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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uc버클리를 감동시킨 임재범 데스페라도.임재범의 진가를 잘 이용해야 바람에 실려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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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동안 뭘해도 안되는 <우리들의 일밤>이였다. 지금은 jTBC로 이적했지만, 그 당시에는 MBC 예능국 최고 히트제조기라고 불리던 여운혁CP를 불러모아도 안되는 게 <일밤>이었다. 그렇게 계속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일밤을 다시 살린건 다름아닌 기존 주말 버라이어티에서는 보기 어려운 실력파 가수들을 앞세운 <나는가수다> 였다. 예능 재미를 위해 개그맨들을 섭외했다고하나, 그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나는가수다>가 성공한 비결은 다름아닌 서바이벌 탈락 제도가 주는 긴장감과 가수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노래였다.

그 중에서도 <나는가수다>를 정상의 궤도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 바로 임재범이다. 노래 실력은 최고지만 만날 잠적으로 얼룩진 임재범이 방송에서 다시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큰 화제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임재범이란 가수에게 열광하게한건,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하는 감동적인 울림과, 평탄치 않은 인생에서도 꺾이지 않고 오히려 원숙하게 만개한 임재범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었다.그렇게 <나는가수다>에서 요근래 어떤 전문 예능인도 하지못했던 '대박'을 친 임재범을 염두에 두고 예능이라고하기에는 안 웃기고, 그렇다고 여행전문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작품이 하나 나왔다. 

애초부터 요즘 대세 임재범 하나만을 바라보고 뚝딱 만들어낸 일밤 <바람에 실려>는 예능으로는 가히 실패작에 가까운 기획이었다. 만약에 15일 종영한 kbs <톱밴드> 처럼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이 만들었다면, 시간대만 달랐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에 실려>는 이도저도 빼도 아닌 예능이다. 거기에다가 총성없는 전쟁으로 불리우는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도전장을 낸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시청률로 프로그램 성공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거기에다가 <바람에 실려>는 주인공 임재범을 비롯하여, 하광훈, 김영호, 이준혁, 넋업샨 등 정말 예능과 안 친한 사람들만 즐비하다. 그나마 희극인으로서 우스개소리를 잘하는 지상렬은 국내 활동 때문에 임재범이 잠적할 당시 형님이 빨리 돌아오시길 바라며 귀국행 비행기를 탔고, 그나마 예능물을 좀 먹었다는 FT 아일랜드의 이홍기는 3회가 되어서야 <바람에 실려> 팀에 합류했다. 만약 이게 기존 방송의 틀을 확 깨버리고자하는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으로 만들었다면, 작정하고 망하기를 바라지 않은 이상 이런 캐스팅이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예능이니 황금 시간대를 떠나서 출연자들에게는 미국 여행을 통해서 보다 좋은 음악이 나오게하고, 시청자들에게는 보다 색다른 음악적 깊이를 제공한다는 <바람에 실려>의 기획의도와 그 자체를 보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2회에서 <바람에 실려>는 음악여행에서는 괜찮은 임재범의 파트너들을 무기력하게 보일 정도의 큰 실수를 벌렸다. 이 모든게 임재범을 위한, 임재범에 의한 방송에서 임재범이 잠적해서 일어난 일이라고하나,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도대체 이건 뭐지"하고 본방사수 자체를 후회하게 만들어버리게 충분했다.

