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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한풀이 김연우와 감동주고 7위 이소라. 가수를 규격화시키는 나는가수다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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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늘날 <나는가수다>를 있게한 일등 공신들의 호주 특별 공연은 뭔가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기본적인 가창력이 탄탄할 뿐더러, <나는가수다>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이해도를 갖췄다. 그동안 <나는가수다>를 본 분들을 알겠지만, <나는가수다>는 원래 다들 기본적으로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단순히 가창력만 좋다고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는 무대가 결코 아니다. 소위 <나가수> 스타일에 맞춰 불러야 높은 순위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나는가수다> 스타일이란 신나는 음악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거나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높은 고음을 드라마틱한 기교로 채워져야한다. 그렇지 않고 밋밋하게(?) 본인 특성대로 노래를 부른 가수들에게는 어김없이 하위권으로 떨어지거나 탈락을 면치 못한다. 

특히나 이번 호주 공연처럼 2천명 가까이 모인 대형 공연장에서는 은은한 노래보다 라이브 공연장에 적합한 신나고 클라이맥스한 고음이 더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미 <나는가수다> 무대를 체험해보거나 터득한 가수들은 대부분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 좋아할 만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수는 아쉬운 1라운드 조기 탈락 이후 5개월동안 지금 이순간을 위해서 칼을 갈았다는 김연우다. 

 


<나는가수다> 출연 이전과 초창기 김연우의 노래 스타일은 꼿꼿한 직구다. 어떠한 기교도 없이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김연우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그러나 김연우는 무대 위에서 어떠한 미동도 없이 꿋꿋이 노래만 부른다. 게다가 그가 부른 노래들은 하나같이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절제한다. 당연히 뭔가 굴곡있으면서도 가슴을 차오르는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는 <나는가수다>에서는 상대적으로 청중평가단에게 득표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이제서야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 원하는 반응을 터특할 때 쯤에 1라운드만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비록 <나는가수다> 출연 이전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져있지 않았지만 이미 가요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발라드의 신' '연우신'이라 부르면서 최고 보컬선생님으로 명성을 쌓아온 그였기 때문에 1라운드 조기 탈락은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겼을 법도 하다. 물론 너무나도 빨리 탈락하였지만 그가 결코 다른 가수들보다 노래를 못해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는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그는 데뷔 이래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의 콘서트 표는 조기에 매진되었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김연우의 가치를 더욱 드높였다.

하지만 <나는가수다> 스타일에 맞지 않아,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도 조기에 탈락한 김연우로서는 더욱 뼈아픈 결과로 다가온 듯 하였다. 게다가 <나가수> 출연 이전에도 대중적이기보다, 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실력을 인정받은 김연우이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려고 할 때 쯤 그의 평소 스타일에 대한 청중평가단의 냉혹한 반응은 <나는가수다> 무대에서만이라도 16년동안 유지했던 김연우만의 스타일을 변신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탈락할 때 부른 '나와같다면' 때 쯤 부터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 원하는 스타일을 제대로 잡아낸 김연우는 그 뒤 <나는가수다>에 합류하게된 절친 김경호에게 자신은 탈락한 뒤에 깨달은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에게 어필하는 비법을 유감없이 알려주고, 김경호 1위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 뒤 김경호와 함께한 듀엣 무대에서는 기존의 김연우를 완전히 버린 목에 핏줄이 보이는 열창으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한 2위를 넘어 지난 10월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진 <나는가수다> 원년멤버들끼리 함께한 특별 경연에서는 '1위'를 차지하였다. <나는가수다> 조기 탈락 이후 다시 <나는가수다> 무대에 서는 날만 기다린 '와신상담'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이번 호주 특별공연에서 고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부른 김연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장기를 무한히 발휘하기보다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 수준 맞춤용 무대를 꾸몄다. 그동안 김연우 노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현란한 기교와, 웅장한 사운드가 지난 5개월 동안 열심히 칼을 간 김연우의 복귀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 덕분에 김연우는 확성기와 춤이 없이도, 청중평가단의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흡사 <나는가수다> 역사상 조규찬을 제외하고는 가장 맺힌 것이 많은 김연우의 통쾌한 '한풀이'를 보는 듯한 무대였다. 


