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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마이너의 반란 라디오스타 노래방으로 김건모의 음악인생을 재조명 하다.1a2a909f92594ef4afd8ea470f3a1102p1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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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디저트에서 메인요리로.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그야말로 이 시대 마이너들을 위한 방송이었다. 심지어는 메인인 <무릎팍도사>보다 <라디오스타>가 더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메인이 너무 대박인 나머지 겨우 5분만 방영되는 굴욕도 종종 있었지만, 그 깨알같은 감칠맛이 더 좋았던 방송이었다.

그저 <무릎팍도사>의 구색맞추기용으로 시작된 <라디오스타>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게된 계기는 뭘까? 우선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 그리고 과거 신정환 모두 방송계가 인정하는 A급 진행자들은 아니었다. 과거 김국진의 인기가 강호동, 유재석을 넘어선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오래전의 일이다. 4명 다 보조MC로서는 출중한 능력을 보였지만 그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독진행으로 검증이 된 적은 없다. 그래서 첫 시작때만 해도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라디오스타>에는 어떻게하면 출연자를 예쁘게 좋게만 포장할 까라는 흔적이 엿보이는 타 예능 토크쇼에 비해서 "씹고 즐기고 맛보고 즐기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공중파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알아서 적절이 수위를 조절하긴 하지만, 그 이전 루머 등 연예인의 곤란한 이야기를 유감없이 털어놓아 토크쇼의 새지평을 연 <무릎팍도사>를 넘는 게스트들에 대한 MC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오히려 시청자들은 쾌감을 얻었다. 거기에다가 메이저 공중파 방송 데뷔 이전에 마이너 인터넷 방송에서 잇단 연예인 공격으로 물의를 빚었던 '혀' 김구라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실감나고 리얼하게 게스트로 참여한 연예인을 신나게 뜯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아예 '마이너'로 못 박고 나아갔던터라 공중파의 품격을 생각해서 하지 못했던 과한 애니메이션 CG효과나 거침없는 언변이 쉽게 오고갈 수도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고도의 집중력은 없지만 쉴새없이 재치있게 웃고 떠든다는 점이 생기발랄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그래서 <무한도전>, <라디오스타>야말로 다른 세대들의 골고루 지리를 받는 대신 유독 젊은이들이 사랑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막상 에피타이저에서 메인으로 승격되다보니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도박 물의로 하차한 신정환을 대신해서 그럭저럭 라스를 잘 이끌어온 김희철도 공익 입소로 슈퍼주니어 규현이 mc 바톤을 이어받는 변화도 함께 있었다. 프로그램의 양도 늘어나고, 보조 요리사도 바뀌는 라디오스타로서는 상당히 버거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특유의 마이너스러움으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라디오스타>라고 해도 기존의 <무릎팍도사>까지 포괄하는 진짜 본게임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꽤 안정기가 필요한 듯 하였다. 하지만.

이번 주 게스트는 어찌보면 지난 주 메인 등극 이후 첫 게스트였던 카라보다 더 쟁쟁한 명품 보컬리스트들이었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는 가요계의 대부 김건모, 최근 <나는가수다>를 통해서 재조명받은 김조한, 그리고 특유의 까칠함으로 여심과 동시에 미움도 많이 사고 있는 성시경. 기가 세보인다는 소리를 자주듣는 서인영. 하나같이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대박 게스트였다. 게다가 김건모는 다들 아시다시피 2011년 대한민국을 흔들어버린 주역이 되어버렸다. 그 때의 그 충격으로 김건모의 20년 가요 인생에 큰 금이 가게 되었고, 김영희PD마저 불명예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그 이후로 <나는가수다>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니, 참으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미묘한 순간들이었다. 

그 때 온갖 악플과 비난을 다 들었을 힘든 시간이었는데, 김건모는 나름 잘 견뎠다. 여전히 방송에 나와서 잘 웃고, 틈만나면 장난과 개그를 펼쳐 좌중을 폭소케 하였다. 그를 오랫동안 잘 알고 있는 김국진도 김건모의 진지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니 평소 김건모의 성격이 어떠한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가수다>에서도 관객들을 웃겨보려고 립스틱을 바르다가, 결국은 모두가 슬퍼하게되는 참담한 비극을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마 대중들이 봤을 때 김건모가 가장 진지하게 무대에 임했던 모습은, 재도전 무대였던 <You are my Lady>가 아닌가 싶다. 공연 전 날 하필이면 김건모가 재도전에 응하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온통 염치없이 선배의 권위를 이용해서 룰을 어긴 사람이라는 이유로 세상의 온갖 욕을 다 들어먹었던 때라 김건모로서는 더욱 무대에 서는 그 자체가 두려웠을 것이다. 오죽하면 무대 위에서 한번도 떠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건모가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손을 떨 정도라고 하였을까? 그 때 김건모가 손떨림을 보일만큼 꽤나 진지하게 노래를 했던 모습이 그에 대한 비난을 많이 누그려뜨리는데 일조를 하기도 하였다. 

