

그 뒤 무대는 점점 평소 발라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펼쳐지게 됩니다. 갑자기 와이어를 타지 않나, 고 마이클 잭슨, 싸이,김장훈 콘서트에나 볼 수 있을 법한 크레인이 등장하지 않나, '발라드 가수' 성시경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장면들이 일어나더군요. 다 독도지킴이, 이 시대 최고 개념인이기 이전에 공연 기획에 일가견이 있는 김장훈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였죠.

 


그러나 아무리 와이어, 크레인이 나왔다고해도 아니 무엇보다도 이번 성시경 콘서트의 백미이자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단연 2, 3층 중앙석 앞에서 갑자기 무대가 올라면서 그 위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성시경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게다가 그 무대는 단순히 올라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까지 가능하였습니다. 덕분에 사방팔방 어디서나 성시경이 높은 곳에서 피아노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VIP 석에 앉은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고, 반면 멀리서 성시경을 바라보기만 해야했던 2,3층 관객들은 횡재라고 할 정도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에 감격을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시경의 배려는 거기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동 무대에서 나온 성시경은 그 뒤 3층 계단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일일이 팬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연신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조금더 성시경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할 팬들을 위한 그의 마음이였죠. 계속 뒤에서 그 모습을 부러워하면서 쳐다봐야하는 VIP석 관객도 VIP석이든, S석이든, A석이든 어느 관객도 소홀히하지 않고 챙겨주는 성시경의 소통과 배려가 고마울뿐이였습니다. 그 뒤 관객들과의 인사가 끝나고 성시경이 직접 와이어를 탄 것도 다 팬들에게 보다 만족할 공연을 보여주고하는 가수 성시경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용기였습니다. 

그 뒤 성시경은 한 때 자신의 우상이자 팝의 황제인 고 마이클 잭슨처럼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면서, 그의 히트곡이자 강렬한 비트를 자랑하는 'Black&White'를 무대를 휩쓸면서 부르더니, 급기야 이번 콘서트 총기획을 맡은 김장훈에게 헌정하는 '난남자다'를 헤드뱅잉까지 작렬하면서 많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까지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모다시경'으로 만든 불멸의 이시대 최고 댄스곡 '미소천사'를 부르고 난 이후에 그는 마시던 물을 그의 몸에 쏟아 붓기까지 하더군요. 지난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열린 콘서트에서 그동안 지적이고도 얌전한 이미지와 정반대인 핫팬츠를 입고 소녀시대 'GEE'에 이은 충격의 연속선상이였습니다. 비록 발라드 가수이지만, 기존의 그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의 프레임을 깨고 점점 망가지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하는 열정, 그리고 그에게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일일이 눈을 맞춰주고 손을 흔들어주는 자상함. 그리고 끊임없이 관객들과 교류하고자하는 소통의 의지야 말로 성시경의 공연에 한번 간 사람이 계속 그의 공연장에 찾아가게되고 심지어 그의 공연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은 남성팬까지 별5개라는 후한 만족감을 느끼게하는 데한 질문의 명쾌한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시경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계속 많은 이들의 콘서트에 불러모으는 힘은 그를 하늘에서 돌봐주시는 조상님의 은덕도 있겠지만, 발라드 가수가 와이어를 탈 정도로 늘 변화하고 가수다운 모습을 잃지않고 진화하는 성시경 본인의 노력의 결실에서 나온 것입니다. 명문대 학벌, 훈훈한 외모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조차 그의 음악, 공연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하는 그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발라드 가수'라는 칭호가 결코 아깝지 않은 듯 합니다. 

*성시경 콘서트에서는 사진, 동영상 촬영을 금지하여 부득이하게 오마이뉴스 기사 사진을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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