비록 2회만에 자신의 음이탈을 자책하며 말도없이 잠적해버린 대장 임재범때문에 한바탕 해프닝이 일어났지만, 그 대장은 다시 돌아왔고, 2회 끝에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LA의 key club 공연장에서 'Rock in Korea'라는 멋진 음악 선물로 대신 사과했다. 만약에 2회가 끝날 때까지 임재범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임재범의 사과로만 끝났다면 아마 다른 출연자와 스태프에게 제대로 민폐를 끼친 임재범의 이유없는 잠적에 더욱 화가 났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기존의 예능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능 사상. 그것도 2회만에 발생한 잠적에 대해서 그것도 임재범 하나만 믿고 차린 음식점에서 최고 셰프의 이탈에 재미있었고 신선하다고 박수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말도 많고 심지어 조작의혹까지 불러일으켰던 임재범의 증발 해프닝이 끝나고, 이홍기가 새로 합류한 3회는 그야말로 <바람에 실려>가 자랑하는 빅이벤트이자, 존재가치인 'UC버클리대'에서의 공연이었다. 이미 방송에 나오기 몇 주 전에 임재범의 'UC버클리대'에서의 공연이 유튜브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등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노래에 대해서 많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방송으로 접한 임재범의 노래는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 교포가 아닌 다른 미국인도 많았기 때문에 일부로 자기 노래가 아닌 Eagles의 대표 명곡 'Desperado(데스페라도)' 를 불렀다. 그 노래를 현장에서 접한 UC 버클리 대학교 학생들은 인종, 어느 나라 출신을 떠나서 임재범의 노래 인생과 비슷한 여정을 닮은 데스페라도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으며, 무려 앙코르를 3번이나 요청받는 등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통하는 대한민국 로큰롤대디 임재범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하였다. 시청자들 또한 다시한번 <바람에 실려>를 통해 노래로 감동을 주는 임재범의 귀환에 열띈 환호를 보냈다. 

 


또한 'UC버클리'를 뜨겁게 달군 건 비단 임재범뿐만이 아니였다. 첫무대에서 자신만의 소울로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운 넋업샨. 난생처음으로 노래로 무대를 서게된다는 긴장감에 공연이 중단되긴 하였지만, 결국은 임재범의 '비상'을 멋지게 부른 이준혁의 예상 외의 선전도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건, 최연소 음악여행 동행자인 이홍기였다. 임재범의 노래가 다 부르기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임재범이 아니면 소화하기 어렵다는 '고해'를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내어 원곡자 임재범도 만족시켰다. 겉멋만 잔뜩 든 아이돌 밴드의 편견을 조금이라도 깨게해준 굉장한 무대라고 평가해도 될 듯 싶을 정도로 이홍기의 노래는 훌륭한 편이었다. 또한 지난 2회에서 김영호 또한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으로 변집서의 '홀로 된다는 것'으로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음악에 대해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예능으로 나가면 가히 '잉여'에 가까운 예능 초보 출연자들이 임재범과 함께하는 무대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100%이상 발휘하는 것이 <바람에 실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특색이다. 

 



<바람에 실려>에서 보여진 임재범은 평상시에는 짓궃은 이야기도 잘하고 장난기도 가득하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한없이 진지하다. 노래와 그가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여정만으로도 온갖 루머로 얼룩진 임재범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하는 비상한 재주가 바로 임재범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에 실려>는 이왕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예능인과 차별화되는 임재범만이 할 수 있는 재주를 십분 잘 활용해야한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뻑하면 잠적을 하여 다른 출연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철없는 임재범보다 진지하게 노래하는 로커 임재범을 자주 비춰야 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 임재범의 잠적으로 한 회를 채웠던 2회와는 달리 16일 방송은 임재범의 '데스페라도'와 이홍기, 이준혁의 선전에 힘입어 "역시 임재범""노래로서 감동을 주는 진정한 가수" "이홍기의 재발견" 등 나름 좋은 평을 듣는데 성공했다. 물론 시청률 측면으로 보자면 여전히 기대 이하 한자리 숫자에서 맴돌듯 하다. 그러나 시청률과 예능 욕심에 별로 웃기지도 않은 사람들 데려다가 별로 웃기지도 않은 무리수 개그를 남발할 수록 그나마 음악을 테마로 한 <바람에 실려> 존재이유마저도 퇴색되어 버린 채 지난 일밤에서 방영된 실패작들처럼 졸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바람에 실려>는 기획의도나 구성, 그리고 출연자 면면을 보나 예능으로 나가면 이도저도 아닌 방송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음악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중간중간 로버트 드니로 따라하기, 바다사자 울음소리 등의  보는 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바람에 실려>는 첫째도 둘째도 음악을 중심으로 타 예능과 차별화하는 승부수를 띄워야한다. 어짜피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많은 이들을 웃기는 예능이 되지못할 바엔 차라리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임재범과 하광훈, 이호준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진지하고도 깊이있는 음악세계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으로 나가는 것이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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