 

그동안 김연우의 조기탈락을 아쉬워하던 대중들 또한 그의 성공적인 '한풀이'와 명예회복을 축하해주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어제 김연우의 인상깊은 무대 못지않게 네티즌들이 뽑은 감동적인 무대로 평가되는 이소라의 '슬픔 속에 그대를 지워야만해'는 역시 예상대로(?) 청중평가단 순위에서는 7위를 차지하여 큰 대조를 이루었다. 

 


평소 청중평가단 못지 않게 신나고, 고음을 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 개그맨 매니저들조차 후한 점수를 줄 정도로 이소라의 무대는 그야말로 '대박' 이었다. 실제 대기실에서 이소라의 노래를 감상하던 박정현조차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할 정도로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하였다. 놀랍게도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사운드까지 심혈을 기울었던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이소라는 오직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와 피아노 건반 소리만으로 넓디넓은 무대에 도전장을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소라는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울 정도의 꽉 차여진 깊이있는 울림을 선사하였다. 이현우 원곡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를 음미하게 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래에 푹 빠지게하는 이소라의 마성의 목소리는 화려하진 않지만 쓸쓸한 가을밤(호주는 이른 봄)의 운치를 더해준다. 

하지만 몇몇 청중평가단이 이소라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군데군데 포착이 되긴 하였지만 역시 라이브 공연장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면서 즐기길 원하는 청중평가단에게 이소라 특유의 깊은 호소력이 어필한다는 것은 큰 무리였다. 그러나 순위에 집착하기보다, 호주 교민들과 오랫동안 그녀의 노래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을 위해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가장 그녀다운 모습으로 10월의 마지막 주말 저녁에 잘 어울리는 노래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 이소라이다. 

평소 가수 김연우만의 특색 대신 온전히 <나는가수다> 경연용에 딱 맞는 파격 변신을 통해 그동안 맺힌 한을 제대로 풀은 김연우와, 이소라만의 무대를 고집하여 시청자들에게 잊지못할 감동을 선사했지만 끝내 7위에 머무른 이소라의 명암은 분명했다. 지난주 현재 출연한 가수들의 경연에 이어 호주 공연에서도 <나는가수다>의 발목을 잡는 한계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비단 호주 공연을 보러온 청중평가단들만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실제 라이브 공연장에 가면 조용한 울림보다 관객들의 어깨춤을 들썩이게하는 신나는 음악이 더 많은 여운에 남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가수다>에서 가수들의 노래만 들어도, 가수가 어떤 노래로 듣는 이의 마음을 울렸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노래를 불렀나로 순위가 뻔히 보일 정도로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 원하는 형식은 이미 공식화되어버린지 오래다. 16년 이상 지켜왔던 자기만의 특색을 버렸더니 1위를 차지한 김연우와 꿋꿋이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다가 탈락 혹은 7위를 차지한 조규찬과 이소라의 아쉬움은 다시 한번 <나는가수다>의 기획의도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분명 <나는가수다>는 각개 다른 목소리를 가진 가수들을 통해 그동안 TV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보다 다양한 음악으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 <나는가수다>를 보면 탈락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꾸면 청중평가단 취향에 맞는 음악 위주로 획일화되어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물론 가수들이 순위와 탈락에 연연하기보다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위협이 달려있는 <나가수>이다. 그 과정에서 최고의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가수들의 자존심 상처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과거 김연우, 조규찬, 이소라처럼 절제되면서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음악을 선보이면 1위는 커녕 조기에 탈락해버리는 <나는가수다> 무대에 과연 청중평가단 대다수의 취향과 맞지 않은 특색을 가진 뮤지션들의 출연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평소 김연우의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으로서 가수 김연우가 가진 또다른 면모를 통해 그가 원한대로 당당히 명예회복을 하였다는 점은 한없이 기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가수를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 입맛에 맞는 규격으로만 변화시키면 제아무리 파격적인 변신이 잇따른다 하여도, 시청자들의 눈에는 식상한 레퍼토리만 반복되는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제2의 김연우, 조규찬과 같은 안타까운 탈락과 본인의 색깔을 완전히 버린 눈물겨운 변신없이도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나는가수다>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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