비록 데뷔 20년을 망쳐놓는 인생 최악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명예에 큰 먹칠을 하긴 하였지만, 김건모만큼 90년대 가수 중에서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도 없을 법도 하다. 밀리언셀러에 '잘못된 만남', '핑계' '미안해요' '아름다운 이별' 등 셀 수 없는 히트곡으로 국민가수로 불렀던 김건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김수현 작가 말대로 아무리 <나는가수다>에서 첫번째 탈락의 수모를 당해도 '건모는 건모다.' <나는가수다> 자체가 애초부터 가수들간의 순위와 탈락보다 최고의 가수들이 펼치는 무대 자체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김건모가 함께 나온 후배가수들에 비해서 노래를 못해서 떨어진 것도 결코 아니다. 만약 그 때 김건모가, 아니면 김영희PD가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것보다 불합리한 제도라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데뷔 20년 가수가 일생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김건모에 대한 시청자들의 미움도 어느정도 완화되고, 김건모도 이제 슬슬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할 때쯤, 고품격 음악방송을 추구한다는 <라디오스타>는 올해 초 남들은 평생 들을까말까한 욕을 많이 먹긴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미워할 수도 뮤지션으로는 크나큰 업적을 쌓아 무시할 수도 없는 대스타 김건모 헌정 방송으로 꾸몄다. 요즘 전설들을 모셔놓고 그들을 위한 헌정공연으로 순위를 매기는 <불후의 명곡>과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다소 럭셔리한(?) 분위기의 고품격 인테리어에 과거 성시경이 맹활약했던 모습이 화면으로 나오는 노래방(?)에서 진행된 김건모를 위한 조촐한 헌정 음악회였다. 

 


하지만 오히려 MC와 평소 김건모와 친분이 있는 후배들이 편하게 노는 자리였기 때문에, 보다 자연스럽고도 편안한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 김건모 또한 위엄있게 앉아서 후배들의 음악을 경청만 하고 평가를 내리기보다, 직접 성시경과 김조한의 노래에 반주도 해주고 함께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전설이기 이전에 편한 동네 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제작진 또한 웃게할 수 밖에 없었던 시종일관 터지는 우스운 멘트로 지루하고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도 김건모의 가요인생 20년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귀중한 시간을 안겨주었다. 

필자 또한 과거 김건모의 테이프를 사고 그 앨범에 있는 전곡을 다 들어보고 행복해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김건모를 참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가수다> 재도전이 더욱 실망스럽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아마 그 때 재도전에 격노했던 대중들도 마찬가지였기때문이다. 과거 누구나 좋아했던 인기 가수였기 때문에 가장 추한 모습으로 <나는가수다> 무대를 떠난 김건모는 본인뿐만 아니라, 90년대 시절 그를 품었던 팬들 모두의 상처로 남을 뻔 하였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시대의 가인 김건모는 20년차 뮤지션으로 이제 좀 진지해지고, 근엄을 떨 만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시도때도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고, 무대 위에서도 노래보다도 관객들을 웃겨야한다는 신념 하에 립스틱도 바르고, 관객들의 물건을 뺏는 다소 철없어 보이는 행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가수, 뮤지션이 아닌 '광대'로 여기는 듯 하다. 훗날 자신이 죽고 장례식장에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러 온 사람들에게 '방랑'이란 노래를 틀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스스로'방랑자'를 자초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건모. 어쩌면 웬만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보다 음악을 다루는 안목이 뛰어나면서도 게스트의 허를 시원하게 찌르는 토크가 가능한 '고품격'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가벼움과 마이너를 지향하고자하는 <라디오스타>와 가장 많이 닮은 점이 많은 게스트가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다음주 <라디오스타>는 무한도전 특집으로 펼쳐진단다. 평균이하 일곱남자를 통해 그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했던 수만가지 일을 해낸 <무한도전>과 5분의 굴욕을 이기고 마니아들의 끊임없는 성원으로 인해 결국 당당히 메인으로 등극하여 이제는 거물급 게스트들이 앞다투어 출연하려고 한다는 <라디오스타>인터라 과연 그 입담 대결의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는지 벌써부터 주목되는 바이다.

바야흐로 그동안 천덕꾸러기라고 구박받던 20대, 30대가 똘똘뭉쳐 세상을 뒤흔드는 변화를 이룩한 마이너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제 많은 시청자들의 성원 하에 몸덩어리가 커진 <라디오스타>가 과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준 마이너스러운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고로 <라디오스타>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지향할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동네 노래방스러운 별거아닌듯한 세트(?)에서도 <나는가수다>, <불후의 명곡> 못지않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스타>야말로 라스를 사랑하는 수많은 젊은 마니아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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